5월 9일부터 열리는 ‘아트 시카고’에 참가하기로 확정된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인화가 4명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들어봤다.
▲유영준씨, “그림이 스스로 그림을 낳아”
과거와 현재, 미래 시간성을 내포한 옷 그림을 그려온 유영준(샌프란시스코 거주)화가는 그가 좋아하던 르네상스 그림 중 자신의 그림과 어울리는 그림을 카피하고 그 옆에 기존에 그리던 옷을 그려내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했다. 예를 들면 판도라 여신의 누드와 얼굴 없는 옷의 조화. 이런 식이다. 작품의 소재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 유씨는 “그림이 스스로 그림을 낳게 한다”고 말한다. 책을 많이 읽고 여행을 자주 다녀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재를 얻기도 하는 그는 작품을 시작해 맘에 안 들면 겹쳐 다시 칠하고 또 다시 맘에 안 들면 다시 겹쳐 맘에 들때까지 칠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두껍고 웅장하다. 추상화가로서 요즘 르네상스 작품을 그리며 자신의 취약부분이었던 리얼리즘을 깊이 공부하고 그 시대의 정신에 흠뻑 젖어있는 유영준씨. ‘옷의 여정’에 이은 그의 새로운 작품 시리즈가 사뭇 기대된다. 유영준씨는 1973년 이화여대 회화과를 졸업, 1976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배소현씨, “치마저고리의 한국여성을 그림에”
‘조선왕조 시대 여성’을 소재로 10여년째 그림을 그려온 배소현(뉴욕거주)씨는 이번 전시회에도 ‘치마 저고리를 입은 소녀’ 시리즈를 가지고 참여한다.
대학시절 피에로 델라 플렌체스카라는 이탈리아 유명화가의 여성을 소재로 한 그림에 푹 빠져 그의 영향을 상당히 받았다고 배씨는 말한다.
“미국에서 자라서 인지 한국의 치마 저고리와 쪽머리등의 소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는 그는 “그 후 한국의 유교사상을 비롯한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를 작품에 표현했다”고 전한다.
황토색, 진회색, 진한 블루등 조금은 둔탁한 색과 울퉁불퉁한 약간의 질감으로 묘하게 한국전통의 분위기를 현대적으로 낸 그의 작품들이 전시회를 기다리고 있다.
배소현씨는 1990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 보스톤 대학 대학원과정, 1997년 하버드 대학 신학 스터디 박사 과정을 마쳤다.
▲박광진씨, “존재에 대한 물음에 대한 시각적인 답”
‘빛’과 ‘음양’이란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해온 박광진(캐나다 거주)씨는 “이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흐트러지기쉬울 때 그것을 잡아주기위한 수단이 되었다”고 말하며 틀 안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박씨는 “스스로에게 묻는 끊임없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과정이 삶이고 그것을 시각적인 요소, 색채와 형상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림이라 생각한다”고 전한다. 작품을 하루하루 일기써내려 가듯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해나가는 그. 이번 출품작들도 마찬가지다. 특별함보다는 계속되어지는 공부의 일부를 보이는 것.
그는 “이제까지의 작품이 말해주듯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모색하고 실험하고 실패하는 과정중의 작가”라고 자신을 칭하며 “앞으로 표현방법이나 조형적인 재료가 다르게 바뀌더라도 추구하는 방향은 계속 ‘존재에 대한 물음’이 될것이다”라고 밝혔다. 박광진씨는 1979년 이화여대 회화과와 동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1991년 일본 도쿄 타마 아트대학에서 공부했다.
▲산드라 산요 리씨, “참선으로 배운 자아와 무자아”
3월 한 달간 시카고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산드라 산요 리(샌프란시스코 거주)씨는 ‘자아·무자아(self-noself)’란 주제로 지난 8년간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영문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던 그는 미국으로 이민 온 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예술, 그림에 매력을 느꼈다.
이렇게 시작된 10여년간의 화가생활. 그의 작품을 구상방법은 색다르다.
책을 통해 모든 작품의 영감을 얻고 작품의 시작은 글로 시작된다.
그 위에 조금씩 그림이 입혀진다.
참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94년, 자신을 탐구해 또 다른 자신을 찾아내는 참선 프로그램에 3-4달간 참여하고 자아와 무자아를 배웠다. 그리고 이를 작품에 반영했다.
산드라 산요 리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9년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와 1992년 동대 대학원을 마쳤다.
조윤정기자
yj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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