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온 국민의 100% 지지를 받고 있다. 핵무기, 생화학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권력을 대물림했다. 또 물려주려고 한다. 민족의 이름으로 민족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들은 누구인가.”
정답은 김정일과 사담 후세인으로 돼 있다. 인터넷에 떠오른 재치문답형 글로 너무나도 닮은 두 독재자의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 너무나 닮은 그들이 또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약속이나 한 듯 홀연히 모습을 감춘 것이다. TV는 그들에게 있어 가장 효과적인 통치기구다. 그러므로 지겹도록 TV를 통해 일방통행의 메시지를 흘려온 그들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TV에 그들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후세인의 모습은 전쟁이 시작된 후 두차례 나타났다. TV 대국민 연설을 통해서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파다한 게 후세인 유고설이다.
후세인 유고설은 이라크 전쟁 시작부터 나왔다. 미국은 나름의 ‘확실한 정보’에 따라 후세인을 타겟으로 ‘목베기 폭격’을 가했다. 또 후세인과 비슷한 사람이 앰뷸런스에 실려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 이야기는 그러나 곧 신빙성을 잃었다. TV 연설을 통해 후세인의 건재를 알려서다. 그렇지만 한가지 미묘한 사실에 워싱턴은 주목했다. 후세인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경호원이 국방장관이 성명을 발표할 때 배석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의문의 포인트는 생중계로 예정된 후세인의 대국민 연설이 잇달아 불발로 끝난 사실이다. TV를 가장 중요한 통치수단으로 보고 있는 후세인이다. 그런데 중요한 시기에 연설문을 두차례나 공보장관을 통해 대독시킨 것이다. 후세인 신변에 이상이 없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유고설의 진위는 어떻든 후세인의 경우는 상당 부문 이해가 간다. TV에 출연했다가는 또 한차례 ‘목베기 폭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 하는 말이다.
김정일의 경우는 더 미스터리다. 그가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건 지난 2월12일 러시아 대사관이 베푼 생일잔치 때다. 그 모습이 TV에 비쳐진 이후 48일째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억측이 구구하다. 김정일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인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인가. 아니면…. 합의된 추측은 이렇다. ‘경애하는 지도자는 어딘가에 숨어서 CNN 등 온갖 채널을 돌리면서 이라크 전쟁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가지 특이한 사실은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이 김정일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정일의 최 측근, 다시 말해 북한군의 수뇌도 전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 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 “개전 당일 미국은 후세인이 머물고 있는 건물에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는 절망적 상태로 독재자를 몰아넣음으로써 누군가가 나의 동정을 적에게 밀고하고 있다는 편집광적인 심리상태를 유도하는 작전이다. 이를 지켜본 김정일의 심정은 어땠 을까.”
한 일본인 논객의 지적이다. 한마디로 ‘목베기 폭격’에 적지 아니 쇼크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문제는 쇼크를 받은 김정일과 북한군 수뇌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는 것이다.
‘이라크전 개전 이후 북한이 보여온 반응은 그동안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타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로 일본의 위성발사에 북한은 겁먹은 듯한 대응을 하고 있고 또 미국을 자극할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극히 적은 전사자를 내면서 이라크를 맹타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에 질려 움츠려든 느낌을 주고 있다는 말이다.
또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핵 개발과 관련해 엄중한 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핵 도발은 중국과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며칠 간이나마 잠정적으로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 관계의 엄청난 변화다.
‘전쟁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중국의 태도가 달라진다. 프랑스가 반미에서 친미로 돌아선다. 이라크 전쟁의 계산서를 벌써 뽑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래서 스스로 택한 변화 같다. 그러나 그건 작은 변화다.
진짜 변화는 닮은꼴의 독재자들이 영원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 TV에서 더 이상 그 지긋지긋한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는 것 말이다.
옥 세 철<논설실장>
secho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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