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Shock & Awe) A-데이
가공할 파괴력 대폭발, 불바다
핵폭탄 위력 ‘모압’사용할 수도
이라크전의 D-데이는 20일이었지만, 이라크인들에게 형용키 힘든 ‘충격과 공포’을 안겨준 날은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이 대폭발을 일으킨 23일의 ‘A-데이’였다. 공군력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 개시일을 뜻하는 A-데이는 미국이 오래전부터 예고해온 ‘공포과 충격’ 작전이 시작된 날이었다.
21일 10시(미국 서부시간), 미국은 크루즈미사일은 물론 B-52 중폭격기까지 동원,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이라크 전역에 폭탄세례를 가했다. A-데이 H-아워에 맞춰 걸프지역에 배치된 항공모함과 쿠웨이트 등지에서 속속 발진한 미군기들은 불과 수시간만에 1,000회의 출격회수를 기록하며 바그다드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지하벙커용 폭탄인 ‘벙커버스터’는 이라크 지휘부의 은신처로 여겨지는 건물들의 지하실까지 허물어 버렸고, 숨을 돌릴 겨를 조차 없이 날아드는 유도 미사일은 지상의 목표물을 연거푸 강타했다.
미국과 영국의 공군기들은 이라크의 방공망을 비웃듯 소나기 같은 폭탄 세례를 퍼부었으며 바드다드는 삽시간에 화염과 검은 연기, 오렌지빛 섬광에 휩싸였다. 공격개시 직후 국방부는 ‘충격과 공포’ 작전이 시작됐다고 확인하고 작전개시 24시간 동안 1,500기의 미사일과 폭탄이 이라크 전역을 강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이 “전대미문의 공격”으로 자신했던 ‘충격과 공포’ 작전은 48시간에 걸쳐 파상적으로 이루어지며 이 기간동안 3,000여기의 미사일과 폭탄이 이라크인들의 머리위로 떨어지게 된다.
미국은 상황을 보아가며 핵폭탄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닌 모압(MOAB) 폭탄의 사용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압의 경우 다른 정밀유도 미사일과 달리 엄청난 민간인 희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설사 실전에 투입한다 해도 지상에 떨어뜨리는 대신 공중폭발을 유도해 상대의 기를 꺾는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초전박살로 전의 꺾는다
충격과 공포 작전은
‘전략의 귀재’ 울만의 이론
전단 살포… 심리적 압박
개전 3일째인 21일(미국시간)은 500만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충격과 공포’의 날이었다.
이라크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미국이 공개적으로 경고한 바 있는 ‘전대미문의 가공할 공습’이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작전이라는 이름 하에 무시무시하게 펼쳐졌기 때문이다.
‘충격과 공포’ 작전은 개전 초기에 가공할 파괴력을 동원해 상대의 지휘통제센터를 조기에 무력화한다는 전술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가시적인 전과보다 초전에 상대의 기를 제압해 저항의지를 분쇄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작전명이 말해주듯 물리적 효과보다 심리적 효과를 노리는 작전인 셈이다.
이 작전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전략의 귀재’로 추앙하는 군사전략 전문가 할란 울만의 이론을 바탕으로 입안했다. 울만은 그의 책에서 “공군력에 의존한 엄청난 대량파괴는 상대방의 충격과 공포의 강도를 상상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저항의지를 잃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울만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충격과 공포’ 작전을 채택한 후 이라크군에 대한 심리적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전 이전부터 1,700만장에 달하는 투항 권유 전단을 제작해 이라크에 살포했다. 전단에는 ‘충격과 공포의 날’이 임박했다는 경고가 담겼고 개전 직전에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녔다는 2만1,000파운드짜리 초대형 괴물폭탄 MOAB의 폭발실험 장면까지 들어갔다.
따지고 보면 미국이 ‘공포과 충격’ 작전을 실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차대전 종전직전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도 일본군의 저항의지를 뿌리뽑기 위한 ‘공포과 충격’ 작전에 다름 아니었다.
초기 정밀공격 결정타
전면공격 왜 미뤘나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충격과 공포’ 작전으로 이라크전의 서막을 열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서전은 기대와 달리 제한적 공습으로 이루어졌다.
월스트릿 저널은 21일 ‘충격과 공포’ 작전이 늦추어진 첫 번째 이유로 “정밀 폭격만으로도 이라크 군 지휘시스템의 통제력을 무력화하고 사담 후세인의 정권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수 있을 것”이라는 국방부 일부 고위관리들의 주장을 꼽았다.
미군은 개전 첫날인 지난 19일 정보기관이 “후세인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들을 제한된 미사일 공격만으로 제거할수 있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후 전쟁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군 특수부대가 후세인 대통령 등 이라크 지도부의 행방을 찾는 동안 미군이 전면적인 공격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터키의 영공통과 및 기지사용 허가가 늦어지면서 이라크 북쪽을 통한 공격계획이 불확실해 본격적인 작전 전개가 지연됐을 가능성도 있다.
미군은 일단 21일 ‘충격과 공포’ 작전에 돌입했지만 전후복구사업이 더욱 손쉽고 적은 비용으로 이뤄질수 있도록 이라크의 기반시설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관공서와 군시설물, 지도부 은신처 등을 골라 선별적인 공격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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