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A 25개 타이틀사서 1,557억달러 보증
미 대형업체들 본격 진출…한인 고용도 늘어
타이틀 회사의 ‘얼굴’인 한인 세일즈 담당자들의 전화는 2~3분이 멀다하고 울려댄다.
이들이 하루에 만나는 사람은 100명을 웃돌 정도다. 안면 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맡기는 한인들의 특성상 ‘얼굴 도장’ 만큼 확실한 마케팅은 없기 때문이다. 네트웍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에게 타이틀 회사는 물론 관련 업체에서도 수시로 스카웃의 손길을 뻗쳐 온다.
특히 바잉파워가 막강해진 한인시장에 대한 미 대형업체들의 공략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보증을 서주는 보험회사로 대형 자본이 필요하고 요건이 까다로워 아직까지 한인이 독자적으로 세운 회사는 없다고 하지만 한인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미 타이틀 회사들은 한인 세일즈맨 고용을 확대하고 한인업체들의 보험을 처리해주는 한인 스태프도 보강했다.
미 대표적 업체인 시카고 타이틀과 스튜어트 타이틀의 경우 ‘코리안/아메리칸 디비전’을 따로 설치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한인들의 자금력이 커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초기 이민자나 집 없는 한인들에게는 아직도 낯선 ‘타이틀.’ 한국에는 없는 개념인 타이틀 보험 시장은 보이지 않는 파이를 놓고 펼쳐지는 전쟁터다. ‘부동산 에이전트→융자기관/융자 브로커→에스크로’까지 부동산 매매의 각 단계에서 타이틀 회사는 업체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먹이사슬의 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주택매매와 융자, 재융자 등 관련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부동산 소유권과 융자금액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타이틀 회사를 거치는 것은 필수며 이때 수입이 창출된다. 부동산 매매와 융자시 항상 타이틀 보험 비용으로 셀러는 일정금액을 지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회사들의 마케팅도 치열하다.
남가주 타이틀 업계에 최초로 입문한 한인은 시카고 타이틀의 애나 마씨. 22년간 한 업계에서 일했기 때문에 한동안 타운에서 그녀의 이름과 타이틀은 동의어처럼 쓰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95~96년 한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며 바야흐로 춘추전국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현재 LA 카운티를 중심으로 뛰고 있는 타이틀 세일즈 우먼 뒤에는 든든한 한인 스태프들이 고객 서비스부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며 타이틀 업계의 매출도 급신장세다. 2002년 LA 카운티의 25대 타이틀 보험사들이 보증한 모기지 융자액은 1,557억 달러에 달했으며 타이틀 업체들의 모기지 보험 판매액수도 411억달러를 기록했다.
리사 리 <아메리칸 타이틀 부사장>
지난해 타운 빌딩 벽면에 자신이 얼굴이 들어간 대형 빌보드를 설치,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의 권유로 해본 시도였지만 폭발적인 반응 이후 회사에서도 경비의 절반을 지원하기로 해 5~6월쯤에는 한인타운 내 빌딩 벽면에서 다시 이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보루네오에서 가구 디자인을 하기도 했고 모기지 프로세싱과 은행의 론 담당 직원을 거쳐 에스크로 회사에서도 근무한 이씨는 타이틀 업계 8년차다. 이씨는 하루 자동차 마일리지가 200마일에 이른다.
신디 백 <스튜어트 타이틀 부사장>
12년의 은행 경력을 밑천 삼아 5년 전 타이틀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스튜어트 타이틀은 시스코 시스템의 대주주이기도 하며 전국에 7,800개의 오피스를 확보하고 있다. 한인마켓 담당팀에는 세일즈 3명, 고객 서비스 3명이 호흡을 맞추고 있으며 오는 4월1일에는 한인타운 사무실을 오픈한다. 초창기 시장을 개척할 때는 매일 아침 빵, 김밥과 수박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들며 부동산 사무실과 에스크로 오피스의 문을 두드렸다. 역시 사람 사이의 ‘관계’가 최대의 자산이라 생각해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한다고.
줄리 황
부동산 에이전트와 주택보험회사를 거쳐 타이틀 업계에 입문했다. 경력은 5년차. 미국에 온지 20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특유의 대구 액센트가 남아있다. 퍼스트 아메리칸 타이틀은 전국에 5,000개 이상의 오피스가 있으며 한국에도 진출했다. 그녀가 ‘밖’에서 뛴다면 ‘안’에선 동생 수잔 황씨가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고, 수입이 불확실해 처음 시장을 뚫기는 어려웠지만 이젠 웬만큼 자리를 잡았다”는 황씨의 자평.
<글·배형직 사진·홍재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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