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비 3남매 "하도 바빠 술자리 처음이네, 와~"
[김가희 기자의 취중토크] 박준형 김다래 권진영
최초의 ‘다자(多者) 토크’가 벌어졌다.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에 한꺼번에 만났다.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인 KBS 2TV <개그 콘서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코너 시청률을 자랑하는 ‘우비 3남매‘의 박준형 권진영 김다래가 그 주인공이다.
한 명만 만났어도 정신 없을 판에 세 명과 만났으니 오죽 시끄러웠을까. 아이디어 회의가 끝나고 난 뒤 여의도 KBS 별관 뒤 깔끔한 술집에서 이들과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온갖 개그가 난무하는 가운데 가려진 고민도 털어놓았다.
■ 맏형 박준형
노란 비옷 내돈주고 구입
자리에 앉자마자 박준형이 “그러고 보니 우리 셋이 술 마신 게 오늘이 처음이네”라고 말했다. 두 여자의 공격이 시작됐다.
“우린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했는데, 오빤 화이트데이에 돈 1만 원씩 줬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며. 이에 박준형은 “봐라. 세월 참 좋아지지 않았나. 희극인실 군기가 해병대 군기 만큼이나 셌는데, 요즘은 후배들이 이렇게 달려든다”라는 으름장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작년 12월 심현섭 이병진 황승환 등 고참들이 탈퇴하고 나서 박준형은 ‘개콘’ 팀의 맏형이 됐다. “왜 부담감이 없겠는가. <개콘>은 공개 코미디다.
웬만한 내공으로는 무대 앞에 설 수가 없다. 다행히 새로 등장한 신인들이 대학로 소극장에서 ‘갈갈이 패밀리 콘서트’에서 꾸준히 단련해 빨리 적응했던 것 같다.”
‘우비 삼남매’에 대해선 “내가 무임 승차했다”며 공을 후배에게 돌렸다. 선배 개그맨도 웃기는 권진영의 끼와 김다래의 귀여움을 주 포인트로 한 데다, 노란 비옷이라는 색다른 의상을 입혔다.
이 비옷은 60만 원을 들여 박준형이 직접 구입한 것. “방송사에 경비 처리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이 옷을 내가 기념으로 갖기 위해서다.” 그만큼 이 코너에 애착이 강하다.
<개콘>에서 6개의 코너를 책임지는 그가 도대체 어디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지 궁금했다. “부지런함이다. 아이디어가 고갈됐다는 건 자신이 게을러졌다는 거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변주하고, 토론하고. 아직까지 난 재충전이란 단어는 개그맨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웃음의 코드가 너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쉬면 그 감각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웃기는 권진영
새코너 곧 있으면 나와
작년 개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탄 실력자다. 상대적으로 파트너 김다래가 더 주목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서운함은 없을까. “없다. 다만 지금 우리가 너무 가까워 서로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답했다.
가끔씩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한 마디 툭툭 던지는 게 그의 장기였다. 옆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있으면 촌철살인 격으로 한 마디 내뱉는다. 순간 자리는 조용해지고, 약 3초 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비옷을 입을 때 끈을 꽉 묶는지 아나? 얼굴 작게 보이기 위해서다. 특히 준형 오빠가 혜택을 많이 본다”라는 말은 그나마 풀어서 쓸 수 있는 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 다른 코너를 준비 중인데, 계속 까인다. 이미 의상까지 다 맞춰놨는데…. 점점 내 개그가 약해지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
얼마 전에야 차를 샀다. 1종 면허를 갖고 있지만 실제 차를 몰아본 경험이 없어 어쩌다 아버지가 동행해 주지 않으면 차를 몰지 못한다.
얼굴이 알려지?난 후 “사람들이 다르게 대하는 게 너무 얄밉다”고 했다. 예전에 무시하며 쳐다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공중파 3사를 말아먹을 애’라는 둥 감언이설을 하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란다.
■ 귀여운 김다래
남이 비난하면 잠 못자
다음카페에 30만 명이라는 회원이 모였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다래. 가장 고민이 많았다.
“난 충북 제천의 ‘깡촌’ 출신이다. <접속>이 처음 본 영화일 정도의 촌 사람이다. 예전엔 서울을 무척 동경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무섭다”고 말했다.
셋 중 가장 술을 잘 마셨다. 둘이 주고 받은 매실주가 상당한 양이었다. 그는 “외롭다”고 말했다. 의외였다. “난 소심하다. 인터넷에 오른 글 한 줄 때문에 속상해서 잠을 못 잘 정도다. 나도 모르는 새 많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지만 심한 외로움을 느낀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성공해서 좋은 건 부모님들을 기쁘게 했다는 점. “우리 아버진 농부다. 예전엔 흙먼지 뒤집어쓰고, 까맣게 그을린 엄마 아빠 모습이 왜 그리 창피했는지. 왜 TV에는 넥타이 맨 멋진 아버지들만 나오지 않는가. 집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 밖엔 없었다. 하지만 이젠 엄마 아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좋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예전에 너무 철이 없었던 것 같다.”
이날 ‘술이 받는다’는 김다래의 모습이 웬일인지 안쓰러웠다. 이제 막 스타가 된 후 스타라면 한번쯤 겪게 되는 성장통에 아파하는 모습이 보여서.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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