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그간의 외교적 노력을 포기하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48시간 내에 권좌를 물러나든지 아니면 전쟁을 각오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물론 후세인은 일언지하에 거절하였고 따라서 30만에 달하는 미국과 영국의 군대는 곧 이라크와 전쟁에 돌입할 태세이다.
재미 한인들은 미국 시민 혹은 거주자로서 가능하면 미국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한국 언론들은 이 전쟁에 대하여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기사들을 내보낸다. 그래서 주로 한국 언론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많은 한인들은 부시 대통령이 왜 저렇게 전쟁을 하려고 하는지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어 심적 혼란을 느낀다.
최근 한국의 주요 언론에 등장한 기사와 논평중 일부만 예를 들어보자.
"명분 없는 전쟁" "부시는 석유이권 관계로 이라크를 점령하려고 하는 전쟁광" "미언론들, 부시 지도력 위기 지적" "밖으로는 평화와 인권을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대량 살인무기를 팔아먹는 미국의 위선" "반전열기 최고조,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내리면서 전 세계의 반전열기도 거세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 UC버클리의 학생들과 인근 고교생 수백명이 ‘원유를 확보하려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반전시위" "이라크 공격이야말로 잔인한 범죄" "미·영, 이라크 핵개발 기도 증거 날조"…
이런 제목의 기사들을 보면 "부시 대통령은 정말 그런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는 미국민의 55%가 유엔 안보리의 표결 결과에 상관없이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법을 어겨가면서 소위 말하는 ‘통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Cognitive dissonance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새로운 정보를 수용할 때 자신이 가진 신념이나 전제 조건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고르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한국 언론들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보도 자세에 바로 그런 편향된 측면이 많이 있다. 미국이 왜 저렇게 이라크와 전쟁을 하려고 하는지 다른 관점에서도 한번 보아야 균형적 감각을 가질 수 있다.
미국은 9.11 사태 이후 테러와 전쟁중이다. 미국민들은 매일의 생활 속에서 이를 피부로 느낀다. 자유롭게 출입하던 대학교 정문과 후문들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자들을 검문하는 것이 이젠 보편화되었다. 표현의 자유가 가장 잘 보장된 미국이지만 ‘지구에 평화를’ ‘평화를 기다려 보자’라는 문구를 쓴 티셔츠를 입고 샤핑몰에 온 사람을 경비원들이 옷을 벗든가 아니면 떠날 것을 명령하는 그런 상황이다. 특히 여행 때 각종 안전검사로 인해 겪게 되는 시간적 심리적 부담이 엄청나다.
종전에는 자유 수호라는 개념이 전세계적 보편적 가치관이었다. 하지만 근자에는 테러가 이유야 여하간에 미국민만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유럽을 포함한 여타 국가에서는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태도를 취한다. 더 나아가서 자업자득이라며 미국에 대한 테러를 정당화하는 관점도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의 이해와 여타 국가들의 이해가 불일치하는 면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것이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상반된 관점들로 나타난다.
부시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이해와 소위 말하는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이 불일치할 때는 당연히 미국과 미국민을 우선하게 된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이란 독재자를 제거하고 이라크에 민주 정부를 세움으로써 테러를 지원하는 여타의 독재자들에게도 경고를 보내고자 한다. 즉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허용치 않을 것이며 정치와 사회체제를 개방하고 개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북한의 핵이야말로 이라크보다도 미국의 안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이라크 전쟁 후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한국과 미국의 상반된 이해 관계가 어떻게 조정될지 미지수이다.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포함하여 한민족과 한반도에 평화, 자유, 그리고 번영이 있기를 기원한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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