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류업계·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패션아이디어전쟁·고유가·불경기 시름속 소비자들 분위기 전환 노려
빨강·노랑등 원색계통에 물방울·나선모형·줄무늬
정장도 밝고 소탈함 강조
들풀들이 꽃을 피워내는 봄이 무르익고 있다. 봄비로 집앞 뜰의 갖가지 꽃들도 화사한 빛을 발하며 소생하는 자연을 찬미하는 계절. 그러나 미전국 의류상가는 자꾸만 미끄러져 내리는 매상 때문에 전전긍긍이다. 옷이 낡고 떨어져서 사는 현대인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의류 디자이너들은 클로짓이 차고 넘쳐나는 현대 소비자들을 샤핑몰로 끌어내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다. 그 아이디어가 올 봄엔 ‘어두운 시절, 밝은 색상’이다.
수평선 넘어 감도는 전운, 치솟는 개스 값, 바닥을 기는 주식시장 등으로 소비자들은 새봄이 왔다고 샤핑몰로 달려가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한벌 쭉 뽑는 것에 대해 왠지 껄끄럽게 느낀다.
의류시장 데이터 조사기관인 NPD 그룹에 따르면 2002년 여성의류 매출은 6.1%가 감소해 836억달러에 그쳤고 남성의류도 1.8%가 하락해 518억달러에 머물렀다. 올 봄은 샹향 곡선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기 저기 악재가 겹쳐있다.
지난 2월 동부지역은 폭설과 강추위로 샤핑몰은 한산했고 3월은 전쟁이 화두다 보니 주머니 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에 디자이너와 의류 상가들은 한동안 소비자의 클로짓에서 사라졌던 밝은 색상의 밝은 무늬, 심지어 미니 스커트에 올 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호경기를 거치면서 검정을 주조로 한 어두운 색이 유행이었고 그 이후는 중간계통인 파스텔 색상이 트렌드였다.그러나 올 봄 색스핍스 애비뉴에서부터 JC 페니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류백화점들은 파피꽃 빨강, 레먼빛 노랑등 원색에 가까운 튀는 색상에다가 무늬도 물방울, 나선이 돌아가는 모양, 일정한 모양이 이어지는 패턴무늬, 줄무늬 등의 옷을 진열하고 고객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밝게 튀는 색상은 의류 소매점으로서도 위험부담이 크다. 옷 색상으로 남의 이목을 받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는 샤핑몰에 들렸다가 “정말 원하는 것이 아니면 안 사겠다”며 기다리는 형이 있다. 의류 소매상점의 봄은 그러나 아주 어둡지만은 않다.
4년 전부터 갭 같은 체인스토어의 효자 역할을 했던 열대풍 카프리스와 카고 바지의 인기는 아직도 꾸준하다.
캐주얼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이 닷컴 시대의 유행이었지만 이제 ‘캐주얼 금요일’시대는 가고 직장은 다시 정장차림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캐주얼 직장시대를 거친 만큼 직장 복장의 정장도 전과 같지는 않다. 고급스럽지만 소탈하고 편안한 요트 파티 차림으로 변하고 있다.
정장이지만 밝고 튀는 넥타이로 액센트를 준다든가 카키 등의 베이직 컬러 바지에 줄무늬 셔츠를 입어 지루함에서 탈피해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따라서 검정과 버건디 의상대신 올 봄에는 오렌지 색상도 먹힐 것이라는 것이 소매상가와 디자이너들의 진단이자 희망이다.
올 봄 의류 샤핑 가이드
◇남성의류
톤이 강한 줄무늬 재킷 단추 2개로
■셔츠와 재킷
천의 재질과 디자인은 비슷하다. 몇 년간 백화점 샤핑몰에 진열되어 있던 것과 흡사하니까. 다만 색상이 달라지고 있다. 파스텔조 폴로셔츠에 좀더 톤이 강한 줄무늬가 들어가고 색상이 훨씬 다양해졌다. 낮에 직장에 입고 갔다가 퇴근 후 타운 바에 한잔하러 가도 전혀 손색이 없는 색상들이 유행이다. 재킷은 단추 2개가 3개보다 신식이다. 물론 아직 3개도 완전히 시대에 밀리는 복장은 아니다. 단추 2개짜리는 전보다 단추의 위치가 좀더 위로 올라간다.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프린트 무늬 실크 재질 선호
■타이, 벨트, 군복 분위기 내는 장식
넥타이의 길이와 넓이는 종전과 똑같다. 9.5센티미터 넓이로 전체적으로 전과 같은 실루엣을 유지하고 있다. 단 전보다 프린트 무늬가 많이 나와있고 색상이 짙고 다양하다. 재질은 역시 비단을 최고로 쳐준다. 값은 75∼175달러로 다소 높은 편이다.
남성적인 분위기를 흠씬 주기 위해 바지, 셔츠, 재킷에 상업용 지퍼, 금속 장식 등이 많이 들어간다. 벨트도 단연 가죽이 인기지만 스티칭을 넣어 좀더 거칠어 보이게 한 것들이 유행이며 버클은 니켈보다 브론즈가 뜨고 있다.
■바지
카고 바지가 다시 유행이다. 그러나 베이지 대신 올 봄엔 회색이 단연 인기다. 셀폰과 지갑 등 남성들도 소지품이 늘고 보니 주머니가 많은 카고 바지가 인기인 것은 시대적인 필요이기도 하다. 그리고 카고 바지는 진보다 더 소박하고 편안해 보인다.
아직도 카키 바지는 여전히 인기다. 단지 색상이 전통적인 베이지색에서 물 날린 파랑으로 변하고 있다. 베이지색 카키는 점잖은 니트웨어와 잘 어울렸지만 물 날린 파랑은 줄무늬 셔츠와 잘 어울린다.
50년대 복고풍 허리좁고 밑 퍼지게
◇여성의류
■드레스
50년대에 가정주부들의 유니폼이 되다시피 했던 허리가 들어가고 그 밑으로는 퍼지는 드레스가 유행이다.
길이는 당시는 무릎을 살짝 덮는 것만도 일대 논란거리였지만 지금은 무릎 살짝 위까지 오고 있다. 색상은 분홍, 파랑, 보라색이 섞인 것들로 물방울무늬가 유행이다. 한 백화점에서는 지난 2주간 70만달러어치 이 다나카렌 드레스를 들여놨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
■스커트와 미니
지난 10년간 여성들은 바지를 즐겨 입었다. 10년 세월 동안 바지 길이가 길어졌다가는 짧아졌으며 넓이도 넓어졌다가 좁아지는 등 요동을 부리기는 했지만 역사이래 여성들이 가장 바지를 즐겨 입었던 시대이기도 했다.
해볼 것 다 해본 여성들은 이제 보수로 돌아서는 것일까? A라인 스커트와 미니 스커트가 다시 등장했다.
물론 미니는 초미니가 아니다. 베이비 부머들이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젊은 시절 입었던 허벅지 드러나는 초미니는 꺼리고 있어 무릎 바로 위가 타협점이다. 나일론과 새틴 재질로 만든 미니스커트들이 19∼49달러에 나와 있다.
여성스런 장식달린 샌들 이목 끌어
■신발
50년대 풍 드레스와 어울리는 예쁘고 여성스러우며 장식이 세련된 샌들이 선보이고 있다. 봄이니 만큼 앞굽은 트이고 뒤는 끈으로 연결된 것들이다. 금색, 은색 등 금속성 색상도 나와 있지만 브론즈 색상이 앞서가는 색상이다.
운동화나 여가 때 신는 신발들도 투박하지 않고 얇은 캔버스 밑창에 세로 혹은 가로로 줄무늬가 들어간 것들이 패션쇼에서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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