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기 서구 이민자들 중에 성공한 종족은 개척정신이 강한 민족들이다. 그들은 과거나 오늘의 것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개척하려는 열망과 꿈을 품었다. 동족을 서로 도와 정체성을 유지하며 고난을 함께 이겨내던 민족들이다. 그리고 후기의 라틴계, 아시아계 등 소수 종족 중에 성공한 민족은 이미 형성된 백인 주류사회에 참여하여 나름대로 공헌하면서 더불어 사는 생존의 지혜를 찾은 민족들이다. 이들은 주류사회의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떳떳이 대접받고 산다.
우리 한인들도 어느 민족 못지 않게 개척정신이 강한 민족이다. 우리 중에 누가 주류 선거공직에 뜻을 품고 도전하는 자가 있으면 그를 적극적으로 밀어 당선되게 함으로써 우리는 대리만족을 얻는다. 주류정계 진출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요 꿈이지만 아무나 나설 수 없지 않는가. 다행히 진출할 수 있는 유능한 한인이 있어 그를 도와 당선되게 한다면 바로 우리 각자의 꿈을 이루는 기쁨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공직은 우리 이민생활에 막강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과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데 최근에 가슴 아픈 사건이 생겼다. 동족이 시의원에 출마했는데도 그 지역의 한인 몇 사람들이 몰래 뭉쳐서 그를 낙선시키려는 시도를 했다는 슬픈 소식이 있다. 북핵 문제로 시끄러운 이 때, 북한을 몇 번 왕래한 용공 성향의 인사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일부 한인들이 다른 두 경쟁후보들을 지원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한 백인 후보는 한인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오히려 말렸다고 한인 후보에게 알려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슬아슬한 박빙의 접전을 예상하는 선거마당에 동포의 얼굴을 들고 낙선운동을 하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공산주의가 지상에서 소멸되고 있는 오늘날, 문제의 후보가 조국의 군사정권을 질타하는 글을 많이 썼던 것과 북한을 몇 번 방문한 적은 있지만, 천주교인으로서 용공분자가 될 수 없다고 극구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 때문에 낙선운동까지 한다면, 이는 분명히 소아(小我)에 집착하여 자기만을 내세우는 아집(我執), 아니 소아병적(小兒病的) 행위라 하지 아니 할 수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질구레한 일을 가지고 유치하게 동족의 주류진출을 막는 짓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동족 낙선운동자들의 숨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반공사상이 투철한 탓인가? 개인적인 악감 때문인가? 단순한 질투심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주류 대인관계를 닦아온 자칭 한인 터주대감의 자리가 위태롭다고 보기 때문인가? 그 후보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먼저 지역 지도자들을 찾아다니며 각별한 인사를 했다고 한다.
어찌했든 그 후보는 천여표 차이로 불행히 낙선되고 말았다. 선거의 변수는 많다. 그 낙선운동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동족을 낙선시키려는 행위가 선거 패인의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 시는 미국의 한 도시에서 인구비례로 보면 한인이 제일 많이 사는 곳으로 이름났다. 지금 기초를 잘 다져나가면 우리 후진들이 주나 연방의회 진출의 발판이 될 만한 곳이다. 한인 인구보다 3%나 적은 중국인은 지난 10여년 매번 시의원이나 시장에 당선되는데, 한인은 아직까지 시의원에 당선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까지 세 한인 후보들이 네 번 선거에서 다 실패했다. 실패한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지역 한인사회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곳에는 선거에 나서기만 하면 누군가 어김없이 입방아나 투서로 후보들을 골탕을 먹이는 곳이라는 것이다.
지역사회가 분열되는 것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 있는 참 지도자들이 없기 때문이라 본다. 지도자 모세는 자기 백성을 애굽에서 탈출시킬 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의 비전을 제시했던 이유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 동포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유혹이 많은 미국사회에서, 우리들이 소아(小我)를 이기고 대아(大我)를 위해 단합하려면 신선한 새 인물을 내세워 생산적인 의욕과 동력을 불러 일으켜 한인사회 전체의 위력을 창조해 나가도록 지역사회 풍토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
정호영/ 월간 코리언 드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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