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을 한 터전 “잔뼈 굵었죠”
‘피코 건축자재’ 넓고 저렴한 건물 찾아 옮겨
‘KS 트레이딩’ 인삼 제품 히스패닉에도 납품
‘오비 푸드’ 음식 재료 등 한인식당들에 공급
‘안스 오토&바디’ 경쟁업체 폐업속 단골많아
피코길 갱 낙서 줄고 전보다 더 쾌적해져
피코길에는 20년 안팎의 연륜을 자랑하는 업소들이 많다.
피코와 카탈리나에 자리잡고 있는 ‘피코건축자재’도 그중 하나. 식당, 가발판매업등의 사업경험을 갖고 있던 남상필(71) 대표가 약18년전인 84년 오픈했다.
식당을 운영할 때 작은 수리에도 큰 요금을 청구하는 ‘전문가’들을 보면서 자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 시도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서진 문을 직접 고치기로 마음먹고 철물점에서 공구들을 구입, 수리를 했다.
남 대표는 “막상 해보니 별로 힘들지도 않고 돈도 절약돼 건축자재상을 열면 이용자가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후 장소를 물색하다 면적도 넓고 가격도 적당했던 현재의 건물을 찾았다. 위험하게 보여 망설여졌으나 필요한 물건을 제대로 갖추면 손님들은 반드시 찾아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는데 그의 생각이 맞아떨어져 현재까지 비즈니스가 꾸준하다.
‘KS 트레이딩’은 타운내 웨스턴과 8가 인근에서 영업을 하다가 85년 피코건축자재상 바로 동편으로 이전했다. 백광수 대표는 “피코길은 세월이 불러도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업소 수가 별로 늘지 않는 것은 한인 고객들이 올림픽길 남쪽으로 내려오기를 꺼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백대표는 “시정부의 노력으로 피코길이 당시보다 많이 깨끗해졌다”며 “요즘은 갱단원이나 걸인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인삼, 홍삼, 백삼등의 제품을 취급하는 KS 트레이딩은 도매를 주로 하며 히스패닉 마켓에도 납품하고 있다.
피코와 알바라도 인근에 자리잡은 ‘오비 푸드’도 1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피코와 베렌도에서 6년간 영업하다 더 넓은 장소를 찾아 10년전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식당에서 필요로 하는 음식재료 일체와 냅킨등 각종 소모품을 취급하는 이 업체의 송성태(52) 대표는 “언론사에서 영업직으로 근무하다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미국 햄버거식당에 주로 납품했는데 타운에 아는 사람이 많은 점을 십분 활용하다 보니 한인식당을 주고객으로 삼게 됐다”고 말했다.
송대표는 “인근에서 영업하던 4,000~5,000 스퀘어피트 규모의 한인 중형마켓 3개가 90년대초에 망하고 대형 히스패닉 마켓 2개가 새로 생겼다”고 그 동안의 변화를 전했다.
피코와 크렌셔 인근에 자리잡은 ‘안스 오토&바디’는 83년에 문을 연 업소. 데이빗 안(48) 대표는 매형이 운영하던 이 업소에서 근무하다 지난 90년 업소를 인수했다.
안대표는 “이 지역의 정비센터와 바디샵이 업소 초창기보다 다소 감소했다”며 “공청회등 시정부 인허가 과정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르메니안들이 운영하던 피코길의 15개 자동차업소가 허가없이 영업하다 적발돼 최근 문을 닫았다.
안대표는 “타운의 다른 업소들처럼 경기가 안 좋긴 하지만 단골 고객이 많아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쓸쓸했던 거리, 한인 유입늘며 활력넘쳐”
‘피코 만물가구 백화점’ 박정배·영실씨 부부
한인·히스패닉 고객 7:3비율
1980년부터 피코길에 둥지를 튼 ‘피코 만물가구백화점’은 이 지역 최고령 한인업소중 하나다.
주인 박정배(68)·박영실(68)씨 부부는 이민 온 이듬해인 1978년에 3가와 뉴햄프셔 코너에서 중고 및 골동품 가구와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시작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게 이름이 그 때부터 피코만물상이었다는 점. 처음에는 서민들이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구와 가정용품만을 취급하다가 점차 취급품목을 새로운 가구로 확대했다.
피코 만물가구백화점은 그로부터 2년 후인 1980년에 이름에 걸맞게 현재의 장소인 피코 블러버드와 뉴햄프셔 애비뉴 코너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가구점을 제대로 하는데 필수적인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였다. 물론 매달 리스로 돈을 날려버리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크게 작용했다. 박영실씨는 “처음 들어 왔을 때는 동네가 좀 험악하고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한인들이 하나 둘씩 진출, 코리아 타운을 이루면서 피코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는 “초창기에는 타인종 고객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한국에서의 이민이 급증하면서 한인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한인과 히스패닉 고객간 비율은 대략 70대30. 한인중에는 라디오 광고를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히스패닉중에는 입선전을 듣고 오는 이들이 많다.
“인도네시아, 한국등 해외 각국을 두루 다니면서 직접 물건을 구매한다”고 밝힌 박씨는 “자체 건물을 소유하고 있고 아들과 딸이 함께 일하는 가족 비즈니스여서 불경기를 견딜 만 하다”고 전했다.
<김장섭·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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