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견주는 것은 어설프고 얼토당토않으며 불경스런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
예수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온 영적 지도자인데 비해 노 당선자는 인류 구원이란 개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제한된 시기에 좁은 땅을 이끌 지도자에 불과하다. 예수는 모든 인간에게 진리를 설파했지만 노 당선자는 한국인의 복리증진을 위해 골몰해야 할 현실 정치인이다.
예수는 젊은 시절 넓고 색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당시 정신적으로 심오했던 지금의 인도 또는 티벳 지역으로 순례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적지 않은 종교서적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미국을 비롯한 현세의 ‘큰 나라’를 경험하지 않았다.
크리스천에게 ‘밥’보다 소중한 것으로 여겨지는 성경은 영원한 베스트셀러다.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등 몇 권의 책이 최근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지만 아무리 길게 잡아도 5년을 끌지는 못할 것이다.
예수는 가정을 꾸리지 않고 심신을 오로지 인류 구원에 바쳤지만 노 당선자는 평범한 가장이다. 예수는 생전부터 예언된 인물인 데 반해 노 당선자는 갑자기 부상한 인물이다. 예수는 세상 끝날 날까지 숭앙 받을 것이 확실하지만 노 당선자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이렇듯 예수와 노 당선자를 대비하려면 한이 없을 게다. 하지만 예수와 노 당선자에겐 비슷한 점도 있다. 우선 주위의 경계의 눈초리가 그것이다. 예수는 사회 원로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는데, 노 당선자도 보수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견제를 받고 있다.
예수는 잘못된 신앙과 위선으로 가득한 사회를 바로잡으려 했고, 노 당선자도 사회 전반에 걸쳐 변혁을 도모하고 있다. 원래 ‘확 바꾸는 일’이 그러하듯 예수와 노 당선자의 ‘혁명’은 불안을 낳을 공산이 크다.
예수와 노 당선자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민초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예수가 병들고 가난하며 버림받은 자들을 보살폈듯이 노 당선자도 사회적 강자보다 약자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수는 약 3년의 짧은 ‘공생활’을 통해 바른 삶과 신앙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노 당선자는 이보다 조금 긴 5년을 보장받았지만 2,000년 전과 지금의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노 당선자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다. 개혁을 추진하기에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예수의 진리 설파는 당대 종교지도자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노 당선자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일단 의회에서도 다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개혁호의 난항을 예상할 수 있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데도 예수는 타협을 하지 않았다. ‘진리’를 굴절시키지 않고 십자가에 못박힘을 자초했다. 노 당선자도 타협보다는 ‘원칙대로’ 정국을 운영할 태세라 아무래도 대결구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임기를 마칠 것 같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오해를 사고 ‘적’을 만든 것도 유사하다. 예수가 성전 건물을 바라보며 “저 돌들이 어느 하나도 제 자리에 그대로 얹혀 있지 못하고 다 무너지고 말 것이다”는 말로 원로들의 분노를 산 것이나, 노 당선자가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다 깽판 쳐도 괜찮다”는 말로 곤욕을 치른 것은, 발언내용의 심오함을 제쳐두고 모양새만으로 보면 흡사하다.
곧 있을 노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에 LA 한인 16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맹목적인 흠모까지는 아니더라도 노 당선자가 받아야 할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점수를 후하게 줄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예수와 노 당선자를 비교한 것은 참석자들의 냉정한 시각이 요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거의 한인사회 지도급 인사들이다. 아무리 자비로 간다고 해도 그저 즐기는 축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미’ ‘미군철수’ ‘북한 공작원사건’ 등과 관련한 미국의 분위기를 한국에 가감 없이 전달하고 노 당선자의 정책의 맹점을 과감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고위 당정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새 정부의 바람직한 대북한, 대미정책의 일단을 입력시키고 재외동포재단 이사장과의 회동에서는 미주한인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전향적인 교포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한인사회에 대한 본국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도록 노력하고, 한국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해 귀국 후 전달할 책무도 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민간 외교사절’이란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 봉 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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