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수록 재투자·노사신뢰로 불황돌파”
“다운타운에서 16년간 도시락배달을 해왔지만 지난 해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 배달을 해오던 온 업체중 10%이상이 문을 닫았고, 도시락 주문량은 30%이상 줄었다”
다운타운 한 도시락 배달업자의 하소연이다. 소비위축과 수입 저가제품의 홍수 속에 다운타운 의류업계가 2년째 고전하면서 파산이나 폐업 업체도 늘면서 특히 다운타운 의류업계의 생산 피라밋 속에서 가장 밑바닥에 해당하는 봉제업계가 느끼는 체감 경기침체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탄탄하게 내실을 다지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한인업체들도 있다. 한인봉제협회가 추천을 받아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한인봉제업체들을 선정, 그들의 경기침체 극복 전략을 들었다.
청바지 전문업체 ‘E&C Fashion’ ·대표 배 무한
“과감한 투자 호경기 준비”
“임시변통으로 일감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최악이었다는 지난해 우리 업체는 45만달러 상당의 자동커터기 2대를 구입했고 공장작업환경을 개선했다. 불경기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다가올 호경기를 맞이할 수 없다”
불경기 속에서도 은행빚 제로, 업주 비자금 제로를 선언한 E&C사 배무한사장이 말하는 불경기 극복법이다. 경기가 최악이라던 지난해에도 청바지 1,600만장을 생산해 연간 매출 1,50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이회사는 재투자로 어려움을 극복해가고 있다.
수 십만달러짜리 자동기계를 도입했는가 하면 공장 작업환경을 대폭 개선해 먼지 날리는 여느 봉제공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모든 수익을 회사구좌에 입금시켜 비자금이 없다는 배사장은 “회사와 업주가 공동운명체가 돼야 종업원들도 회사를 위해 일하게 된다”면서 “연말에 고전했지만 종업원들이 회사를 신뢰하듯 회사도 잠시 어렵다고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시로 회사이름을 변경하는 업계의 관행과는 달리 13년째 같은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주정부로부터 200만달러의 택스크레딧을 받을 만큼 탄탄한 재정상태를 유지해 고금리의 팩토리알은 물론 은행융자도 쓰지 않는 회사로 유명.
이 회사는 올 매출을 2,000만달러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 현재 아베크로비치와 알레마니익스체인지 등에 청바지를 납품하고 있는 이 회사는 2월중 유명 의류소매업체와의 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어 2,000만달러 목표달성은 무난하리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재투자가 없었다면 이 계약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배사장은 더 넓은 부지로 공장을 이전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중이라고 귀띔한다.
스포츠웨어 전문업체 ‘Emerald’ ·대표 유 상근
“주류시장으로 눈돌려야”
“다운타운에서 한인 업체들끼리 제살 깎아먹기 식 경쟁은 하고 싶지 않다. 품질을 인정받으면 정당하게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노동법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그래야만 주류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지난 연말 공장 카페테리아 지붕을 수리하다 떨어져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던 Emerald사 유상근 사장은 아직 완쾌되지 않았지만 6일만에 부상에서 깨어난 후 사업의욕이 더 생긴다면서 아직까지 불경기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니어 티셔츠와 스포츠웨어를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몇 년 전부터 뉴욕에 회사전용 쇼룸을 운영하면서 연 매출 250만달러 전량을 뉴욕의 유명 소매업체들에 납품하고 있어 다운타운 의류봉제업계의 불경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유사장은 “11명의 노동청 감사관들이 불시에 들이닥쳤어도 한 건의 노동법위반사항을 찾아 내지 못할 만큼 노동법을 100% 준수하고 있어 스웨트샵방지법(AB 633)에 전혀 영향받지 않는다”고 한다.
“규정을 준수한 만큼 하청업체지만 제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그는 “에메랄드사가 유명브랜드 업체에 전량을 납품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한인업체들이 대량 감원하고 있는 요즘 이 회사는 공장을 풀가동하고도 물량을 소화하지 못 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어메리칸 이글사 국내생산량의 20%를 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또 다른 대형 계약을 준비중이다.
세금과 노동문제에 떳떳해야 주류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유 사장은 지금까지 지켜온 신용과 품질을 바탕으로 올해는 의류제조업까지 진출할 사업확장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성복 전문업체 ‘Rio’ ·대표 허 만평
“회사-종업원 한마음으로”
“지독한 불경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있다. 무리하게 저가계약으로 저임금을 무기로 사업하고 싶지 않다. 납기일과 품질에서 거래업체에 신용을 지키고 인간적인 대우로 종업원들의 신뢰를 쌓아가면서 불경기를 이기겠다”
다운타운 힐스트릿의 한 고층빌딩에 공장이 있는 파티드레스와 여성블라우스 업체인 리오사 허만평 사장은 히스패닉 종업원들에게는 형님 같고 오빠 같은 사장님. 종업원들을 나무랬다가도 금방 다독여주는 주는 모습을 보면 이 회사가 9년동안 단 한번도 노동문제가 없었던 것이 이해가 간다.
유사장은 “작년 한해 동안 불경기로 일감이 1/3까지 주는 등 크게 고전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을 감원해야할 때가 말하기도 힘들고 위로하기도 힘들었는데 오히려 그 직원들이 날 위로했다”면서 “그 직원들에게 하루빨리 일자리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는 종업원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신조라는 허사장은 회사가 고전하고 있어 내세울 것도 없다고 겸손해 하지만 이 회사는 불경기 속에서도 꾸준히 연매출 130만달러를 올리고 있는 견실한 중견업체. 불경기속에서 회사가 견딜 수 있는 것은 종업원들이 회사를 신뢰해주기때문이라며 허사장은 “히스패닉 종업원들이 고맙다”고 말한다.
불경기에다 계절적 요인까지 겹친 12월부터 3월까지의 요즈음이 봉제업체에는 가장 힘든시기.
다른 업체가 따라올 수 없는 리오만의 품질과 신용으로, 종업원들과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불경기를 헤쳐나가 더 이상 종업원들을 감원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리오사 허만평 사장이 말하는 소박한 불경기 대처법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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