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시 대통령의 말하는 스타일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연이 닿을만한 가능성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해 5월 실리콘밸리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로 나선 빌 사이몬을 위한 모금 오찬연설에서 부시 대통령과 악수를 한 번하고 말 몇 마디를 나눠본 적이 단 한번 있을 뿐이다.
연설이 끝나고 부시 대통령은 실리콘밸리 지역 공화당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바삐 연설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대통령과 가까이 하려는 수많은 인파속을 비집으며 나는 큰 용기(?)를 내어 "미스터· 프레지전트"하며 소리쳤다.
부시 대통령은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나는 한국일보 소속 아무개 기자라고 나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내 질문이 뻔하다는 듯 나의 얘기를 들을 필요도 없이 한반도에 관해 무척 관심이 있으며 특히 미주 한인 교포사회가 크게 발전해가는데 놀랐다고 말했다.
또 10여년전 4.29 폭동때 한인들의 고통도 많이 이해한다고 덧 붙였다. 영어를 잘못하는 사람들도 알아듣기 쉽게 간단명료한 말이었다.
이렇듯 면전에서 서너마디 말을 건네 본 것이 내가 직접 부시대통령을 만나본 모두다.
그러면서도 내가 부시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는 남들은 그이 말이 촌스럽고 어눌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의 표현이 솔직·담백해서이다.
바로 前의 클린턴 대통령과 말솜씨를 비교해 볼 때 부시 대통령이 밀린다는 데에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 포럼에서 북핵문제를 논제로 연설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만약 약간의 석유와 식량, 그리고 그들이 도발해 우리의 공격을 유발할 경우에는 무효가 되고 말, 일정정도의 불가침 조약이라는 대가가 필요하다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시설 해체에 동의한다면 실제적인 경제적 이익이 되는 제안을 되살릴 수 있다"라고 말한 것과 비교해 볼 때 클린턴 전대통령의 말은 얼마나 이해하기가 어려운 외교적 연설인가?
그래서인지 나는 부시 대통령의 미사여구로 포장되지 않은 표현법을 좋아한다.
또하나 있다.
부시 대통령이 고어 민주당 후보와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었을 때 9가지 분야를 놓고 두 사람을 비교했던 사실이 떠오른다.
정치·외교·경제… 모든 면에서 부시 대통령은 고어 후보에 뒤졌다.
단 하나, 신뢰성에서는 고어 후보를 앞질렀던 기억이 난다.
그 신뢰성 하나가 그를 美國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말을 너무 돌려 비유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신뢰성과 연관이 있을 듯 싶다. 돌려 돌려 말하는 외교적인 수법의 표현이 아니라서 나는 부시 대통령의 표현을 좋아한다.
앞으로 취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그의 투박한 말투로 자주 구설수에 오른다.
노 당선자의 말대로라면 그의 표현법이 직설적이라서 그런다고 한다.
* * *
지금 한국에서 인터넷에 뜨고 있는 네티즌들의 글에는 反부시에 反美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부시 대통령을 촌×, 재수없는 ×, 말도 제대로 못하는 부시 넘, 등등으로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美國에 와 살고 있지만 한국의 지도자와 국민들의 정서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을 수 없다.
미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 특히 한반도가 관련되어 있어, 이곳 우리 한인사회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한국 네티즌들의 反美운동에 자제를, 신중을 기해 줬으면 하는 이곳 동포들의 조심스런 우려는 우리의 몸이 미국에 있다는 죄(?)로 별 설득력을 못 얻는 것 같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과거의 동·서 냉전 구도가 아니다. 쉽게 표현해 이제는 美國과 친하냐 아니냐로 구분되는 것 같다.
美國에 빌붙어 살라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국익을 위해서는 실익 외교라는 것을 택해야 한다는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자일 때 "미국 한 번 안 간게 무슨 잘못이냐?" "反美면 어떠냐?"라고 말한 것 때문에 논란이 일었었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하고 한반도에서 미국이 떠나야 통일이 된다고 외치는 일부 소위 2030 세대에게는 이 말이 큰 인기몰이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美國에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실제 한국은 아직도 미국과의 관계가 필요한 나라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듯 싶다.
경제·안보등 우리의 힘만으론 아직 역부족이다.
전문가가 아닌 나도 국제정치의 현실은 우리가 홀로서기에는 분명 우리 역량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노무현 당선자가 개인의 의견이나 듣기에 그럴듯한 말들을 툭툭 던지며 인기에 영합하는 것 보다는 국민의 안전과 경제발전등을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인기에 영합하는 말은 현실과 크게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요 며칠전, 노무현 당선자가 한미 연합군 사령부를 방문해 방문록에 "We are good friends"라고 적은 것은 反美분위기를 뒤늦게마나 자제토록 하고, 불안한 한미공조를 예전대로 복원시킬 수 있는 시그널이 되기를 바래본다.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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