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XXXVII(37)은 잔 그루덴 감독을 모셔와 마침내 NFL 결승 진출의 꿈을 이룬 탬파베이 버카니어스와 그루덴 없이도 잘 나가는 오클랜드 레이더스의 ‘운명의 일전’으로 벌어지게 됐다.
전형적인 ‘창’과 ‘방패’의 대결. ‘올해의 수비수’ 데릭 브룩스가 이끄는 버카니어스와 올 NFL MVP 리치 개넌(쿼터백)을 앞세운 활화산 오펜스의 레이더스는 20일 각각 필라델피아 이글스와 테네시 타이탄스를 누르고 오는 26일 샌디에고 퀄컴 스테디엄에서 만나는 충돌코스에 올라섰다. NFC 결승에서 열세가 예상됐던 버카니어스는 이날 적지에서 이글스를 27대10으로 꺾어 구단 사상 첫 수퍼보울 진출의 감격을 누렸고, 레이더스는 AFC 결승에서 3년전의 준우승 팀인 타이탄스를 41대24로 완파하고 19년만에 다시 수퍼보울 무대에 올랐다.
◎AFC 결승
레이더스 41-24 타이탄스
불꽃튀는 쿼터백 대결의 승리는 정규시즌 MVP인 레이더스 쿼터백 리치 개넌에게 돌아갔다. 개넌은 20일 타이탄스와의 홈경기에서 터치다운 패스 3개에 러싱 터치다운까지 곁들이며 팔로는 286야드, 발로는 41야드 전진의 37세 나이가 무색한 맹활약을 펼쳤다.
타이탄스 쿼터백 스티브 맥내어(194야드 패싱·67야드 러싱)도 터치다운 패스 1개에 러싱 터치다운 2개를 뽑아내며 계속 ‘멍군’을 불렀다. 타이탄스는 제프 피셔감독이 원하던 대로 레이더스가 터치다운을 터뜨릴 때마다 곧바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타이탄스는 해프타임 직전 턴오버(Turnover) 2개를 범한 것이 치명타였다. 바로 이때 타이탄스의 펌블 2개가 레이더스의 10점으로 환산되며 승부가 갈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탄스는 2쿼터에서 레이더스 오펜스를 완전히 차단하며 17대14로 역전, 승세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전반종료 1분전 러닝백 로버트 홀컴과 킥오프 리턴맨 잔 사이먼이 거푸 펌블로 레이더스에 공격권을 넘겨줘 경기는 17대24로 다시 뒤집혔다.
3쿼터까지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박빙으로 진행되던 승부는 27대24로 시작된 4쿼터에 들어 레이더스쪽으로 폭삭 기울어졌다. 개넌의 러싱터치다운으로 34대24로 달아난 레이더스는 경기종료 4분전 잭 크로켓의 터치다운으로 타이탄스의 추격을 완전히 뿌리쳤다.
레이더스를 버리고 떠난 그루덴 감독과 그로 인해 레이더스를 떠맡게된 빌 캘라핸(45) 감독. 둘의 결승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NFC 결승
버카니어스 27-10 이글스
버카니어스는 지난 오프시즌 레이더스에 신인 드래프트 1∼2라운드 지명권 4개와 현금 800만달러 등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그루덴 감독을 모셔왔다. 디펜스는 항상 리그 최강이라 ‘오펜스의 천재’ 그루덴 감독의 전술만 더하면 결승 진출은 문제없다는 계산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버카니어스는 20일 ‘필라델피아의 악몽’에서 탈출하며 구단 사상 첫 수퍼보울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더운 기후에 익숙한 버카니어스는 지난 2년 연속 필라델피아의 안방에서 플레이오프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지만 그루덴 감독의 전술과 이번만은 질 수 없다며 일부 선수들이 반소매 옷을 입고 출장한 투혼이 승리를 뽑아냈다.
버카니어스는 경기 시작 1분도 안돼 터치다운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곧바로 전열을 재정비해 1쿼터 종료 직전 10대7로 승부를 뒤집었다. 리드를 잡았으니 실수만 안 하면 이긴다고 착각한 이글스는 리시버들이 디펜스의 틈을 찾아내면 쿼터백 다나븐 맥냅의 패스가 빗나갔고, 패스가 정확하면 리시버들이 공을 떨어뜨렸다. 맥냅은 또 숏패스를 받기 어렵게 너무 세계 던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정확하게 찔러주는 롱패스는 터트 핑스턴과 안토니오 프리만 등 리시버들이 받아내질 못했다.
이날 경기의 MVP는 버카니어스의 쿼터백 브래드 잔슨과 코너백 론데 바버였다. 잔슨은 플레이오프에만 오르면 터치다운을 올리지 못하던 버카니어스 오펜스를 2차례 엔드존으로 이끌었고, 경기 내내 이글스 리시버들을 꽁꽁 묶었던 바버는 4쿼터 중반 엔드존의 문을 두들기던 이글스 쿼터백 맥냅의 패스를 가로채 92야드 인터셉션 터치다운 리턴으로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이규태 기자> 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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