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되면 한인교회들의 한해 살림규모를 조사하곤 한다.
올해 알아본 몇몇 큰 교회들의 예산은 다음과 같다. 나성영락교회 812만달러(전년도 608만달러), 남가주사랑의교회 869만달러(788만), 베델한인교회 650만달러(550만), 동양선교교회 690만달러(425만), 사랑의빛선교교회 350만달러(300만), LA한인침례교회 330만달러(300만), 나성한인교회 250만달러(246만), 온누리교회 420만달러(340만), 나성열린문교회 520만달러(400만)...
써놓고 보니 참 어마어마하다. 불과 몇개 대형교회들의 예산만 합쳐도 5천만달러가 넘으니 남가주 1,000여 교회, 아니 북미주에 산재한 3,000여개 교회들에서 일년동안 들어오고 나가는 돈을 합치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올해도 대부분의 교회들은 예산을 상당액 올려서 통과시켰다. 요즘 경기가 몹시 좋지 않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매상이 줄었다고 울상들인데 교회들만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 어떤 교회의 주보에는 올해 예산을 10~15% 증액했으니 거기에 맞춰 교인들도 헌금을 더 많이 내기 바란다고 적혀 있다. 기업도 아닌데, 목표액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 올려달라는 요구는 좀 이상하다. 헌금은 순전히 자발적으로, 형편에 맞게 하는 것 아닌가?.
주님의영광교회(담임 신승훈 목사)는 매년 200만달러에 달하는 재정을 집행하지만 연초에 예산을 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한 해동안 들어올 수입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또한 불필요한 지출을 막기 위해서, 예산을 세우지 않고 매달 들어온 헌금 수입에 맞춰 지출계획만 세운다”는 것이 교회의 설명이다.
‘불필요한 지출’이란, 예산을 만들때 교회의 각 부서들이 서로 더 많이 타내기 위해 노력하고, 연말에 돈이 남으면 흥청망청 써버리는 일을 말하는 것 같다. 그건 기업이나 정부 부처에서 있는 못된 관행이지, 교회에서 벌어져야 할 행태는 아니라고 본다.
서울 주님의교회에서 목회했던 이재철 목사도 10년동안 한번도 예산을 세워본 일이 없다고 그의 저서 ‘회복의 목회’를 통해 술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회는 기업이 아니요, 헌금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얼마의 헌금을 허락하실지 아무도 모르는 판에 어떻게 예산을 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순전히 인간의 추정에 의해 예산을 편성하고, 그 예산에 따라 헌금을 독려하고 집행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헌금의 주인 되었음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이 교회는 예산서는 없었지만 결산만은 석달에 한번, 기업수준으로 철저하게 했다고 기록돼있다.
교회는 예산을 세우기보다 결산에 더 철저해야 할 것 같다. 매년말 공동의회에서 이루어지는 결산보고가 주먹구구며 형식적일 뿐이라는 사실은 다 아는 얘기다. 아무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으니 영수증 없는 지출이 상당액에 달하는 것이다.
바로 작년말에도 남가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 대형교회가 재직회때 결산 통과를 놓고 한참 시끄러웠다. 목사가 명분없이 처리한 돈이 너무 많아 계산이 안 되더란 것이다. 전년까지만 해도 ‘기도하고 은혜롭게 통과시키자’고 하면서 넘겼는데 이번에 ‘목에 방울을 단’ 교인이 감사해보니 차액이 수십만달러나 나와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결산때 잔고가 많으면 ‘성도들 보기에 좋지 않다’하여 훨씬 적게 발표하는 관행도 한국교회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교회에 돈이 많이 남아있으면 헌금이 잘 안 걷히기 때문이란다. 돈 때문에 교회들이 거짓말도 한다.
얼마전 모 교회의 성도가 하소연을 해왔다. 결산 내용에 정확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이를 지적하고 앞으로 외부 감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더니 ‘귀신 들렸다’고 몰아세우더란다. 아직도 이런 식의 ‘영적 협박’이 통하는지 정말 한심스럽다.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계산을 ‘은혜’로 덮으려하나. 교회일을 따지려고 하면 ‘믿음이 없다’든가 ‘마귀 역사한다’고 둘러대는 것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돈을 걷어 누군가 운영해야 한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감시하고 감사해야 마땅하다. 인격체나 영적 존재가 아닌 돈은 ‘은혜롭게’ 처리해야할 그 무엇이 아니라 정확히 계산하여 사용해야할 대상이다. 개혁의 물결을 타고 있는 한국의 몇몇 교회들은 매달 재정보고를 아예 인터넷상에 올리고 있다. 남가주에서도 투명하고 정직하게 하는 교회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성도들의 피같은 헌금이 쓰여지는 일은 예산을 세우는 일보다 훨씬 더 철저해야 한다고 믿는다.
정숙희<특집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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