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연휴… 온가족 ‘눈 나들이’
튜브-포대도 올라타면 신바람 썰매춘삼월이면 꽃으로 물드는 산으로, 여름이면 물 좋다는 계곡을 찾아, 가을이면 갈대밭 넘실대는 들판으로, 겨울이면 흰 눈 나풀대는 곳까지. 가족을 가족이게 하는 것은 추억이다. 이 담에 자녀들 다 자라 시집 장가가게 될 무렵, “그 해 겨울, 네가 눈밭에서 넘어졌을 때...” 하며 추억할 게 없다면 하숙집 동료보다 나을것이 없지 않을까. 확실히 남가주의 겨울은 따뜻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보면 하늘과 맞닿은 산꼭대기에는 구름으로부터 채 탯줄이 끊기지 않은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조금만 다리 품을 팔면 LA의 겨울은 온통 은빛인데. 뽀드득 하얀 눈을 밟으며 코끝이 쨍한 차가운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놓고 밤에는 따뜻한 눈 위에 드러누워 하늘의 별을 세며 리조트의 벽난로 앞에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차를 홀짝거리지 않고 겨울을 지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겨울이 다 지나기 전, 금년도 첫 연휴를 맞아 하얀 추억을 만들러 길을 떠나보는것도 좋을 것 같다.
LA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스노 밸리와 빅베어 호수 인근에는 눈이 소복해 알프스가 부럽지 않다. 눈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 꼭 스키와 스노 보드만은 아닐 터이다.
나무 판자를 못으로 박아 만든 썰매로 씽씽 얼음을 가르던 기억은 즐겁다.
스노 밸리 마운틴 리조트(Snow Valley Mountain Resort)의 눈 놀이터(Snowplay), 빅베어 호수 인근의 알파인 슬라이드 매직 마운틴(Alpine Slide at Magic Mountain)에 오니 검은 색 튜브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온 가족이 말 그대로 하나가 되어 서로를 부여잡고 환호성을 지르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리는 장면은 바라보기만 해도 정겹고 신이 난다.
LA인근 눈썰매 탈 수 있는 곳
▲스노 밸리 마운틴 리조트(Snow Valley Mountain Resort)의 눈 놀이터(Snowplay)는 가족들이 눈 놀이를 하며 썰매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주7일 오전 10시-오후4시까지 오픈 한다.
이용 티켓은 썰매를 대여할 경우 17달러, 썰매를 대여하지 않을 때는 12달러, 5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티켓은 게스트 서비스 옆의 스포츠 장비점 2층에서 구입할 수 있다.
10번 E. → Hwy. 30 N. → Hwy 330 E.를 타고 산 쪽으로 향하면 Running Springs 시에 들어서 이 길이 Hwy 18로 바뀐다. 이 지점으로부터 약 5마일 앞에 스노 밸리 마운틴 리조트가 나온다. 35100 Highway 18 Running Springs, California 92382.
문의 (909) 867-2751. 웹사이트, www.snow-valley.com.
▲스노 드리프트 겨울 공원(Snow Drift Winter Park)은 남가주에서 가장 오래 된 썰매 공원이다. 오픈 시간은 주중 오전 10시-오후 4시, 토·일요일은 오전 9시-오후5시. 티켓은 시간당 8달러이며 신장 36인치 이하의 어린이는 부모와 동반 시 무료다. 주중 15인 이상 단체는 1주 전 미리 예약할 경우 3시간에 8달러라는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10번 E. → Hwy. 30 N. → Hwy 330 E.를 타고 산 쪽으로 향하면 Running Springs 시에 들어서 이 길이 Hwy 18로 바뀐다. 이 지점으로부터 약 4마일 앞, Snow Valley Ski Resort 1마일 전에 위치한다.
문의 (909) 867-2640. 웹사이트, www.snowdrift.net.
▲알파인 슬라이드 매직 마운틴(Alpine Slide at Magic Mountain)은 빅베어 호수 인근에 위치한 사계절 리조트로 주7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금·토요일에는 오후 5-9시까지 야간 라이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티켓은 하루 종일 18달러. 야간 라이드는 12달러로 튜브 대여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알파인 슬라이드는 1회에 4달러, 5회에 18달러. 2-6세의 어린이는 부모와 동반 시 무료다.
10번 E. → Hwy. 30 N. → Hwy 330 E.를 타고 산 쪽으로 향하면 Running Springs 시에 들어서 이 길이 Hwy 18로 바뀐다. 빅베어 레이크 댐을 만나 우회전해 4-5마일 더 전진하면 오른쪽으로 나온다. Hwy 18 Big Bear Lake, California 92315
문의 (909) 866-4626, 4627. 웹사이트, www.bigbear.com/ alpineslide.
썰매를 타기 위해 매직 카페트에 올라 바라보는 산하는 눈 닿는 곳 모두가 은빛, 흰 눈 속에 파묻힌 기분이다. 고도가 높아지니 제법 차가운 공기가 코끝에 상큼하게 와 닿는다. 올 겨울 내내 입을 기회 없을 줄 알았던 오리 털 자켓이 찬바람을 막아주는 게 여간 고맙지 않다.
목도리며 모자, 장갑으로 중무장하니 마음은 동계 올림픽 자주 열리는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에라도 온 것 같은 기분.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 추락을 위해 우리가 선택한 날개는 아버지가 만들어주셨던 나무 썰매가 아닌 대형 튜브 썰매. 내려가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앞에 앉은 가족을 꼭 끌어안으며 살면서 너무 익숙해져 이제는 잊고 살았던 체취를 심호흡한다.
처음 산꼭대기에 서면 제아무리 겁 없는 이라 할 지라도 망설임이 생긴다. 처음은 항상 힘든 법이니까.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눈 질끈 감고 내려오는 것. 일단 미끄러져 내려오면 “우와! 그래, 이거야!” 싶다. 바람을 가르며 활강해 내려오는 짜릿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스릴로 가득하다.
검은 튜브 썰매 말고도 가족의 겨울 추억 만들기에 아주 좋은 것은 포대자루 타기. 꼭 한 말 짜리 정부미를 담았던 쌀 포대 모양이다. 온 가족이 그 안에 들어가 눈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오면 누가 간지럼을 태운 것도 아닌데 까르르, 까르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행복은 바구니 안에만이 아니라 포대 안에도 가득한 것이었다.
몇 차례 언덕을 질주하다 보면 그것도 몸 움직인 거라고 기분 좋은 피로감이 몰려온다. 집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얼었던 몸이 녹으며 곯아 떨어진 가족들의 사랑스런 모습은 이 겨울 우리들 기억 속에 찍힌 가장 아름다운 스냅 사진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산장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이 정도 나들이만으로도 LA의 겨울은 하얀 추억으로 가득해진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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