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13일을 전후해서 미국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을 전 미국에 전개하고 있다. 미국과 조국정부에서 100주년의 해를 선포하고, 새해 1월1일 세계 5억 인구가 본다는 114년 전통의 로즈 퍼레이드에 우리 꽃차를 출품하고, 지난 100년의 역사를 기록한 각종의 책과 학술발표회를 곳곳에서 가지고 있다. 이만한 행사와 잔치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가슴 뿌듯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백년에 대한 청사진이 안 보인다.
100년은 한평생의 긴 세월을 말한다. 젊은 남녀가 결혼하여 평생을 아름답게 지내자는 언약을 백년가약이라 하고, 먼 장래를 내다보며 큰 계획을 백년대계라 말한다. 지난 세월을 훑어보면 우리 이민 선조들은 여러 가지 처지로 인해 백년계획을 생각할 겨를이 없이 떠났다, 그로 인해 그들의 직계나 70년대 이민 온 우리 1세대들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정립된 것이 없어서 중구난방이다. 백년대계라도 완전할 수는 없다.
지금 우리 이민 1세들 중에 아메리칸 드림으로 인해 물질 소유욕에 빠져 귀중한 것을 잃고 있는 이들이 많다. 자녀교육과 차세대 지도력 개발의 중대한 과제가 뒷전에 밀리고 있다. 인성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자녀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런지 가치기준을 몰라 방황하고 있다.
생활이 안정되었는데도 더 큰 욕구 충족이나 돈벌이에 바쁜 부모들은 인간관계를 등한시하여 심한 불화로 가정에는 이혼소동이 일어나고, 사회에는 동포끼리 서로 반목하고 싸운다. 1세와 2세와의 세대 차이와 갈등은 생각보다 훨씬 심하다. 소위 사회 및 종교 지도자들 중에는 개인의 이기심을 충족시키다가 미국 법정에 서는 부끄러운 케이스도 빈번하다.
사실 우리 이민 1세는 몸에 젖은 낡은 관행 때문에 미국 합리주의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전문가들의 연구가 시급하다. 또 단일민족 문화의 관습에 젖은 우리가 미국의 다민족 사회에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할지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를 기록하는 역사책과 축제로 흥분만 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앞날의 장기대책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우리 한인들은 단기 프로그램에는 익숙하다. 보통 사회 단체장의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2년간의 청사진을 그리게 마련이다. 단기계획은 1회용 행사 위주다. 매년 계속되는 주요 행사가 있다 하더라도 전시 효과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장기계획은 영속적이고 사회 전체를 보는 청사진이다. 방향과 차세대 지도력 개발을 포함한 성장과 사회 변화에서 오는 기회 포착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방향과 성장은 그 개념상 결국 개체 단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한인사회의 전체와 관련된다.
우리는 장기계획을 통해서 첫째로 현재의 세계와 국가와 지역의 상황을 평가해서, 한인사회의 목표와 철학을 정립하고, 둘째로 몇년 동안 목표가 얼마만치 달성됐는지 달성의 정도를 측정하고, 셋째로 정한 목표와 현재상황을 비교하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넷째로 장기계획 프로그램을 확정하고 채택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리는 다행히 이를 연구할 수 있는 한인 학자들이 미국에 많다. 2000년에 발간한 북미 한인 대학교수 총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대학에 교수직으로 있는 한인 교수가 1,900여명이나 된다. 이 엄청난 인적 자원을 활용하지 않고 100주년의 해가 되는 2003년을 그냥 지나가면 후세들에게 죄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가 많은 시행착오로 치른 비싼 대가와 에너지 낭비는 우리 세대에 족하다. 우리가 자손들이 더욱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도록 길을 닦아주는 장기계획을 연구하는 사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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