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이 직접 파는 ‘파머스 마켓’ 오렌지카운티에 18개
야채, 과일등 농산물이 주종, 수공예품등 취급 품목 다양
기분이 우울할 때 시장에 가 한바퀴 돌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살맛이 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형형 색색의 싱싱한 과일과 채소, 펄떡이는 생선, 윤기나는 그릇들에 배어있는 상인들의 땀과 삶의 애착이 가득 차 있는 시장통 공기에 누구나 하릴없이 전염되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한국에서도 사라져 가고 있는 그 재래 시장의 맛과 생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파머스 마켓’이다.
딸기, 체리, 포도, 수박등 여름 과일들이 본격 출하되는 5~8월이면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는 남가주 곳곳의 파머스 마켓중 LA 3가와 페어팩스의 파머스 마켓은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현재 오렌지카운티에는 ‘서티파이드 파머스 마켓’이 18개가 있다고 오렌지카운티의 농업 진흥청 격인 팜 뷰로의 서티파이드 파머스 마켓 담당 매니저인 트리시 해리슨은 말한다. 그중 팜 뷰로가 관장하는 것이 8개고 나머지는 개인이 운영하는데 규모가 가장 크기로는 어바인이 꼽힌다.
UCI 캠퍼스 건너편 어바인 센터 파킹랏에서 9년전부터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하오 1시까지 열리는 어바인 파머스 마켓은 2주전만 해도 92명의 벤더들로 붐볐지만 연말 대목이 끝난 지금은 8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중 50~55명이 자신이 재배한 작물을 가지고 와서 파는 농부들이고 직접 구워 온 빵을 파는 이, 자기가 돌보는 벌집에서 뜬 꿀, 키우는 닭이 낳은 알, 자신이 재배한 꽃, 화분, 달걀, 전 세계에서 수입한 차, 커피를 직접 볶아 주는 이, 케틀콘을 파는 이도 있다.
또 집에서 손으로 만든 파스타, 아버지가 배타고 바다로 나가서 잡아왔다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를 파는 젊은이, 손수 나무를 깎아 만들고 색칠한 장난감, 시가 박스를 이용해 만든 핸드백등 수공예품을 파는 이도 있다. 한인으로는 테하차피에서 키운 사과를 파는 케빈 송씨와 자신이 키운 분재와 대나무를 파는 마이클 김씨도 있다.
“어바인이 인구 구성이 다양하고 아시아계가 많이 살아 다양한 벤더를 유치하려고 노력한다”는 해리슨은 토요일의 4시간동안 평균 3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어바인 마켓에는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벤더들이 줄을 서 있다고 말한다. 이곳은 상인들이 자진 신고한 당일 매출의 7.5%를 자리값으로 징수해 농업 진흥을 위해 사용한다.
‘서티파이드 파머스 마켓’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곳에서는 각 카운티가 발행한 증명을 가진 농부만이 농작물을 팔 수 있다. 품목도 증명서에 직접 재배하는 것으로 기재된 작물만 팔 수 있지 도매상 같은데서 사다 팔 수는 없다. 또 유기농 증명을 갖고 있어야만 ‘오개닉’이라는 간판을 붙일 수 있다.
그러니까 파머스 마켓에 나온 과일, 야채는 무엇보다도 신선하다. 산지에서 출하돼 한곳에 모여있다 도매상을 거친 수퍼마켓 물건과 달리 산지에서 뽑거나, 딴 지 불과 하루 이틀 된 것들이다.
프레즈노, 임페리얼 카운티에서 어젯밤에 밭에서 뽑아 싣고 달려왔거나 가까운 롱비치, 부에나팍, 어바인의 밭에서 뽑혀 나온 상치, 배추, 무도 있다. 토마토, 호박, 오렌지 같은 감귤류등 한가지만 종류별로 갖추고 있는 곳도 있고, 동남아시아계 요리에 사용되는 야채만 취급하는 곳, 가지가지 향신료만 전문으로 파는 곳도 있다. 속살마저 보라색인 보라색 감자나 에릭혼이라는 종자가 낳는다는 껍질에 녹색이 도는 달걀도 이곳에 가면 살 수 있다.
그런가하면 우드크레스트 팍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 9시부터 열리는 풀러튼 서티파이드 파머스 마켓은 올해로 2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풀러튼에 살던 중년 아주머니 몇 명이 모든 것이 대형화되던 당시 작게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도 판로를 열어 먹고 살게 도와주자는 취지로 여학사협회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자원봉사 프로젝트가 오늘에 이르렀고 이제 70대에 접어든 이들은 아직도 매니저, 이사로 이 마켓에 관여하고 있다.
처음엔 4명의 벤더로 시작했는데 요즘은 40명까지 늘어난 이 파머스 마켓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농사짓는다는 증명서를 갖춘 이들만 벤더로 받는다. 벤더들이 낸 판매액의 6%를 받아 이들은 장이 서는 공원 옆 길을 보수하고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인근 지역 학교 아이들에게 쿠폰도 주고, 장학금도 준다.
과거엔 백인 노인들의 사교장 같았다지만 요즘 풀러튼 파머스 마켓에는 히스패닉 손님들이 더 많아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 간간이 한인들도 있는데 9년전부터 두 세달에 한번은 이곳을 찾는다는 터스틴 거주 김현균씨는 “한국요리에 쓰는 야채는 별로 많지 않지만 오렌지등 과일이 신선해 맛이 있는데다 값도 싸고 양도 많아 계속 찾게 된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운영하는 테하차피 농장에서 나는 사과는 물론, 사과나 배, 복숭아들로 만든 잼, 식초, 시럽등 온갖 가공품도 함께 파는 존 하씨(60)도 4년 전부터 비가 와도 빠지지 않고 이곳에 나온다. 무료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단골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하씨뿐만 아니라 서로 이름을 알고 반기는 파머스 마켓의 상인들과 단골 손님들 사이에는 말없는 가운데 흐르는 정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악하다 해도 자신이 애써 기른 농작물들을 일부러 찾아와 사가는 낯익은 얼굴들이 둘러앉는 식탁에 오를 야채와 과일에 사람 몸에 해로운 비료나 농약을 쓸 농부가 과연 있을까? 파머스 마켓의 야채와 과일들이 하나같이 맛있는 이유는 신선함 하나만은 아닐 듯 싶다.
■ 오렌지카운티내 파머스 마켓
▲애나하임(5~9월)-목, 토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올리브+레먼
▲브레아-목요일 오전 8시~오후 1시, 브레아 커뮤니티 센터
▲코로나 델 마-토요일 오전 9시~오후1시, 마가릿+PCH
▲풀러튼 -수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오렌지소프+리치맨,
목요일 오후 4시~8시, 윌셔+포모나
▲뉴포트 비치-화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피어 맥패든 파킹랏
▲오렌지-목요일 오후 1시~5시, 앤틱 스테이션 파킹랏
▲샌클러멘티-일료일 오전 9시~오후 1시,
200 Avenida Del Mar Drive
▲요바린다-토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레몬+임피리얼 하이웨이
▲대나포인트-화요일 오전 9시~오후1시, 커뮤니티 센터
▲터스틴-수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엘 카미노 리얼+서드 스트릿
▲코스타메사-목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페어그라운드
▲라구나 힐스-금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라구나 힐스 몰
▲헌팅튼 비치-금요일 오후 1시~일몰, 피어 플라자
▲라구나 비치-토요일 오전 8시~오후 12시. 시청옆 주차장
▲어바인-토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UCI 건너편 어바인 센터
▲라구나 니겔-일요일 오전 9시~오후1시,
플라자 드 라 파스 샤핑 센터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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