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은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을 무시하고 기득권을 이용하여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버티어 온 보수세력들의 옹고집 장벽을 뚫어놨다. 이제야말로 한국 땅에도 진짜 서구식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게 될 계기가 마련됐다.
가난해서 대학도 못간 농부의 아들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꿈을 키우면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꿈같은 사실. 이런 기적을 만들어낸 성숙된 젊은이들의 정치의식 수준으로 미뤄보아 한국의 장래는 걱정할 것이 없게 됐다.
지난 6월 월드컵 때 유럽의 선진축구 문화를 한국 땅에 가져와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낸 히딩크 감독의 공로로 4강 진출의 기적을 만끽하며 열광했던 20, 30세들이 우리의 낡고 썩은 정치문화도 지도자만 잘 선택하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 정치 선진국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펼쳐낸 한 편의 멋진 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단군이래 무혈 정치혁명으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문화는 민주주의 가면을 쓴 봉건왕조시대의 양반 정치노름의 재판이라 할 수 있다. 해방이후 옛날 양반 대신 새로운 정치주역으로 등장한 일제 엘리트 기득권 세력들이 정부형태만 3권 분립에다 간판만 대한 민주공화국이라 내걸어 놓고서 입으로는 민주주의 운운하며 떠들어댔지만 실상은 옛날 양반들이 했던 대로 족벌, 학벌, 지역적 연고를 배경으로 한 일인 보스체제의 비민주적 공당 아닌 사당을 만들어 가지고 민의를 마음대로 조작, 정치권력을 독점하고서 온갖 부정부패와 비리를 일삼으면서 국민들의 혈세를 축내고 자기들끼리도 더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심으로 권모술수, 추잡한 정치싸움만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의 이러한 사기성 정치 행각의 폐해로 인하여 국민들 사이에는 정치불신 풍조가 고조되고 사회정의와 도덕적 가치에 대한 감각이 마비되면서 마침내는 국민 모두가 황금만능 한탕주의에 빠져들어 온 세상이 거짓 투성이 만신창이 되어버린 결과를 초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의의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적 저항과 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3류 정치후진국임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번에 뜻 있는 젊은이들이 큰 일을 해냈으니 이 얼마나 장한 일인가. 이로서 정치개혁은 피해 갈 수 없는 대세가 돼버렸고 공은 정치인들 손에 넘어간 셈이 되였다.
노무현 당선자의 정치개혁 구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정치제도 개혁에 역점을 두고 국민주권을 보장해주는 선진국 정치문화, 즉 미국식 선거제도와 원내 정당제 문화를 제대로 도입해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우리의 것으로 체질화시키는 개혁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백년대계를 위하는 길이요, 정치판이 직면하고 있는 부정부패, 지역갈등, 그리고 낡은 정치인을 청산하는 난제까지도 무리 없이 풀어나갈 수 있는 최선의 길임을 믿는다. 21세기 지구촌 시대에 네 방식, 내 방식 따질 이유가 없다. 네 것도 좋으면 마음먹고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오늘날 문명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지혜이다.
계미년 새해 시작과 함께 노무현 당선자에게 행운이 있기를 빌면서 범상한 지도력을 발휘해서 평소 소신대로 민주주의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평범한 서민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꼭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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