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과 끈기의 후예한인사회가 지나간 100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새로운 차원의 100년을 열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민족 특유의 은근과 끈기를 바탕으로 한 불굴의 도전정신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도전정신을 소유한 자만이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힘차게 뛰는 1.5세 기대주들을 만나 보았다.
급성장하는 마켓 리사이클링 매력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디렉터 스티브 김씨
급성장 회사 재무책임자로 경영에 참여
“재계를 비롯 모든 분야에서, 한인사회의 미래는 무척 밝다고 봅니다. 그런 미래로 가는데 필요한 조그만 징검돌이 되고 싶습니다.”
쓰레기 수거 및 리사이클링 회사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사의 자회사인 휴스턴 소재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트레이딩’사의 매니징 디렉터 스티브 김씨(32). 떠오르는 1.5세 리더인 그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사장, 재무책임자에 이어 3인자로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트레이딩’은 연매출 200억달러 규모 모회사 WM이 로컬 정부와의 계약 하에 주택가에서 수거해 제지회사 등에 되파는 신문지와 골판지의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선물 및 파생상품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다.
펄프와 모회사가 수거한 일반 휴지도 취급하며, 고객 명단에는 신문용지, 박스, 펄프 등을 생산하는 미 굴지의 제지업체 등이 포함돼 있다.
김씨에 따르면 선물거래는 주식거래와 달라서 일과가 정신 없이 돌아가진 않지만 그의 회사가 진출한 종이분야는 불과 5년여의 역사를 가진 신생 마켓이어서 늘 새롭다는 것이 장점. 그는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일을 그때마다 처음으로 시도할 수 있어 좋다. 한마디로 업무가 매일매일 다르다”고 소개한다.
그를 특별히 매료시키는 것은 아직 미답지가 많은 이 분야의 무한한 가능성. “형성된 지 얼마 안 되는 마켓이어서 계속적인 성장이 기대됩니다. 태동 후 5년이 지난 업계인 만큼 생존 자체를 우려할 단계는 지났습니다. 이제 본격 도전할 때죠.”
당연한 지향점일지 모르지만 장기적 목표를 묻자 김씨는 “언젠가는 내 자신의 선물거래 비즈니스를 오픈하는 것”이라고 가슴속에 품고 있는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 정신’을 당당하게 밝힌다.
9세 때인 79년 이민 온 김씨는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마케팅과 재정학을 전공했다. 1993년 졸업 후 쿠퍼네스, 시티뱅크, 엔론 등 메가기업에서 옵션, 선물거래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4월부터 현재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분야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실력을 갖추는 일 못지 않게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가 남들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네트워킹하는 일이 중요하다.
5분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이 내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음을 기억하라”고.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종덕(62)·혜옥(58)씨의 2남중 장남인 김씨는 부인 민숙(31)씨와 휴스턴에서 살고 있다.
하버드대 사회학과 미셸 전양
수많은 자원봉사활동 통해 인성 개발
공부벌레에서 탈피
약한 이웃찾아 도움
미셸은 명문대에 재학하는 전형적인 우등생이 아니다. 기계적 ‘성적 만들기’게임으로 교사들의 신임을 얻고 적당히 봉사활동을 펼쳐 원서를 포장한 다음 명문대 입학하는 모범 우등생으로만 이 학생을 보면 오산이다.
부모의 높은 기대 속에서 수많은 마찰과 타협을 번갈아 겪으며 갈등과 고뇌의 어린 시절을 거친 전양은 이웃과 사회를 위한 진정한 봉사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젊은이로써 현재의 자신을 완성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삶을 추구하는, 자랑스러우면서도 보기 드문 코리안 아메리칸 2세이다.
오직 자녀의 교육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는 부모 밑에서 소수민족에게 지식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어려서부터 절실하게 깨달은 전양은 부모의 열성적인 교육열을 부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풍성하게 해주는 정체성의 원천으로 받아들였다.
좀더 좋은 학교를 찾아 어바인에서 워싱턴주 타코마로 전학을 했으며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다음 동부 보스턴의 명문 사립학교로 한번 더 학교를 바꿨다. 타주에서 공부할 때는 식당업을 하는 아버지와 떨어져 살기도 했다. 교육을 위해 ‘이산가족’을 자청했던 것이다.
좋은 성적을 받기보다는 배움으로 얻어지는 기쁨과 알지 못했던 지식을 탐구하고 찾아내는 도전을 학습의 철학으로 삼았다. 전양은 “진정으로 배움에 몰입하지 않으면서 성적을 잘 받는 것은 의미 없이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교육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표현이다.
힘든 학업과정 중간에 짬을 내어 수많은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브라질 노동 이민자를 상대로 ‘서바이벌 잉글리시’ 강의를 했으며 보스턴 강간 희생자 상담센터 카운슬러로 일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아시안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했으며 사상 최연소 성폭력 희생자 상담요원으로도 활동했다. 국제 구조위원회에서 난민 인터뷰 활동에 참가했으며 매서추세츠 범종파 협의회에서 노동착취 금지를 위한 입법 청원회를 열기도 했다.
세상을 알기 위해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는 전양은 “비록 교실이라는 공간을 열린 학습과 공유의 장이라 생각하긴 하지만 완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학교 밖에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자원봉사활동으로 남의 어려움을 알고 그 어려움의 해결 방법을 강구하면서 자신의 인성을 더욱 개발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전양 같은 전향적인 사고와 지성을 갖춘 2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한인사회의 자랑일 뿐 아니라 미국 사회를 더욱 튼튼히 해주는 자양분이 아닐 수 없다.
시멘스 AP어워드 수상 류호승군
수학에 탁월, 첨단정보기술분야 진출 꿈
주어진 기회 잘 이용
한인 우수성 알릴터
2002년도 시멘스 AP 어워드 전국수상자로 선정된 류호승(16세·퍼시픽그로브고교) 군은 9세에 유학생 부모를 따라 도미, 7년만에 선배들을 제치고 전국 고교생 중 가장 성적이 우수한 학생으로 뽑힌 수재중의 수재다.
2년전에는 7∼8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경시대회 ‘매스카운츠’(MathCounts)에 출전, 개인부문에서 지역예선과 주대회를 거쳐 전국대회 동메달을 차지했으며 그 한 해 전인 7학년 때 이미 ACT와 SAT시험에서 97퍼센타일의 완벽에 가까운 점수를 얻어 전국에서 10명을 선발하는 듀크대학 청소년영재프로그램(TIP)에 참가한 화려한 전력도 있다.
또한 타고난 절대음감으로 어릴 때부터 한 번 들은 곡은 외워 연주하는 재능을 보여 세계적인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리라고 주위의 기대를 샀기도 했던 류 군은 지금도 연주를 즐기는 수준급 피아니스트. 그러나 그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는 컴퓨터 사이언스다.
6학년 때 고교수준 과목을 이수하는 등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그는 현재 살고 있는 몬트레이시의 시정부 리사이클링 웹사이트를 제작했으며 장래에 첨단정보기술분야에서 일하려는 꿈을 갖고 있다.
류 군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이러한 눈에 보이는 성적과 재능만은 아니다. 자칫 개인주의에 치우치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진지한 도전정신과 타인의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성숙된 자세를 보이는 때문. 자신의 재능을 맘껏 꽃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잘나서가 아니라 사회와, 부모와, 교사의 덕이라는 점을 그는 인터뷰도중 누누이 강조했다.
“미국 사회는 개인의 능력개발에 진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했습니다.
나의 숨은 재능과 진정 좋아하는 것을 알게 해준 미국의 교육체계가 고맙고,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재학중인 학교에 없는 AP과목들을 독학으로 준비, 몇 시간 거리에 흩어진 시험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AP시험 7개 과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후, 이를 부모님의 무조건적 헌신과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지원의 덕으로 돌리는 것도 그렇고, 미국의 교육 시스템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그 나이 또래 소년에게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다.
2003년에는 국제 정보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한인으로서 주류 사회의 실력자들과 겨루고 싶다는 류 군은 “주위에서 공부 잘하는 한인 친구들을 많이 보았지만 정작 전국 수준의 대회에서는 한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주어진 기회를 잘 이용해 한인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신년의 바람을 전했다.
김장섭 기자 peter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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