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간다. 돌이켜 보면 2002년 남가주 한인 종교계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참으로 많이도 일어났다. 박수를 칠 만큼 좋은 일도 있었고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나쁜 일도 있었다. 송구영신예배·새해맞이 법회와 함께 하루를 보내면 이제 희망찬 새해가 시작된다. 저마다 겸허의 옷을 입고 참회의 자리로 돌아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는 올해의 마지막 날, 갈피마다 굵직한 역사로 채워진 남가주 한인 종교계 1년을 되돌아본다.
개신교
“목회자 세대교체 신선한 바람”
△목회자 세대교체
올해 남가주 개신교계의 탑 뉴스는 남가주 대형교회들의 잇따른 목회자 세대교체 현상이다.
목회자 세대교체는 새 시대를 열어 가려는 한인 교계의 변화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다음 세대의 리더들은 대부분 이민교회를 알고 주류 교계와도 교류가 가능한 1.5세 목회자들. 지난해 연말 동양선교교회 담임목사로 강준민 목사가 부임한 이래 올해 초 라성세계복음교회 이병희 목사의 은퇴와 더불어 이현수 목사가 한인 2세 중심의 뉴호프 채플을 설립했다.
후반기에는 토랜스제일장로교회 이필재 목사가 올해 말 은퇴를 선언하고 한국의 갈보리교회로 떠났으며 충현선교교회 정상우 목사는 민종기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위임하면서 올해 말로 은퇴,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또한 나성영락교회 박희민 목사와 남가주동신교회 김상구 목사가 내년말 은퇴의사를 표명, 후임 청빙작업을 진행중이며 남가주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도 사임을 발표해 남가주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세대교체가 공식화된 한 해였다.
△미주 한인 기독교 이민 100주년 기념 행사 준비
이민교회 100주년이 되는 2003년을 맞이하는 미주한인 교계는 과거 100년을 돌아보고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모임들이 잇달았다. 기념행사로는 내년 2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인기독교 이민 100주년 기념 선교대회와 감리교단에서 실시하는 미주한인 감리교 이민 선교 100주년 기념대회(대회장 김해종 감독) 등이 있었다.
또한 미주 한인교회 선교 100주년 기념상인 ‘미한백상’이 제정돼 지난 100년 동안 미주 한인교회를 위해 공헌한 인사들을 발굴해 목회, 선교, 교육, 사회봉사 부문 공로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지역 사회를 의식한 교회건축
대형화되어 가는 교회 신축이 한인 사회는 물론 지역 사회의 눈총을 받기 시작하면서 교회마다 지역 주민에게 교회를 개방하는 다목적 용도의 건물을 신축, 지역 사회를 껴안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사회로부터 관심의 초점이 돼 주민들간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던 은혜한인교회(담임 김광신 목사)의 경우 지난 17일 풀러튼 초대형 교회 신축 계획안이 풀러튼 시의회에서 최종승인을 받았다. 교통적체, 소음, 공해, 주차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원래 신축안을 축소함으로써 최종승인을 받아낸 은혜한인교회는 앞으로 2,500석의 본당을 비롯해 학교와 풀러튼 보이즈 & 걸즈클럽 등이 사용하게 될 체육관을 건립하며 교회내 웨딩센터와 카페, 서점 등 소매업체를 유치할 계획이다.
커뮤니티가 활용하는 교회로 성장한다는 비전 아래 건축설계작업이 한창인 나성열린문교회(담임 박헌성 목사)도 본당과 교육관외에 양로시설, 유아원 건축 등으로 사회봉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온누리교회(담임 유진소 목사)가 독특한 비전을 제시하며 선랜드 전원교회로 입주했고 구 온누리교회 장소로 이전한 남가주든든한교회(담임 김충일 목사)는 교회의 재정과 인력을 한인사회에 나눠주는 ‘나눔의 목회’에 주력하고 있다.
나성한인감리교회(담임 송기성 목사)와 주님의영광교회(담임 신승훈 목사)는 윌셔가로 이전할 예정이며 본당 건축이 완공단계에 있는 밸리 한인장로교회(담임 김재연 목사)도 내년 초 새 성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영어목회 독립
2세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교회를 떠난다는 지적이 팽배해짐에 따라 2세들의 교회를 1세들의 당회나 목회자의 행정압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해결책들이 시도됐다. 또한 2세 중심 선교단체들이 주축이 돼 미국 교계 지도자들을 집회 강사로 초청하는 등 주류 교계와의 활발한 교류를 벌인 한 해이기도 했다.
나성영락교회 영어목회(담임 박형은 목사)가 처음으로 피택장로를 선출해 자체 당회를 설립했고 토랜스믿음장로교회(담임 홍명의 목사)는 모교회와 한 지붕아래 있으면서도 재정, 행정적으로 독립해 미주 한인교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LA선교대회 후원 찬양집회에는 주류사회에 잘 알려진 워십리더 ‘호산나 인테그리티’가 초청됐고 안디옥선교훈련원의 ‘찬양과 예배, 중보기도 대집회’에는 기독 베스트셀러 저자인 조이 도우슨이, CMF산하 마운틴 무버스 미니스트리의 청소년 리더십 세미나에는 드림센터 매튜 바넷 목사가 강사로 참가했다. 두란노 서원이 세계적인 영성신학자인 리처드 포스터 교수를 초청, 세미나와 집회를 열었다.
교회마다 웹사이트를 활용한 인터넷 선교가 새로운 선교전략으로 부상했고 새로운 기독교 방송인 예수위성방송(대표 이종문 목사) 개국, 새로운 기독교 주간지인 크리스천 뉴스위크(대표 조명환 목사) 창간으로 방송, 문서 선교도 활발해졌다.
천주교
에인절스 성당 축성 LA 명물로
백삼위한인천주교회 독자 사목
테미큘라 꽃동네 축복식
남가주 한인 천주교계는 LA대교구 에인절스 성당 축성식을 비롯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가 많아 활기찬 한 해를 보냈다.
백삼위한인천주교회(주임 조욱종 신부)가 독자적인 사목, 행정권을 지닌 센터로 승인 받고 지난 10월19일 LA대교구장인 로저 마호니 추기경의 주례로 축성식을 개최했다. 백삼위한인천주교회는 18년에 걸쳐 성전을 건축해온 성체칠리아천주교회가 토랜스에 자체성전을 완공한 후 이름을 변경한 것으로 모든 사목 행정과 재정을 LA교구청에 직접 보고하고 혼인 미사와 장례 미사까지 봉헌하는 실질적 본당의 역할을 하게 됐다.
같은 날 테미큘라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한 꽃동네(분원장 서 타대오 수녀)가 샌 버나디노교구청 데니스 오닐주교의 주례로 한국 꽃동네 창설자 오웅진 신부가 참석한 가운데 축복식을 가졌다.
창립25주년을 맞이한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주임 강요한 신부)는 대축일미사를 비롯해 예물 봉헌시 성서 필사본과 기념책자 봉헌, 기념사진전, 성가대 축가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으며 인보성체수녀회(총장 박 미카엘라 수녀)가 LA한인타운 내 이민1세 한인 노인들을 위한 양로시설 ‘골롬바의 집’을 개원했다.
한인천주교회 주임사제들이 상당수 이동, 교체됐고 한인 1.5세 신부들의 부임으로 한인 공동체가 청소년들을 위한 신앙교육을 강화한 한 해였다. 지난해 성토마스한인천주교회 한인 1.5세 김기현 신부와 노스할리웃한인천주교회 김철재 신부가 부임한데 이어 올해초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한인천주교회에 윤종학 신부가 한국으로 귀국하고 권일성 신부가 부임했다. 또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양노엘 신부가 성그레고리한인천주교회를 떠나고 한인 1.5세 정현철 신부가 부임했으며 양노엘 신부 송별식에서 남가주 지역에서 한인공동체 사목을 주도해온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미주지부(지부장 존 버거 신부)가 단계적으로 한인사목에서 철수하고 멕시코 선교사업과 호스피스 활동에 주력할 것을 발표했다.
성라파엘한인천주교회(주임 최석현 신부)에서 성령쇄신봉사회가 젊은이들을 위한 열린 미사를 시도했고 성그레고리한인천주교회가 정현철 신부의 부임이후 2세 신앙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 성토마스한인천주교회 주임신부이자 피아트재단 이사인 김기현 신부가 20-30대를 위한 ‘베리타스 미니스트리’를 설립, 신앙교육과 친교의 장을 열고 있다.
매년 열리는 남가주 한인 가톨릭신자들의 연중 최대 성령운동인 ‘남가주 성령쇄신대회’는 지난 8월10-11일 LA 트레이드 테크니컬 칼리지 그랜드 디어터에서 ‘내가 너희와 함께 있겠다’를 대회주제로 성대하게 개최됐고 남가주 16개 한인성당의 연합행사인 위령성월 합동 연미사와 추수감사절 합동 연미사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남가주사제협의회(회장 박병준 신부)의 주최로 한인 천주교 신자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했다.
불 교
달마사 미주포교 30돌
큰 스님·석학 초청
강연회 잇달아
평불협 13명
북한서 합동법회올해는 한국 불교의 미주 포교 3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한 해다. 미주 불교 포교 30주년을 기념한 행사로 숭산 대선사의 뜻에 따라 LA최초로 건립된 불교사찰인 달마사(주지 성채스님) 창립 30주년 대법회를 가졌다.
이날 법회에는 평불협회장 법타스님과 구룡사 주지 정우스님, 달마선원대표 무문거사, 계룡산 무상사 조실 대봉스님과 화계사 주지 현각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과 한인 불자들이 대거 참석해 미주 불교 포교의 거점이 된 LA달마사 창립 30주년을 봉축했다.
내년에도 기념행사는 계속돼 창립 30주년을 맞는 LA관음사(주지 도안스님)가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펼친다. 관음사는 1월중 30주년 기념책자 발행 기금 모금행사를 필두로 3월8-9일 LA관음사 30주년 기념행사 및 대법회를 준비하고 있다.
관음사는 지난 3월 불교사찰이나 종단에서 운영하는 프리스쿨로는 미주 최초인 관음사 부설 ‘연화 어린이학교’를 한인타운 복판에 개교했다.
올해도 한국의 큰 스님들과 석학들을 초청한 법회와 불교 사상 강연회가 수 차례 열렸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 평화 및 국제이해 부문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던 법륜스님이 LA에서 수 차례 법회 및 강연회를 개최했고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했던 송월주 스님(금산사·영화사 회주)이 미주순회법회를 실시, 고통받고 있는 북한 동포를 돕는 것도 불자들이 해야 할 본분임을 역설했다.
평불협 미주본부장인 도안스님과 평불협 창립자인 신법타스님을 비롯해 현철스님, 현일스님, 도범스님, 표도철스님 등 평불협 미주본부 회원 13명이 지난 6월 북한을 방문, 아리랑축전 관람과 더불어 조선불교도연맹의 안내로 평양과 개성, 묘향산의 사찰들을 순례하며 합동법회를 가졌고 평불협이 북한에 세운 사리원 금강 국수공장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한편 평화사 주지로 LA한인불교계 원로로 큰 역할을 담당해왔던 정산 스님의 별세는 수많은 한인 불자들에게 슬픔을 안겨줬다.
정산스님은 일찍부터 한국불교의 해외 포교에 관심을 갖고 1982년 브라질 상파울로 진각사 창건, 83년 파라과이 달마사, 미국 카멜 정산사를 각각 창건했고 92년에는 LA 수도사 주지로 부임한 후 미주불교방송사장과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미주본부 상임고문을 역임했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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