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그 사람 내가 잘 알지.”, “그 사람에 대해서 나만큼 아는 사람도 드물 걸.”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네가 그를 아느냐? 너는 그의 무엇을 아느냐?
어떤 성격을 지녔고 행동은 어떠하고 옷은 무엇을 잘 입고 다니고 무슨 음식을 잘 먹는다고 해서 내가 그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뇌는 저마다 복잡한 구조를 지녀 당사자도 자신의 생각의 갈피를 잘 모를 때가 많은데 하물며 남이 타인의 뇌속을,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찌 알겠는가.겉으로 드러난 피상적인 것만 누구나 쉽게 보고 나름의 잣대로 판단하여 나는 그를 잘 안다고 말을 하고 있다.
내가 나를 잘 모르는데 누가 나를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때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상대와 상황에 따라 나 자신도 예기치 못했던 반응과 말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 이웃, 선배, 직장 상사나 동료, 친지, 남편이나 아내라고 해서 내가 아닌 남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모순된 말속에 갇혀 허우적거릴 때가 많다.
신문기자가 직업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처음 만나서 명함을 주고받고는 그후 다시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간혹 전화를 주고받기도 하고 연관된 일로 일해 지속적으로 신문사를 찾아오거나 외부에서 만날 때가 있다.
그런데 처음 전화 통화를 하는 취재원으로부터 “누가 잘 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익히 알고있었습니다” 라든가 “누구랑 친하다면서요.” 하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 중에는 한 두번 인사를 나누었거나 정말 친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자나 후자나 내가 직접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이 누군가의 잣대를 거쳐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하거나 평할 때 곤혹스럽다. 대놓고 말하니 모두가 칭찬일지라도 그런 말은 사양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나를 잘 안다고 주위사람들에게 말을 함으로서 원래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인정받는 것도 아닐 것이며 그가 얻는 이득도, 내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닐텐데 ‘네가 나를 아느냐? 나 너를 잘 모르는데 너 어찌 나를 잘 안다고 하고 다니느냐’고 따질 수도 없다.
한국에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제 곧 “아, 나 그를 잘 알지.”, “그가 상고 시절에 말이야”, “초창기 변호사 시절의 그는 내가 잘 알지” “그의 부인은 말이야” 등등 동네 골목 아저씨부터 사돈에 팔촌에 그를 잘 안다고 하는 사람이 줄줄이 나올 것이다.
아무리 지연이나 학연 등 인맥이 별로 없다고 하더라도 노 당선자와 그 부인이 살아온 인생이 56년+ 55년= 1백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연을 맺어왔고 옆을 스쳐갔겠는가?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옛 인연을 들먹이며 잘 아는 사람이라고 무언가 줄을 대려하고 끈을 잡으려 한다면 또 얼마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연으로 이어질 것인가?
이 ‘잘 안다는 것’, 참으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누구든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큰 힘이 되었다 하여 자신의 공을 내세우려 하지 말 것이며 멀리서 그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거목이라도 바람 불고 폭풍이 닥쳐오면 뿌리가 송두리채 뽑아질 수 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불행한 대통령을 보고싶지 않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우리도 이제 은퇴 후 존경받는, 노후가 행복한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었다.
그런데 말이지, 사람 심리가 그런가?
‘노 대통령당선자가 부산상고 나왔다고. 노 당선자가 학창시절 우리 아버지가 그 학교 교사였거든. 부기와 상업영어를 가르치던 아버지를 잘 알 걸 아마.”아이구머니나! 나도 그를 잘 안다고 말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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