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이대학서 박사학위받는 일아 스님
관음사 동산불교대학에서 초기불교를 강의하고 있는 일아스님이 시라이 대학(Hsi Lai University)에서 최우등 졸업인 수마 쿰나드의 영예를 안고 내년 봄 박사학위를 받는다. 고교 교편생활을 하다가 26세부터 수도생활을 시작한 일아스님은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석남사 비구니 선방에서 수행하다가 91년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종교학과로 유학 왔다.
뉴욕주립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던 중 미국내 불교학의 거장인 UC버클리 랭커스터 교수 밑에서 불교학에 정진하고 싶다는 생각에 97년 LA에 왔고 시라이 대학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일아스님은 완전성의 추구를 갈망하다가 부처님의 삶을 완벽한 삶으로 본받게 됐고 이것이 출가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출가 전 수행자처럼 정확한 질서를 지닌 삶과 사상의 소유자인 아버지가 자신의 삶의 중심이 됐고 아직도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는 일아스님, 미국 생활 10년 동안 TV도 신문도 보지 않고 오로지 학업과 수행에만 매달려왔다는 일아스님을 인터뷰했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불교의 초기경전(팔리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자비사상에 대한 연구’다. 내 자신을 항상 따라 다니던 화두가 “사람은 왜 사는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였다. 수행 끝에 얻은 답이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것”이었고 이것이 곧 불교에서 ‘자비’로 나타난다. 자비는 사랑과는 다르다. 사랑이 좋아하는 것, 가까이 가고 싶은 것이라면 자비는 한마디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의미한다. 부처님의 이런 마음을 불교경전 속에서 캐내고 싶었다.
△초기경전을 연구한 이유는
▲변색된 것보다는 아주 근본적인 부처님의 체취를 좋아한다. 부처님은 은둔자가 아니었다. 중생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서 항상 많은 장소에서 사람을 만나 설법했다. 초기경전은 이러한 부처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환히 들여다볼 수 있다. 대승불교인 한국불교는 아직 초기경전에 관심이 없는데 초기경전에 나타난 불교는 ‘사람을 위한 종교’이다. 종교는 사람을 외면할 때 생명과 가치를 잃는다.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자비사상은
▲부처님은 인간의 높고 낮음은 사회적 계급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 마음씨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부처님의 자비의 예를 들면, 당시 자이나교 신도 회장격인 부자 한사람이 부처님 교단으로 개종, 귀의 의사를 표시했을 때 보통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부처님은 “자이나 교단을 지지해온 당신이 앞으로 그 교단을 후원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계속 그들을 후원하도록 당부했다. 이는 남에 대한 배려와 입장을 살피는 모습이다. 또한 부처님은 많은 재물과 돈, 물건으로 보시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비스러운 마음. 자비스러운 행동’을 잠깐이라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천이 절대다수인 미국에서 불교를 공부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미국사회 기독교와 한인사회 기독교는 너무나 다르다. 미국사회 기독교는 열려있고 타인의 종교에 간섭이나 강요를 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국 기독교는 너무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다. 기독교가 최고의 종교라고 주장하고 기독교를 믿어야만 천국에 간다고 강조한다.
불교에서는 누구든지 마음을 바르게 갖고 행동이 바르면 천국에 갈 수 있고 복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갖고 행동하느냐가 중요하지 어떤 종교를 믿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이가 함께 다 행복한 것이 불교가 지향하는 목표다.
△수행의 마지막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나 자신과 모든 사람들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내가 수행하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은 남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한 것이다.
나만이 행복한 것은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불교는 중생을 향한 불교로의 모습이 부족하다. 새로운 불교, 혁신적인 불교, 사람들을 위한 불교를 포교하고 싶다. 초기경전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중요한 내용만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 누구든지 갖고 다닐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이 인터뷰가 모든 이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만난사람=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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