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십자가 제작, 판매로 중년에 할 일 찾아
어바인 40대 주부 새라 권, 유니스 리, 펄 신씨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일을 하면서 한 세상 살고 싶어하지만,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즈음이 된 중년의 주부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에 목말라 하는 것은 거의 예외가 없다. 가족들 뒷바라지만으로도 하루해가 짧았던 시절에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또 주위에서 확인하고 싶은 그들의 욕구는 참으로 절실하나 막상 실현시키기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사람이 많다. 지난 11월 22~23일에 새라 권씨 자택에서 자신들이 제작한 십자가 전시회 및 판매 행사를 가진 어바인 거주 40대 주부들인 새라 권(47), 유니스 리(43), 펄 손(42)씨도 함께 모이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각각 10년 지기들로 2년전부터는 새들백 커뮤니티 처치에 같이 다니면서 QT, 기도회등을 함께 하며 주 2회씩은 만나온 이들이 십자가를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은 것은 지난 6월 말, 7월부터 주 1~2회씩 서로의 집에서 만나 이런 저런 모양의 십자가를 만들다 보니 42점이 됐다.
각자 기독교인으로써 이런 저런 용도로 십자가를 구하려 할 때마다 느껴온, 고난의 표상이라 쳐다보면 공연히 주눅들고 죄의식이 앞서는 십자가 말고 생명과 부활의 기쁨과 즐거움이 배어있어 생활 속에서 친근감이 느껴지는 십자가는 왜 없는가 하는 아쉬움에 서로 공감한 이들은 자신들이 원해온 십자가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권씨는 미술을 전공했고 나머지 두 사람도 전공은 안 했어도 개인적으로 미술 공부를 해온 사람들이라 큰 저항감 없이 주 1회 만나서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나 보면 기쁘고, 자꾸 보고 싶어지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 삶을 축하하는 십자가를 만들자는데 뜻이 모인 이들은 십자가를 만듦으로써 자기 사업을 하고 싶었던 평소의 바람 또한 성취했다. ‘약속의 나무(Promise Tree, Inc.)’라고 회사 이름도 정했고 세명이 공동대표로 십자가를 만들어 팔고 남은 수익금도 삼분하기로 했다. 항상 무언가 할 일을 찾아오던 아내들이 비즈니스를 한다고 모이는 것을 남편들도 환영, 기쁘게 도와줬다.
아무데로나 뻗쳐, 제 멋대로 살고 싶은 인간의 속성 같은 싸리나무의 잔가지들을 추려 묶은 십자가 위에 마치 인간의 모든 흠을 가려주는 예수를 상상하며 아름다운 꽃, 열매, 포도 송이, 잎사귀들을 장식한 이들의 십자가는 사실상 세사람의 합작이다. 가지 하나까지 서로 감수해 가면서 정성껏 만들다보니 사람들에게 알리고 판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궁리 끝에 마침 11월 4일에 새집으로 이사해 채 짐 정리도 안된 권씨의 흰 벽을 이용해 가까운 친지들을 초청한 전시회를 갖기로 했다.
이틀동안 아침 10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두시간씩 공개한 전시회에 참석한 사람은 50여명. 모두 평소 알고 지내는 주부들이었는데 호응은 놀라웠다. 감탄과 구입, 주문이 이어졌고, 소문을 듣고 보러 오겠다는 전화가 줄을 이어 2주일이 넘도록 권씨의 집 벽은 모두 십자가가 차지하고 있다. 18~150달러에 내놓은 작품 중 지난 2주일동안 판매한 것이 20여점. 50~60달러대가 가장 인기였다. 이미 팔린 것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많이 받았다.
이같은 호응에 힘입어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십자가를 만들 생각이다. 십자가란 것이 인생의 단계마다 다르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이제까지 다 표현하지 못한 예수님의 다양한 성품들을 더 잘 표현하고 싶기 때문. 이번에는 나무와 실크플라워를 주로 썼지만 앞으로는 금속, 유리등 재료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혹자는 경망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보기에 부담없고 편안한 소재로 같은 여성들이 좋아할 십자가를 제작하려는 것이다.
처음 비즈니스를 해보는 여성들답지 않게 회사 이름과 함께 성경 구절이 인쇄된 택(tag)까지 달린 이들의 작품들은 오는 16일부터 18일에는 LA 두란노 서원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구입 및 문의 (714)505-9726.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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