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성공 영향, 실패땐 큰 타격


할리웃이 빅스타들을 기용한 대하역사 서사극을 잇달아 만들어 내거나 제작을 계획 중에 있다. 현재 이같은 과정에 있는 영화들은 트로이 전쟁에서부터 남북전쟁에 관한 것에 이르기까지 무려 20편에 가깝다.

이런 대규모 역사물의 붐은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배경과 엑스트라들을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데다가 최근 역사물 서적의 부활 그리고 영화 ‘검투사’의 성공에 그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수십년간 방치됐던 장르인 역사극으로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검투사’(2000)가 전세계서 4억5,7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데다가 오스카 작품상 등 모두 5개 부문서 수상하면서 할리웃에 복고풍이 일고 있다.

일명 ‘검과 샌들 영화’라 불리는 사극으로 곧 제작에 들어갈 대작 중 하나는 ‘알렉산더 대왕’. 바즈 루어만 감독(물랑 루지)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기용해 영화를 찍어 2004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런데 알렉산더 얘기는 감독 올리버 스톤과 마틴 스코르세지도 제작을 고려중에 있다. 울프갱 피터슨 감독(퍼픽 스톰)은 알렉산더보다 더 옛날 얘기인 호머의 일리아드를 각색한 ‘트로이’를 만든다. 희랍 명장 아킬레스로 브래드 핏이 나와 트로이의 헥터와 싸우는데 역시 2004년 개봉 예정.

기원전 218년 코끼리를 타고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쳐들어간 카타르고 장군 하니발의 무용담이 내년 봄 촬영에 들어간다. 하니발로는 빈 디즐(XXX)이 나온다. 하니발의 얘기는 폭스에서도 덴젤 워싱턴을 써 영화화 할 계획이다.

기원전 480년 테르모필레에서 벌어진 희랍과 페르시아의 혈전을 다룬 영화는 2편이나 제작 구상중이다. 유니버설과 폭스는 각기 ‘불의 문’과 ‘300명의 스파르타인들’(1962년작의 신판)이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을 영화화 할 예정.

이밖에 워너브라더스는 키아노 리브스를 써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얘기를 구상중이고 MGM은 사자왕 리처드와 이슬람 지도자 살라딘의 대결을 그린 ‘신의 전사들’을 찍을 계획이다. 그리고 멜 깁슨은 현재 로마에서 예수(짐 캐비즐)의 생애를 그린 ‘수난’을 연출하고 있다. 또 스파르타왕 레오니디스와 나폴레옹의 얘기도 현재 영화화 구상중이다.

전통 역사물 외에도 복고조의 칼싸움과 사무라이 및 거리 깡패들의 얘기도 영화화되고 있다. 이중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오는 20일 개봉되는 ‘뉴욕의 갱들’.

스코르세지가 감독하고 디카프리오가 주연하는 이 영화는 1846년 뉴욕 갱 세계의 태동을 그렸다.
러셀 크로우는 해양 활극 ‘매스터와 코맨더: 세상의 저쪽‘에서 나폴레옹 전쟁에 참가해 칼부림을 하는데 이것은 내년 6월에 개봉된다.

디즈니는 데니스 퀘이드가 텍사스 영웅 샘 휴스턴 장군으로 나오는 ‘알라모’를 2004년에 내놓을 예정이고 ‘검투사’를 만든 리들리 스캇 감독은 곧 제작비 1억5,000만달러짜리 바바리 코스트 해적 영화 ‘트리폴리’ 촬영에 들어간다.

또 두 편의 남북전쟁 영화도 나온다. 내년 2월21일 개봉될 ‘신들과 장군들’에서는 로버트 두발이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E. 리로 나온다. 내년 12월25일 개봉예정인 ‘차가운 산’에서는 주드 로가 고향을 찾아가는 남군 탈주병역을 맡는다.

내년 12월12일 개봉되는 ‘마지막 사무라이’에는 탐 크루즈가 주연한다. 크루즈는 남북전쟁 참전군인으로 나와 일본 봉건주의의 종말을 목격하게 된다.

‘벤-허‘ ‘스파르타커스’ 및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역사 서사물은 한 때 할리웃의 단골작품이었다. 할리웃이 역사물에 데이게 된 원인은 ‘클레오파트라’(1963) 때문이다. 촬영중 리즈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의 염문 등 온갖 화제를 낳은 이 영화는 제작비 4,400만달러(현재 가치로 환산해 2억6,800만달러)짜리. 흥행수입은 제작비의 4분의1도 못 됐는데 이 때문에 제작자 폭스가 아예 문을 닫을 뻔했었다.

완전히 한물간 역사물을 ‘검투사’가 혼자 부활시킨 셈인데 대하 역사물 제작에는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아무리 컴퓨터 기술이 발달됐다 해도 이런 영화에는 적어도 수천명의 출연진이 필요하고 평균 제작비가 1억달러를 넘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리웃에서는 역사물 제작을 영화계 최대의 도박이라고 부를 정도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