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대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어린 시절에 이런 일화가 있다. 정원의 나무를 베어 버리고는 아버지의 야단을 들을까봐 거짓말을 했다가 아버지로부터 나무를 베어버린 것 보다 거짓말을 한데 대해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또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라함 링컨은 어린 시절 가게의 점원으로 일할 때 거스름돈을 잘못 받아간 손님의 집까지 찾아가 돈을 전해
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모두 정직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이야기들이다.
미국사람들은 정직성을 대단히 중요시 한다. 상대방을 평가할 때 얼마나 잘 나고 못났느냐 보다도, 얼마나 잘 했고 못했느냐 보다도 얼마나 정직하느냐를 평가 기준으로 본다. 그래서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이더라도 이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양자에게 자신이 친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자기가 사귀는 사람에게 2번, 3번 이혼한 사실도 거리낌
없이 털어놓는다.
미국에서는 기자회견을 할 때도 질문에 대해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시인하고 싶지 않을 때는 ‘노 코멘트’ 한다. 노 코멘트는 시인한 것은 아니면서도 부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짓말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에게 불리한 말이 나오면 펄쩍 뛰며 잡아 뗀다. 무슨 대형사건 때마다 공직자들이나 사업가들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도 볼 수가 없다.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은 거짓말대회에 나온 것으로 착각한 양, 능수능란한 거짓말을 한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한국에서는 거짓말을 잘 하는 부정직한 사람일수록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호의호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위선적인 종교인, 곡학아세하는 학자,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 사기성이 있는 기업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람들의 거짓말은 몸에 밴 습성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특히 3대 거짓말이라고 하는 말, 즉 상인이 밑져서 판다는 말, 처녀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언제나 하는 말이다.
한국사람들의 말은 미국인들의 말처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고 해석해서 들어야 한다. “아니 예”가 바로 “예”란 의미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짓말은 억압과 핍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 아마 그런 역사가 오래 계속되어 오는 가운데 우리는 거짓말이 늘게 된 지도 모른다. 그런데 거짓말이 넘쳐나는 사회는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거짓 세상이 되는데 문제가 있다.
거짓 세상에서는 사람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신용사회가 될 수 없다. 또 사람들이 법을 속이기 때문에 준법생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개인과 개인 사이는 물론, 개인과 집단, 정부, 국가와의 신뢰관계도 이루어질 수 없다.
요즘 한국에서는 도청사건이 정치적,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대선에 임박하여 터진 이 문제는 대선 결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야 할텐데 당사자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청 대상으로 거명된 한나라당 의원들과 일부 기자들은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하고, 민주당 의원들과 국정원 관계자들은 도청이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으니 임진왜란 직전 동인과 서인의 말이 정 반대였던 역사와 무엇이 다른가.
정직성은 개인이나 사회의 기본 덕목이다. 거짓말을 하는 개인은 믿을 수 없으므로 신용사회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짓말과 속임수가 만연하면 법치주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거짓말과 속임수를 쓰면 개인이 정부를 믿을 수 없고 국가와 국가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남북한의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통일도 물 건너가고 만다.
이제 대선을 앞두고 후보마다 서로 잘 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모두가 그럴듯 하고 좋은 말이다. 그러나 거짓말 명수인 정치인들의 대선공약 속에는 수많은 거짓말과 속임수가 들어 있다. 누구의 말을 더 믿을 수 있나. 그 것부터 가려내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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