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왔다. 마지막 잎새만 달랑 남아있는 나무들은 추운 겨울 앞에 우뚝 서서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가을이구나’ 하다 보면 어느새, 너무도 쉽사리 성큼 다가서는 것이 바로 뉴욕의 겨울인 것이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한 장의 달력. 이를 보니 한 해의 마지막이 가까이 다가서고 있음을 짙게 느낀다. 매주 ‘하루는 긴 것 같은데, 일주일은 왜 이리도 짧을까?’ 하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12달의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화씨 19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겨울이 왔음을 느끼고, 이 한 해가 다 가고 있구나 싶으니 뭔가 허전한 아쉬움이 밀려온다. 흔히 세월은 꼭 자기 나이만큼의 속도로 흐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혹의 나이를 보내면서 정말 시간은 갈수록 점점 빨리 흘러가는 것임을 가슴으로 느낀다. 어느새 올해도 이제 한 달이 남지 않았음이다.
한 해를 하루로 본다면 이제는 자정이 다되어 가는 늦은 밤일 게다. 12월 연말이다. 누구든지 연말에 느끼는 감정이란 아쉬움이 반일 게다.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지나간 것처럼 아쉬운 것이 없다. 매년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어김없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아쉬움 뒤에는 항상 희망도 뒤따르는 법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은 아쉬움 속에서 한 해의 일들을 마무리함과 더불어 새해의 부푼 꿈과 계획들도 준비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조용히 한 해의 끄트머리를 향해 가고 있다. 언제 이렇게까지 왔는지 모르는데 벌써 한 해의 끝자락에 서있다.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아쉬움과 기대로 지나온 날들의 발자국을 더듬어 보는, 어찌 생각하면 매년 변함없는 마지막 달의 어느 하루를 또 맞고 있는 것이다.
뒤돌아본다는 것.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돌아볼 것을 돌아보는 것은 삶에 깊이를 주며, 내일의 방향 설정에 소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마무리와 시작을 어떻게 하여야 하나’일 것이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꿈과 희망의 새로운 계획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원하던 일들을 이루기보다는 오랜 불황의 늪에 빠져 정신적 혼란과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어김없이 찾아온 한 해의 끝을 맞이하고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늘 그러했듯이 후회는 항상 시간의 끝에 찾아온다는
것을 느낀다. 매년 초에는 한 해의 거창한 계획을 세우며 목표에 대한 성취감에 흐뭇해한다.
실천하지 못할 계획일지라도 새로운 시작에서의 계획은 이미 모두 이룬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계속되는 수정을 통해 백지상태에서 또 다시 시작하는 계획에 익숙해 있다. 우리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모든 일의 성취보다는 계획으로만 끝나는 경험을 수 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연말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는 한 해를 조용히 마무리한다. 돌아온 길을 다시금 살펴보고 새해에는 ‘어떡하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계획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올 한 해 고생을 많이 했으니 지난 아픔을 달래기 위해 즐거운 모임들을 갖는다.
어떤 이들은 송년모임을 핑계로 술독에 빠져 흥청거리며 마음껏 즐기는 ‘흥청망청파’로 자신들 스스로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한인사회는 이런저런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12월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이자 결산의 달이다. 모든 한인들도 12월은 개인생활, 가정생활 그리고 직장생활을 잘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달이 되어야 한다. 좋은 열매는 좋은 마무리이다.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어도 마무리가 잘되면 서로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마무리가 잘되지 않으면 망하거나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002년 12월.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할 때를 맞이했다. 마무리와 시작에는 차이가 없다. 항상 마무리를 잘해야 됨은 물론 마무리는 항상 시작인 것이기 때문이다.
chye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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