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더스는 가장 중요한 경제학자의 한 명이다. 경제에 문외한인 사람도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그의 말은 기억하고 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로 인류는 재앙을 맞게될 것이라는 그의 경고는 가족 계획 주창자들과 환경 보호론자들에 계승돼 지금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폴 얼릭은 살아있는 경제학자 중 맬더스의 주장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사람의 하나다. 1968년 그가 쓴 ‘인구 폭탄’이란 책은 인류의 어두운 장래를 점쳐 1972년 로마클럽이 내놓은 ‘성장의 한계’와 함께 세계 지식인을 매우 우울하게 했다.
때마침 닥친 오일 쇼크와 함께 대세를 이뤄가던 비관적 조류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선 인물이 있었다. 줄리안 사이먼이란 신출내기 학자였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자원은 무한하며 인구가 늘어나면 날수록 물자는 풍부해지고 경제는 발전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고실업과 고 인플레, 석유 파동에 시달리던 당시로서는 황당무계한 이야기처럼 들렸다.
‘엉터리 학자’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1980년 그는 얼릭에게 내기를 걸었다. 앞으로 10년 후 5개 주요 원자재 가격이 1,000달러를 넘으면 넘은 만큼 자신이 부담하고 1,000달러를 밑돌면 부족 분을 얼릭이 낸다는 약속이었다. 80년에서 90년 사이 전 세계 인구는 8억이 늘었다. 그럼에도 원자재 값은 하락 일로를 걸었다. 1990년 얼릭은 약속대로 576달러 짜리 체크를 보내왔다. 사이먼이 “이번에는 내기 금액을 2만 달러로 높여 다시 하자”고 제의했지만 얼릭은 더 이상 응하지 않았다.
내기를 또 했더라면 얼릭은 거액을 잃었을 것이다. 지난 10년 간 인구는 크게 늘었음에도 원자재 가격은 계속 하락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는 어느 때보다 많지만 식량을 비롯한 모든 자원은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어째서 일까.
그것은 인간이 자원의 소비자일뿐 아니라 생산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원은 하늘이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다. 19세기 중반 석유를 정제해 이를 연료와 화학 제품의 원료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노천 유전이 있는 곳은 땅값이 형편없었다. 냄새나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아무도 근처에 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난다고 자동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급 두뇌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술혁신의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기술혁신이 계속 되는 한 자원 고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석유가 다 떨어지면 태양열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면 된다. 이미 태양열 발전 단가는 화력 발전 단가에 근접해 있다.
지난 90년대의 붐에 이민자들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노스이스턴대 노동시장 연구소가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1,300만 명의 이민자가 미국 땅을 밟았으며 이 중 800만 명이 일자리를 찾았거나 구한 것으로 돼 있다. 신규 남성 근로자 10명 중 8명이 이민자인 셈이다. 이들 노동 인구의 유입이 없었더라면 기업주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렸을 것은 물론 호황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보고서 요지다.
이민자중 1/3은 블루칼러직에 종사하고 있지만 1/4은 하이텍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인도와 중국 고급 인력이 없이는 실리콘 밸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앤드루 섬 연구소장은 “미국 경제는 절대적으로 이민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미 최고 경제학자 40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는 이민자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민자들이 미 경제에 매년 100억 달러 씩 기여하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와 있다.
경제 발전에 필요한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이민은 이민자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유익하다. 이번 보고서가 테러와 불황을 핑계로 이민을 억제하고 이민자들을 찬밥 취급하려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민 경 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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