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의 광란(March Madness)’이라는 스포츠계 최고 드라마를 연출하는 대학농구 시즌이 2002∼03 시즌의 막을 열었다. 아직까지는 풋볼의 뜨거운 위세에 눌려 스포츠계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지만 다음 주말 대학풋볼 정규시즌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대학농구가 스포츠면 프론트 페이지로 튀어나올 것이다. LA를 대표하는 두 명문교 UCLA와 USC도 이미 시즌 개막전을 갖고 새 시즌에 돌입했다. 양교의 전력을 살펴보고 올 시즌을 전망해 본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풋볼전문’ USC “이제는 농구도 할줄안다”
스타터 3명 졸업후 휘청
팀웍 향상 시켜야 상위권
◎USC(지난 시즌 21승10패)
지난 시즌 애리조나에 이어 팩-10 2위를 차지하는 등 헨리 비비 감독의 지휘아래 엘리트팀 대열로 올라선 USC는 팩-10 컨퍼런스 ‘올해의 선수’로 뽑힌 샘 클랜시를 비롯, 브래던 그랜빌과 데이빗 블루덴탈 등 지난 시즌 스타터 3명을 졸업으로 잃은 전력 손실이 심대하다. 이 3선수는 지난 시즌 합쳐 1,406점에 413리바운드를 뽑아냈는데 이 엄청난 비중을 완전히 대체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 지난 NCAA 토너먼트에서 서부지역 4번 시드를 받았던 USC가 올 시즌 전국 랭킹에서 외면당하며 등외로 밀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잇달아 USC를 NCAA 토너먼트에 진출시키며 ‘풋볼학교’에서 ‘농구도 할 줄 아는 학교’로 탈바꿈시켜 놓은 비비 감독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들의 공백을 어린 선수들보고 모두 다 메우라는 것은 무리”라고 단정하면서도 “하지만 각자가 자기 역할을 깨달아 알고 게임 플랜에 맞춰 자기 몫을 해준다면 전체적으로 우리 팀은 괜찮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아직 경험이나 게임을 읽는 능력을 미숙하더라도 선수들의 기본재능과 가능성은 충분하기에 지휘자의 리드에 제대로 따라주기만 한다면 전체적인 팀 전력은 시즌 내내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다는 조용한 자신감의 표현. 이 때문에 어느 팀이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이번 USC팀은 시즌 초반보다는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서 전력이 상승곡선을 그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즌 초반 성장의 고통이 만만치 않겠지만 이를 자기의 역할과 팀의 전략을 익히고 배우는 경험의 장으로 활용한다면 다가올 팩-10 시즌에서 우승권은 아니더라도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을 넘볼만한 기본은 갖춘 팀이다.
비비 감독은 올해 USC팀이 지난해보다 경기경험에서 크게 떨어지나 민첩성과 투지, 경기감각은 오히려 앞서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백코트는 에릭과 데릭 크레이븐 쌍둥이 형제를 비롯, 데즈먼 파머, 로버트 허친슨 등이 돌아왔는데 이들 모두 득점력이 있는 선수들. 그랜빌이 떠나간 포인트가드 포지션은 궁극적으로 주니어 칼리지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던 브랜던 브룩스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프론트코트는 클랜시의 공백이 엄청나지만 최소한 신장에서만큼은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나아졌다. 주니어 칼리지 출신인 7피트 센터 조나단 올리버가 가세, 6피트11인치의 로리 오닐와 코스타스 차리시스와 함께 골 밑을 책임지는데 이들이 기대만큼 효과적으로 제공권을 장악해 준다면 클랜시의 공백을 잊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펄펄 날아다니는 포워드 제리 듀프리는 비비 감독으로부터 첫 6게임에 출장정지를 받았지만 일단 징계가 풀리면 USC의 활력소 역할을 맡아줄 팀의 ‘에너지원’ 재목. 비비 감독은 시즌 초반 선수들의 기용 폭을 넓혀 기량을 평가하고 경험을 쌓게 하며 디펜스에서도 과거 선수들의 체력과 투지를 살려 맨투맨 디펜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구명문’UCLA 지난 6년간 16강 5차례
센터진 취약 전력에 구멍
올시즌 가시밭길 걸을 듯
◎UCLA (지난 시즌 21승12패)
지난 수년간 UCLA 농구팀을 정의하라면 ‘도깨비 팀’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볼 스테이트나 칼스테이트 노스리지 등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팀에 덜미가 잡히는가 하면 전국 랭킹 1, 2위를 다투는 애리조나, 캔사스, 듀크 등이 겁나지 않은 팀, 컨퍼런스 토너먼트에서는 1회전 탈락하고도 NCAA 토너먼트에 나가서는 ‘스윗 16’을 자기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팀이 바로 UCLA다. 거의 매 시즌이 롤러코스터 같다. 우승을 해도, 꼴찌를 해도 전혀 놀라운 것이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팀이 바로 UCLA다.
하지만 올해 UCLA팀은 ‘도깨비 팀’이 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전통과 명성, 그리고 지난 6년간 5번이나 NCAA 토너먼트 16강에 올랐던 기록 때문에 UCLA는 이번주 AP 전국랭킹 14위에 올라있지만 팀 전력을 뜯어보면 랭킹에 올라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스타터 가운데 센터 댄 갯주릭을 비롯, 맷 반스, 빌리 나잇 등 3명이 떠나갔고 탑 식스맨인 백업가드 리코 하인스도 졸업했다. 한 가지 위안은 3년 연속 올 팩-10 포워드로 선정된 ‘샤프슈터’ 제이슨 카포노가 NBA 꿈을 포기하고 돌아온 것. 카포노와 디잔 탐슨, 그리고 T. J. 커밍스로 짜여진 포워드진은 상당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문제는 포인트 가드와 센터. 지난해 수퍼 1년생으로 기대를 모았던 세드릭 보즈만은 엄청난 포텐셜에도 불구, 1년 뒤에도 아직까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고 백업 라이언 월콧은 주전으로 나서기에는 역부족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센터 포지션. 기량은 물론 선수층에서도 갯주릭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도 없다. 6피트10인치의 커밍스가 센터로 기용되곤 하지만 골 밑 몸싸움보다는 외곽 플레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아킬레스건이다. 두 1년생 백업 마이클 페이와 라이언 할린스는 아직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함량미달이다.
과거 UCLA의 ‘도깨비 팀’ 명성은 개개인의 뛰어난 기량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팀 플레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개개인의 빼어난 기량에 의존, 큰 경기에 강한 면을 보였던 것. 하지만 올해 UCLA팀은 센터진이 너무 취약하고 포인트가드 포지션도 의문점이 많아 ‘약팀에 약한’ 징크스를 이어가는데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강팀에 강한’ 명성을 살리는 것은 훨씬 어려워 보인다.
물론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처럼 UCLA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보즈만이 잠재력만큼 기량이 성장, 포인트가드 포지션을 안정시키고 카포노, 탐슨, 커밍스 등이 명성만큼 활약을 해준다면 또 다시 ‘도깨비 팀’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단지 그렇게 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일 뿐. 프리시즌 시범경기에서 브랜치 웨스트 아카데미라는 정체불명의 팀에게 무려 25점차로 대패하는가 하면 지난 26일 홈에서 가진 시즌 개막전에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샌디에고에 81-86으로 패한 것을 보면 올 시즌 UCLA의 앞길은 한마디로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UCLA는 30일 전국랭킹 6위 듀크와 시즌 2차전(오전 10시, 채널 2)을 갖는다. ‘도깨비 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볼만한 일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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