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 이탈리아 북부 휴양도시 산 레모에 영국과 프랑스 외교관이 만나 몰락한 오스만 튀르크의 영토를 어떻게 나눠 먹을지를 논의했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제국주의의 선봉에 서서 해외 식민지 개척에 나섰고, 미국은 전통적인 고립주의를 채택하고있었다. 미국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 동로마제국을 붕괴시킨 700년 역사의 투르크제국 영토를 분할 통치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 미국에 메소포타미아의 유전에 관심을 둔 사람이있었다. 그는 스탠더드 오일 오브 뉴저지의 A.C. 베드포드회장이었다. 당시 미국 석유산업을 독점했던 존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은 독과점방지법에 의해 수십개로 쪼개졌고, 뉴저지에 본부를 둔 스탠더드 오일의 한갈래가 오늘날 엑슨-모빌의 원조다.
베드포드회장은 산 레모에서 벌어진 영-불 협상의 결과를 친구로부터 전해듣고 국무부를 찾아가 메소포타미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석유를 장악한 자가 세계를 차지할 것이며,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량을 확보한 메소포타미아 문제해결에 미국이 적극 참여할 것”을 주장했다.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미 국무부는 중동문제를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으로 취급해나갔다.
베드포드가 주목한 그 일대에 지금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독립국가가 건설됐고, 그가 예언했듯이 메소포타미아는 세계 석유분쟁의 진원지가 되고있다. 베드포드 회장은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서 메소포타미아의 ‘전투적 부족’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 바있다. 오늘날 사담 후세인을 그는 오래 전에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석유는 산업 활동 뿐아니라 개인의 생활에도 꼭 필요한 존재다.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20세기는 물론 21세기에도 진행되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은 말의 힘을 이용한 기마병과 기름을 원료로 하는 전차의 싸움에서 기름의 우위가 인정된 전쟁이었고, 2차 대전에 앞서 미국은 일본에 석유금수조치를 단행하면서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지난 90~91년의 걸프전은 서방세계가 쿠웨이트 석유를 보호하기 위해 침략자 이라크를 축출하는 전쟁이었다.
지금 조지 W 부시대통령이 경고하고 있는 이라크공격은 세계2위 매장량을 보유한 이라크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러시아가 산악지대의 소국 체첸의 독립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그곳을 지나는 송유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중국이 신쟝성 분리주의자를 탄압하는 것은 그 지역에서 석유가 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에 송유관 관통을 반대한 텔레반 정권을 축출한 것은 석유의 이해가 개입됐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국제석유시장은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엑슨, 모빌, 셸, BP, 걸프, 텍사코, 소칼등 미국과 유럽의 7대 메이저에 의해 장악됐다. 그러던 것이 중동 산유국들이 자국유전을 국유화하면서 오일 쇼크가 벌어졌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라는 국제 카르텔에 의해 공급자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무장해제 요구로 벌써부터 석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때 배럴당 3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이달들어 15%가량 하락, 배럴당 24~26달러에 거래되고있다. 전쟁이 날 가능성이 큰데 석유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석유시장에선 미국의 세계 석유시장 주도권을 받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라크는 걸프전 이전에 하루에 500만 배럴을 생산, 사우디 아라비아에 버금가는 산유국이었으나, 패전이후 이라크 국민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하루 150만 배럴로 생산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 또는압력에 의해 후세인이 축출되고, 그후 이라크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가 풀리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국제 석유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산유국들은 앞으로 몇 달 후에 있을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하락에 대비, 쿼터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하루에 100만배럴 이상 증산하고, 그래서 유가가 하락하고있다. 국제석유시장에선 이미 미국이 이라크를 제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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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달러짜리에 얽힌 사연
며칠 전이었다. 손님이 옷을 찾으러 왔다. 그간 몇번 맡기고 안찾아간 밀린옷까지 다 찾아갈터이니 모두 얼마냐며 100달러짜리 한장을 카운터 위에 놓았다. 빳빳하지도, 색도 선명치 않은 바랜 연두색같은 보기에 너무 어설프게생긴 100달러였다. 나는 앞뒤로 뒤집어보면서 작은돈은 없느냐고 했더니 아들용돈 주고 나니 1달러짜리 몇장 남았다면서 지갑을 열어보였다. 나의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1928년도 돈이라 그렇다”면서 이해시키려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미심쩍은 표정과 마음으로 묵은 옷 찾아가는데 그냥 받아버릴까 아니면 거스름돈이 없으니 다음에 찾아가랠까, 두갈래 길에서 헤매다가 결국 그돈을 받기로하고 그 돈에 새겨진 얼굴에다 그남자 이름을 적어넣었다.
가짜라면 그게 무슨소용이라만 그가 나를 속이고 있다면 일종의 협박으로 보이지 않을까 해서다. 나의 이런행동에 “당신은 참 재미있는 여자다”하면서 영수증없는 옷에 대한 싸인까지 하고 잘가라는 나의 인사속에 그는 유유히 사라졌다.
외출했던 남편이 돌아와서는 난리가 났다. 누가보아도 가짜인 이 돈을 미련하게 받았느냐, 오늘 장사는 허탕이다... 등등 별 소리를 다 해가면서 발을 동동굴렀다. 옆집 병술가게에 있는 기계에 넣어보아도 가짜인것이며 “나 같으면 이런돈은 절대로 안받는다”라는 그가게주인의 말은 나를 더욱 주눅들게 했다.
오후 3시가 넘었으니 은행도 닫아서 확인도 못해보고 남편의 계속되는 ‘구시렁”을 받으면서나는 안절부절하고있었다.
아주 오래전에는 꽤 큰 단골이었는데 몇년째 나이든 아버지만 남기고 그 부부는 보이지 않더니 요근래 남자만 세탁물을 가지고 오곤했다. 그리고 이웃이므로 그 아버지는 길에서 만나거나 가게에서 가끔보아왔으므로 아주 친근감도 없지는 않았다.
“이것 봐! 뒷면에- In god we trust도 없잖아!” 하는 남편의 외침이 또들렸다.
이쯤되면 나도 미안감보다는 지나친 남편의 흥분에 반감이 가게 마련이다.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는 아내를 위로는 커녕 그깐일가지고 야단을 하면 가짜가 진짜로 변한단 말인가.
요즈음 불경기에다 100달러가 어디이며 그리고 아는사람에게 속았다는 남편의 그 기분을 나도 이해 못하는것도 아닌데, 왜 나는 바보처럼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면서 순각적으로 그 돈을 받았을까. 그 남자가 요즈음 아이들 표현대로 섹시하고 멋있어서 그만 믿어버린걸까.
밤이 되니 나도 점점 억울한 생각에 잠을 잘수가 없었다.
다음날 9시가 되기가 바쁘게 남편은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돈은 가짜가 아니란다. 오래된어서 그렇게 보이는것이단다. 남편은 그소식을 내게 알려만 주고 아무말도 없었다. ‘화를 내서 미안하다’든가 하는사과의 표현을 ,그러나 남편이 속마음으로 오죽이나 내게 미안해 할까 생각하고 나도 그냥 묻어두기로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그돈을 기념품으로 간직할것이지 왜 새돈으로 바꾸었느냐고 했지만 그일은 곧 잊고 싶었고 잠시나마 손님을 원망했던 자신에게 반성할 기회를주기로 했다.
후에 그의 아버지 얼굴을 대면했을때 내 표정관리를 위해서도, 그래서 우리는 항상 반성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을 다시한번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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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길
영화의 제목이 한국에서는 ‘즙으로’이고, 미국에서는 ‘집으로 가는길(The way Home)’이다. 영화가 한국내 흥행성적 제1위로 400만명이상의 관객을 동원하였다는 히트작이다. 미국에서도 뉴욕타임스를 비롯하여 뉴스미디어가 수입영화중 최우수작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가을비 내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이영화를 상영하는 쿼드시네마는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여기 모인 관객들이 다양한 것도 이채로웠다. 무엇이 이처럼 관객들을 끌어당기는가.
광고의 효과도 있다. 그러나 이영화가 주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제목인 ‘집으로’의 ‘집’은 누구에게나 포근한 안식처이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거처인 건물만의 뜻이아니고, 가족의 삶의 터전을 말한다. 가족들 사이를 흐르는 사랑이나 정이 모이는 장소를 말한다. 그래서 ‘집’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생활의 공간이 된다.
이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고 소박하고, 어느 면에서 도식화되었다. 도시의 7세남아와 두메산골의 77세 외할머니가 함께하는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모음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표면상의 부조화에서도 은은히 싹트는 정스러움이 느껴진다. 희생적인 할머니를 끝내 이해하지못한것처럼보였지만, 도시로 향하는 버스뒷창에 매달린 손자는정류장의 할머니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의 마음에 무엇이 오고 가는것일까.
이영화의 특색중의 하나는 직업연예인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주연을 맡은 것이다. 연기를 잘한다는것은 맡은 배역의 역할을 자연스럽게한다는것이다. 여기에 출연하는 사람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서 영화의 이미지를 살리고있다. 말 못하는 할머니와의 반쪽대화가 쌍방의시끄러운 대화보다 마음의 소통을 잘하고있다. 할머니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이루만질때 관객의 마음도 편안해진다.
관객들이 끌리는 이유는 잊었던 것을 되찾을수있었기때문이다. 그 동안 한편으로 밀어놓았던 것의 귀중함을 느꼈기때문이다. 어지럽고, 수선스럽고, 요란스럽고, 혼돈스러운 세태에서 조용하고, 편안하고, 은은하고, 잘보이지않는 세계의 아름다움을 찾을수있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아무렇게나 서랍속에 던져뒀던 물건을 꺼내서 손으로 먼지를 닦아내는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핵가족은 단촐해서 좋다. 대가족이 가지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수있다. 그러나 모든것이 장점만 있는것은 아니다. 대가족 중심에 자리잡는 조부모의 존재가 흐려지는 것을 큰 결함으로 생각한다. 조부모와 동거하여 자녀교육에 지장이있다는 불평도 들어왔다. 조부모를 의식하고 자녀를 제대로 꾸짖기힘들다는사정도 이해한다. 조부모의 교훈이 현대 실정에 맞지않는다고 고민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부모와 부모의 교육은 색깔이 다르지만, 이부분은 대화로 조절할수있다. 조부모는 주로 인성교육에 치중한다. 부모는 주로 지식교육에 치중하게 되어 한쪽이 소홀하게 될가능성이있다. 대가족이 같이 생활한다면 자연스럽게 이문제를 해결할수있겠지만.
미국에서도 조부모와 함께 생활하거나 자주 왕래하며 생활하고있는 어린이들을 다행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조부모가 생존하는 사실만 가지고도 자녀들에게 영향을 준다. 조부모의 사랑은 너그럽고 깊이가 있으며, 여유가 있고 초조하지도 않다. 젊은 부모처럼 자녀의 장래에 대해 엄청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러한 조부모의 사랑을 받지못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안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 조부모를 학교에 모시고 와서 주위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학생이 있다. 어떤 학생은 공개소업이있는날을 ‘활머니가 한복입으시고 학교에 오시는 날이에요’라고 말하였다.
영화 ‘집으로’는 관객들에게 집으로 가는 길을 알리고있다. 그 길은 가족들 사이에 끊임없는 사랑의발신이 오고 가는 바로 그 자리에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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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가기전에”
어제는 나의 결혼 37주년이 되는날 이었습니다. 금년여름 집을 팔고 작은 아들네, 큰아들 그리고 딸아이내집에서 잠깐씩 지내다가 지금우리부부는 방2개의 노인아파트에 이사한지 두주가 지났다. 죽어도,이민이 아니고 이사간다 우기던 남편이 내년 1월이면 62세 은퇴를 할 예정입니다. 어둠이 깔리면 아파트의 문이 닫히고 클럽하우스의 불빛밑에서 빙고 놀이카드놀이를 하는 미국노인들의 안락함과 고독을 보다. 월요일 아침모임에 인사를 했더니 모두들 나를 베이비라고 해서 얼마나 쑥스럽던지. 클럽하우스 옆 자쿠지에서는 더운 김이 솟아오르고 수영장은 깨끗하기만한데도 들어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관리인은 아침마다 청소를 하고 잔디를 쓴다.(며칠전에는 오랜만에 골프클럽에 갔다. 앞뒤가 밀리지않아 부담이없었다. 마침 하와이 출생이라는 은퇴미국노신사를 만나 부부와 4명이나가는 코스에 우리셋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다운 미소, 여유있는 태도와 건장한 모습의 미국노인이었다.. 이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이렇게 곳곳에는 좋은사람들이 많이 산다. 나도 타인에게는 좋은사람이고 싶은데 그게 마음먹은데로 되지를 않는다. 부디 새해에는 착한 마음으로 내 자아를 더죽여보기로 마음먹는다.
큰손자 재현이가 이제 프리스쿨에 들어갔고 그밑의 재용이가 지난 3월두돌잔치를 했고 외손자 자강이도 두돌잔치를 했다. 내년 초면 자강이 남동생이 태어날거고 금년에 태어난 재민이는 지금 고개를 들고는 뒷발을 푸드덕거리며 기어보려노력중이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코흘리게 삼남매 국민학교1.2.3학년짜리들 손을 이끌고 이 미국땅에서 살아있음이 정말 감사하고 ‘이해가 가기전에’ 내가 그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해본다. 일주일에 한번씩 삼남매의 집집을 방문하고 이세상모든 사람들에게 살의 입맛춤을 보내며 살고싶다.
김인영 서울경제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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