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약 4,500만마리의 칠면조들이 대학살 당하는 계절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년 중 가장 즐겁고 고마운 계절이 추수감사절이다. 추수감사절은 1621년 이 땅에 도착한 청교도 이민자들에 의해 처음 시작된 감사의 절기라고 알려져 있다.
온갖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함께 해주신 하나님 앞에, 주변의 인디언들과 더불어 감사의 향연을 베풀었던 것이다. 처음 이것은 특별한 종교적 색채가 드러나지 않았던 영국의 ‘율타이드’(Yuletide)라는 절기와 흡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절기를 지키는 관습이 확대되면서 종교적인 의미가 고려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던, 링컨 대통령에 의해 미 전역의 연례적인 축제의 절기로 선포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추수감사절의 의미와 그 유래를 다소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단순히 그 효시가 청교도들에게만 있다고 한정하려는 경향이다. 그러다 보니 추수감사절이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서구 신학자들은 자신들의 사고와 행동들을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적인 신학을 생산하고 설파해왔다.
따라서 백인이 유색인을 정복하고 소유하는 것, 남자가 여자를 정복하고 소유하는 것, 서구가 비 서구를 정복하고 소유하는 것이 당연한 하나님의 창조 섭리라고 주장해 왔다.
이런 신학적 사고 때문에, 사실 교회는 알게 모르게 언제나 세상의 힘있는 자들과 짝을 지어왔다. 이것이 결국엔 식민지 지배를 위한 정복의 수단과 이데올로기가 되고 말았을 뿐만 아니라, 교회가 옳지 못한 현실 속에서도 자기 이익만을 꾀하는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동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 대한 양심적인 자각이 일기 시작하면서, 지배 이데올로기적 신앙과 신학을 고수하던 생각으로부터 ‘섬김과 나눔’의 신학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각성이 일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추수감사절은 무엇보다도 전통 서구 신학에 따른 무비판적인 ‘정복과 소유’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기’를 위한 ‘섬김과 나눔’의 축제임을 인식해야만 한다. 단순히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들을 정복하고 소유한데서 얻은 소출로 인하여 감사를 드리는 것을 감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고도 그것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감사하고 정당화한다면 그것은 감사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사의 의미가 무비판적으로 왜곡될 때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역사를 들여다 볼 때 다수 백인들이 힘없는 인디언을, 그리고 모든 유색인들을 누르고 착취하고서도 이것이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합리화 시켜버렸을 때, 슬픈 역사의 순간들이 많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이 또한 지배자의 신학과 신앙인데도, 복음 전파라는 또는 선교라는 미명 하에 발길 닿는 곳마다 전파하고 정당화 시켜 왔던 것이다.
처음 청교도 이민자들도 이 땅에 도착하여 어렵고 힘든 환경을 넘어서서 거두어들인 수확들을 놓고 자기들 주변의 인디언 100여명을 초청해서 베푼 감사의 축제가 바로 이 추수감사절의 효시였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감사는 ‘정복과 소유’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그들을 살려주신 생존에 대한 하나님 앞에 드리는 참으로 깊고도 신실한 감사였다.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섬김과 나눔의 실천’이었다. 모쪼록 올해 추수감사절은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절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일구 목사·호놀룰루한인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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