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선이 27일 후보등록과 함께 22일 간의 공식선거 운동에 들어간다.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정책과 이념, 정치적 기반이 상이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집중 비교ㆍ검증하는 기획을 연재한다.
李가 본 노무현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시각은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권을 유지하려는 구세력”이란 규정에서 시작된다. “김대중 정권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계승하겠다고 하니 현상유지 세력 아니냐”는 게 단일화 이후 이 후보의 첫 언급이다.
정권교체의 의미를 부각하려는 의도이긴 하지만 노 후보에 대한 이 후보의 총체적 불신을 잘 드러낸다. 노 후보에 대한 이 후보의 직접적 평가는 그리 많지 않지만 과격하고 급진적이라는 기본 시각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25일 대선구도와 관련 “급하고 급진적이고 불안한 세력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며 경험과 경륜이 있는 세력간의 대결”이라며 ‘노 후보=급진ㆍ불안세력’으로 단정했다. 앞서 17일 노ㆍ정 단일화를 비난하며 “한 사람은 파업을 선동하고 한 사람은 구사대를 파견한 사람인데 무슨 합의냐”고 밝힌 데서도 노 후보의 선동성에 대한 시각이 드러나 있다.
그는 노풍이 한창이던 4월에도 “급진세력이 좌파적 정권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며 “너무 급하게 급진적으로 나라의 기본틀과 구조를 깨는 식의 우려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했다.
자신과의 대비를 통해 노 후보의 노선이 과격할 뿐더러 국정경험이 적고 경륜이 짧아 나라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이미지를 선전해 왔다.
이 후보측은 이와 관련 “재벌해체 등 과거 노 후보의 급진적 발언과 말바꾸기, 위기관리능력 부재 등은 DJ정권의 양자라는 점과 함께 노 후보의 치명적 약점”이라고 주장한다.
그간 노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공격도 과격하고 불안정한 이미지를 부풀리고 부패정권 계승자임을 알리는 데 모아졌다. 이 후보도 지난 봄 “음모와 술수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무원칙한 작태가 횡행하고 있다”며 노 후보의 말바꾸기를 직접 비난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노 후보를 칭찬한 예는 거의 찾기 어렵다.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후보에게 배울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생각이 안 난다”고 했을 정도다. 다만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노 후보는 정치적으로는 약점이 많지만 서민적 이미지와 스타일, 개인적 친화력, 상대적으로 참신한 이미지 등 강점도 적지 않다”며 “개인기 대결보다 정당, 정치노선, 정책 대결구도가 낫다”고 말했다.
盧가 본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정책적인 면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냉전적 사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 후보는 후보 단일화 논의가 한창일 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에 우리의 운명과 미래가 달려 있는 상황에서 대결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이 후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또 6ㆍ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 후보가 나 때문에 서민도 아닌 사람이 서민 흉내 내느라 엄청 고생이 많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이 후보를 특권층이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노 후보는 아들 병역기피 의혹, 호화빌라 사건, 원정출산 의혹 등을 열거하면서 이 후보의 특권적 사고를 공격한다.
노 후보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 같은 기득권적 사고가 정책에 그대로 반영돼 대기업 규제완화, 법인세 인하 찬성,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친 재벌적 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후보는 또 노 후보가 보기에 ‘부패한 인물’일 뿐만 아니라 ‘낡은 정치 세력’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노 후보는 6ㆍ13 지방선거와 8ㆍ8 재보궐선거를 거치면서 “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모금 사건, 안기부 자금 총선전용 사건 등에 연루된 이 후보가 어떻게 깨끗한 정부를 만들 수 있겠느냐”며 이 후보의 부패 의혹을 집중 부각했다.
노 후보는 최근에 “이 후보는 ‘3김식 정치’의 계승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지역분열 조장, 1인 지배 방식의 정당 운영, 제왕적 총재 행태, 조직ㆍ금권 선거 등을 답습하고 있기 때문에 3김식 정치, 즉 낡은 정치의 계승자라는 것이다. 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서는 3김에 포함돼 있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 후보의 정치 스타일을 싸잡아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 후보는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등을 역임한 이 후보의 화려한 경력이 대통령직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사회의 엘리트층으로 승승장구해 온 사람이기 때문에 이러한 경력이 오히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노 후보는 다만 “낡은 정치를 새롭게 바꾸겠다는 것이지 반 이회창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이 후보 개인에 대한 반대가 부각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동국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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