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TV토론 정리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22일 TV로 생중계된 후보단일화를 위한 합동토론에서 단일화, 정치, 경제, 외교안보통일, 사회문화분야별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후보단일화
노 후보는 “월드컵 분위기로 지지도가 높다고 해서 경쟁력 있는 후보는 아니며, 정 후보는 여러 의혹이 있다”며 이익치 전 현대증권회장 관련 현대전자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정 후보는 “이회창 후보가 불쌍한 사람 이익치씨를 불러다 일본서 기자회견을 시켰는데 100% 한나라당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정치
노 후보는 “한국정치에서 가장 심각한 부패는 정경유착”이라면서 “실제로 정 후보가 대통령이 돼 도장 하나 잘 찍으면 친인척이 수백억, 수천억원 이익을 볼 것같다”고 공격했고 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벌기업이 나한테 돈을 가지고 오겠느냐”며 “아마 제일 없을 후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외교·안보·남북관계
노 후보는 “(정 후보가) 핵문제를 계기로 대북 지원중단을 얘기했는데 그러면 긴장이 높아지고,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정 후보는 “북한이 제네바 합의 등 국제사회 신뢰를 어긴 것으로 현금지원의 중단은 마땅하고 인도적 지원과 중유 지원은 계속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특히 노 후보는 현대상선 대북 4억달러 지원설과 관련해 “앞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다짐한 반면 정 후보는 “공적자금과 관련해 한나라당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좋은 일 아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경제
법인세 인하문제와 관련해 정 후보는 “인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반면 노 후보는 “큰 기업에게만 혜택이 있어 부당하다”고 차별화를 시도했다. 노동문제와 관련, 정 후보는 “노 후보가 과거 파업현장에 가서 ‘국회의원과 사장은 물놀이 가서 빠져 죽어도 된다’고 했는데 무책임한 얘기”라고 공격했고 노 후보는 “노동자도 중요하고 제대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뜻”이라고 반박했다.
▲사회문화
고교 평준화와 관련, 노 후보는 “평준화가 폐지되면 중학교까지 과외열풍이 불고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며 정 후보가 주장한 자립형 사립고를 해놓으면 일류고 인맥이 형성돼 학벌주의 사회가 된다”며 공격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평준화 문제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으며 속수무책이란 무력감에 빠져있다”며 ‘자립형 사립고가 많이 설립되면 평준화는 점차 폐지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공격적’ 노 ‘안정적’
노-정 스타일 비교
노무현 후보와 통합 21 정몽준 후보간 22일 후보 단일화 토론은 두 후보의 달라진 토론 스타일과 기싸움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 후보는 ‘답변이 모호하다’ ‘말투가 어눌하다’는 그간의 지적을 의식한 듯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질문과 답변으로 토론에 임했고 노 후보는 ‘지나치게 직선적이고 공격적’이라는 지적을 피해 안정감있고 여유있는 이미지 부각에 애썼다.
결론을 미리 말하며 논리적이고 직접화법을 즐기던 노 후보는 오히려 편안한 화법에 의존했고, 여러가지 예를 설명하며 ‘그게 말이죠‘를 연발해온 정 후보는 이날 딱 부러진 문장으로 노 후보 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정 후보는 질문과 답변시간을 대부분 초과하면서 ‘할 말은 모두 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노 후보는 되도록 시간을 준수하면서 간략하게 ‘할 말만 하겠다’는 상반된 스타일로 토론에 임했다.
이회창 지지자 ‘역선택’방지
이후보 지지 35%이하땐 무효
여론조사 어떻게 이뤄지나
단일화 후보 선정을 위한 여론조사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즉 한나라당 이 후보 지지자들이 노·정 두 후보 중 더 손쉬운 후보를 단일 후보로 응답하는 역선택 가능성을 막기 위해 조사후 1차 예비설문을 통해 이 후보 지지자를 제외한다. 이어 남은 응답자들의 본 설문 답변 결과로 단일 후보가 정해지는데 본 설문의 정확한 문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노·정 두 후보의 대 이 후보 경쟁력을 묻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통합21측은 이 후보지지 유권자들이 예비설문에서 다른 후보 지지자로 위장해 본 설문에서 역선택을 할 수 있어 ‘평균 지지율’ 안전장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특정 조사기관의 최근 2주일 여론조사 이 후보 평균 지지율 35%를 기준으로 이하로 나오면 그 조사를 무효로 처리, 이 후보 지지율이 35% 이상이 나올 때까지 재조사를 실시한다.
지지후보따라 우세여부 상반
시청자들 반응
후보단일화 TV 합동토론이 열린 직후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떤 후보가 우세했나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MERSMI라는 네티즌은 “노 후보를 찍을까 말까 고민하는 내게 이번 토론회가 정 후보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정 후보의 약 올리기에 노 후보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서 노 후보가 우세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나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에게는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시청자는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후보들에 대한 비판은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 후보나 권 후보가 정책을 발표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3개 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단일화 토론을 중계, 시청자를 무시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후보에게도 방송기회 요구
토론회가 몰고 올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은 22일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간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회 내용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흠집내기 경연장이자 불법적인 사전선거운동에 불과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또 두 후보에 대해 사전선거운동 및 후보비방 등 선거법 위반혐의를 주장하면서 선관위의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기회균등의 원칙’을 적용, 이 후보에게도 똑같은 조건의 방송기회를 25일이나 26일 제공해줄 것을 방송사측에 요구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에서 “서로 헐뜯고 이 후보를 인신공격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며 “정책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나 비전제시없이 서로간 차이점만 노출시켰고 끊임없는 책임공방과 신경전은 대통령 후보로서 자질이 없음을 확인시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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