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핼로윈을 처음 접한 것은 어릴 때에 한국에서였다.
하루는 친구들이 나한테 와서 가면을 쓰고 미군 가족들이 사는 외국인 아파트에 가면 공짜로 사탕과 과자를 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날이 무슨 날인지 또 왜 가면을 쓰는지도 모르고 다른 아이들을 따라 신문지로 만든 탈을 가면 대신 쓰고 갔다. 그러나 외국인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여 30분도 못되어 경비원 아저씨에게 붙들려 쫓겨났던 기억이 있다.
핼로윈이 도래할 때마다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 안에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일어난다. 핼로윈은 크리스천들이 우리 자녀들을 위하여 크게 우려해야 하는 날인가 아니면 아이들이 순진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도록 허락해도 별 해가 되지 않은 전통적인 축제일인가 하는 것이다.
핼로윈은 고대에 이교도들이 여름철이 끝났음을 기념해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죽은 영혼이 이때 고양이와 마녀들의 형상으로 이 세상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들 영혼으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무서운 가면으로 분장하고 또 불로 이 죽은 영혼들을 몰아 내려고 했다. 그래서 음식을 문 앞에 놔두고 죽은 혼들에게 음식을 대접(Treat)함으로써 죽은 영으로부터의 저주(Trick)를 피하려 했던 것이다.
죽은 혼들이 사람들이 차린 음식을 대접받고 저주는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호박 속에 불을 켜고 가면을 쓴 아이들이 문 앞에 와서 “Trick or Treat!” 하고 인사하는 전통은 여기서부터 유래되었다.
이러한 배경과 의미를 이해하면서 과연 크리스천들은 핼로윈이 비성서적이며 이교도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점 때문에 관련 행사를 무조건 배격하고 참여하지 못하도록 가르쳐야 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핼로윈의 시작이 비종교적이고 이교도적이기 때문에 그 행사를 반대한다면 크리스마스도 이교도적인 문화배경에서 시작되었는데도 아무 부담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가 어렸을 때는 도깨비, 귀신, 마녀, 괴물들을 그저 동화나 옛날 이야기에서 접하는 캐릭터로 가볍게 받아 들였을 뿐이지 이들이 우리의 심령이나 신앙에 해를 끼칠 만큼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사회 환경은 영적으로 많이 타락해서 마귀와 마녀들의 이야기가 현실적인 종교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접근해 오고 있다.
그래서 핼로윈과 같은 동화적인 풍습이 자칫 아이들의 영적 교육을 그르치게 할 위험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므로 부모의 각별한 주의와 관심 그리고 바른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 마술이나 마녀의 존재가 상상의 이야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버젓이 세상에서 실존하는 것처럼 가르치는 잘못된 이방 종교가 활개치고 있기 때문에 한갓 재미로 넘겨 버리고 말 일들을 보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이 재미있는 옷을 입고 학교의 핼로윈 파티나 트릭 오어 트릿을 하러 가는 것을 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내가 가르치고 경험한 바에 따르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기는 그 행사를 굳이 막을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이 1년 365일 매일의 생활에서 하나님 말씀과 진리로 아이들을 양육한다면 핼로윈 하루가 초래할 어떠한 위험성은 족히 방어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이들이 이 날 무슨 가면을 쓰느냐 또는 어떤 파티에 가느냐 하는 데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핼로윈이 지나고 나서 매일 같이 아이들이 무슨 TV 프로그램을 보고 어떤 비디오게임을 즐기며 또 어떤 친구들과 지내는지, 더 나아가서 공립 학교에서 자녀들이 무신론 교육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 등에 관하여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이에 대처하는 것이 기독교 공동체를 튼튼히 세우는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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