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 내 한 식당업주는 지난해 연변의 조선족 여성 1명을 종업원으로 채용했다. 처음 조선족 여성을 만났을 때 불법체류자임을 알았지만 워낙 성실하게 일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터에 기회를 주었다. 그런데 이 조선족은 일자리를 얻어 고마워하면서도 기거할 곳이 없어 고민했다.
이를 딱하게 여긴 식당 주인은 단칸방 아파트를 구해 주었다. 조선족은 자신을 자상하게 돌봐준 업주에게 고마워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연방이민국 직원이 알아내 소송을 제기하면 업주는 최고 1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LA 근교에 사는 맞벌이 한인 부부는 낮에 어린 자녀들을 돌볼 수 없어 끌탕을 하다 하는 수 없이 보모를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한인을 구하려 했으나 넉넉한 돈을 줄 수 없어 불법체류 히스패닉 여성을 택했다. 불체자를 채용하는 게 법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안이 없었고 히스패닉 여성이 하도 착해 보여 그렇게 했다.
실지로 이 여성은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을 친동생, 친조카들처럼 잘 보살펴 주었다. 마땅히 갈곳이 없었던 이 여성은 부부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월급 중 일부를 고향에 보냈다. 아이들도 이 여성을 잘 따랐고 이들 부부도 대 만족이었다. 그래서 월급도 조금씩 올려 주었고 인종은 다르지만 가족 같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불체자에게 일을 시키고 잠자리까지 제공했으니 이민국 직원이 들이닥쳐 진상을 캐면 꼼짝없이 위의 식당업주와 같은 형벌을 받을 수 있다.
연방법원이 최근 불체자를 고용하고 숙소를 제공한 업주에게 ‘최고 6,000달러 벌금 및 6개월 실형’인 ‘고용주의 부실주의죄’(불체자 고용죄) 대신 ‘최고 10년형’인 ‘외국인 밀입국 알선 및 은닉죄’를 적용했으니 서슬 퍼런 세상이 아닐 수 없다. 연방 제 11순회 항소법원이 중국인과 히스패닉 불체자들을 식당종업원으로 고용하고 숙소를 제공한 플로리다의 식당업주 부부와 매니저에게 불체자 고용죄를 적용한 연방지법의 판결을 뒤집어 외국인 밀입국 알선 및 은닉죄로 다스리기로 했으니 말이다.
항소법원은 불체자들에게 일자리, 숙소, 교통편을 제공한 것이 밀입국 알선을 선동하고 장려한 것이며 동시에 은닉죄에 해당된다고 확대 해석했다. 당사자들이 불체자들을 고용하긴 했지만 밀입국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음에도 중벌을 받게 된 것이다. 피고측이 연방대법원에 심의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연방대법이 관례상 심의 자체를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 테러정국과 묘하게 중첩되면서 잠재적 차별 대상인 소수계로선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다.
한인사회에도 불체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고, 적지 않은 업소들이 가격경쟁력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싼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체자 고용에 대해 정부가 단속의 고삐를 죄어도 이 같은 고용패턴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불체자 고용이 현행법에 저촉되지만 법의 심판에는 상식이 고려돼야 한다. 불체자를 고용해 이들이 부정한 짓을 하도록 장려하거나 감싼다면 모르지만, 땀흘려 일하면서 힘들게 가정을 꾸려 가는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먹고 살 수 있도록 돕는 게 테러범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은신처를 제공한 것과 유사하게 취급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분히 ‘이민자 옥죄기’의 일환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고용인이 불체자 1명을 고용할 때마다 미국 시민 1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했다. 작금의 고용사정이 좋지 않다지만 논리의 비약이 아닐 수 없다. 행정부와 의회에 비해 외풍에 자유로워야 할 사법부 마저 테러 정국의 바람을 타고 있는 듯하다.
법을 어겨도 벌을 받지 않으면 사회가 불안해 진다. 하지만 벌은 죄에 걸맞아야 한다. 죄에 비해 벌이 과하면 사회는 더욱 불안해 지게 마련이다.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이민자 인권보호에 소홀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데는 사법부밖에 없다. 사법부의 ‘쏠림’을 우려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박 봉 현 <편집위원> bong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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