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를 지나갈 때 우리 식구들이 가끔 하던 게임이 있다. 단체로 관광을 하는 동양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중의 누군가가 “어떻게 생각해요? 저 사람들이 중국사람 같아요? 일본사람 같아요? 한국 사람 같아요?”라고 묻는다. 누군가가 “일본사람 같다”라고 말한다. 똑같은 장면을 향해 분주히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아니다. 중국사람 같아. 저기 저 키 큰 사람을 봐. 일본사람이라기에는 너무 큰 것 같아” 하며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한다.
“한국 사람인지도 몰라. 다리를 걸어가는 모습이 양반 같은데…” 하면서 나는 그들의 게임에 끼여든다. 물론 나의 코멘트는 외모를 보고 국적을 알아 맞추려 애쓰는 그들의 수고를 놀리면서 하는 말이다.
오래 전에 대학원에 다닐 적에 세계 2차대전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 적이 있다. 오리건 대학교 도서관에는 1930년부터 수집하여 놓은 타임지가 있다. 1942년 1월 타임지 이슈에 실려있는 기사라고 기억한다. 기사의 헤드라인은 “우리들의 친구인 중국사람과 우리의 적인 일본사람을 어떻게 분별할 수 있을까?”라고 시작된다.
헝클러진 머리와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남자 사진 밑에 “일본사람-간사하고, 털이 많고, 피부색이 검은 편이다”라는 캡션과 함께 일본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음이 후하게 보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 사진 밑에 “중국사람-친절하고, 정직하며, 피부색이 하얀 편이다”라고 적혀 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기교로 독자를 속이려는 홍보용 사진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기들을 ‘차이니스’라고 놀린다고 하였을 적에 나이든 친지가 아이들에게 한국사람과 다른 동양사람들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하였다. 그녀는 눈 가장자리를 손으로 치켜올리면서 “중국사람” 하고 목소리를 한 옥타브 높여서 말하였다. 그 다음에는 눈 꼬리를 손으로 치켜 내리면서 굵고 음침한 목소리로 “일본사람” 하였다. 마지막으로 명쾌한 목소리로 “한국사람” 하면서 손을 눈에서 떼고 눈을 깜박거리면서 방긋 웃었다. 그녀의 장난기 어린 농담 속에서 인종에 관한 편견을 볼 수 있었다.
아내의 친지 중에 자기는 한국사람과 중국사람, 그리고 일본사람을 정확하게 알아 맞출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녀를 가리켜 민족을 가려내는데 오류가 없는 ‘절대적인 교황’이라고 부른다. 언젠가 그녀와 함께 포트랜드 공원을 산보할 때였다. 동양 사람들이 피크닉을 하고 있었다. 그 그룹을 멀리서 보면서 나는 그녀에게 “당신의 생각으로는 저 사람들이 어느 나라 사람 같아요?” 하고 물었다. 그녀는 그들을 잠깐 살피더니 “일본사람” 하고 대답했다.
나는 “정말로?” 하고 물었다. 말하는 소리가 들릴 거리에 우리 일행이 접근하였을 때, 일본말이 들렸다. 친지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스러워하였다.
인터넷을 보고 있던 아내가 아들에게 동양사람들을 구별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어렵지만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베트남 사람과 필리핀 사람은 구별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사람과 중국사람 그리고 일본사람은 가끔 헷갈린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행동을 살피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덧붙인다.
예를 들어 머리 스타일이 특이하거나 유행하는 옷을 입은 젊은 아시안은 대부분 일본사람이고, 안경을 쓰고 유행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은 중국사람이란다. 한국사람은 한마디로 꼬집을 수 없지만 한국사람만의 특유한 매너가 있다고 말하였다.
“당신은 이 세 그룹(한국, 중국, 일본)을 분간할 수 있습니까?”라는 인터넷(WWW.alllooksame.com)이 있다. 18명의 동양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어느 민족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나는 100점 만점에서 40점을 얻었으니 낙제점수를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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