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실시된 하와이주 예비선거는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있는 한국 정치권과 비교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거기에는 약속과 승복, 원칙과 무원칙, 절차와 결과 그리고 그 결과의 수용과 배반이라는 갖가지 단어들이 한국 선거와 미국 선거의 경우 서로 대척점(對蹠點)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언뜻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당연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으며 언론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보도’에 충실하려는 듯 약속과 절차의 배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결론은 한 가지다. 미국의 선거에서는 선거때마다 정당이 만들어졌다 사라졌다 하지 않으며 경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손을 들어주고 본래 정해져있던 ‘원칙’을 축으로 모든 것이 돌아간다. 그 절차에 혼돈과 무례란 개입하지 않는다.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예비선거든 본선거든 그 절차가 수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선거, 특히 대선은 그렇지가 못하다.
돌이켜 보면 최근 십여년만 해도 도대체 얼마나 많은 ‘포말정당’(泡沫政黨)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졌다 했는가.
신장 개업이 아니라 ‘신당개업’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해서 만들어졌다 포말이 되어 사라진 정당들만 해도 민정당, 신민당, 민자당, 신한국당, 평민당, 새한당, 새정치국민회의등 일일이 이름을 거명하기 힘들 정도이며 지금의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도 정당 역사가 일천하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3당 모두 불과 몇 년전 창당한 분들이 총재나 명예총재, 또는 실질적 총재역을 하고있을까.
정당의 변천사는 한국정치의 천박성을 느끼게 한다.
지킬 지조나 전통이 없는 정당이기에 졸부, 복부인들 부동산 투기 하고 한몫 챙겨 빠져나가듯이, 여름 한철 대목보고 썰렁해진 해수욕장 같이 그렇게 정당의 간판들이 ‘대통령 선거철’을 전후해 세워졌다 내려졌다를 되풀이 해온 것이다.
한국의 정당은 ‘정권 창출’이라는 정당 본래의 목적에는 집요하다 할 정도로 충실하고 있으나 ‘어떻게?’ 즉 수단과 절차로서의 합목적성에 대해서는 까막눈인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지역감정 말고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있느니 ‘수구와 개혁’으로 양분되어 있느니 하는 단어의 사용이 남발되고 있으나 정말 한국사회는 보수와 진보로, 수구와 개혁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는 것일까.
그런 단어를 인용하는 어퍼 클래스(upper class), 또는 지식층이나 한국의 일반국민들 사이에서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인지, 또는 무엇이 수구이고 개혁인지 진정한 논의를 가져보았거나 인식할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했던가.
그것보다 더 한국사회를 심각하고도 뚜렷하게 나누어놓고 있는 것은 ‘합리적 사고’와 ‘맹목적 사고’ 더 쉽게 말하면 ‘상식과 몰상식’의 대립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 사고가 상식과 절차, 포용과 이해의 사고체계라면 맹목적 사고는 ‘무대포 막가파식 사고방식’으로 몰상식과 결과지상주의, 배타와 편협의 사고체계라고 할수 있다.
예를 들면, 합리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아이들 영어 잘하게 하려고 혀를 늘이는 수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맹목적 사고의 사람들은 ‘영어를 잘해야 출세하기 때문에 혀를 잘라 늘이는 수술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합리적 사고에서는 ‘쓸데없이 남을 모함하고 다니는 것은 쥐처럼 비열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맹목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수치도 모르고 ‘마주 앉았다 하면 남 모략하는 이야기’로 수다를 시작한다.
상식적인 사람들은 ‘나도 틀릴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몰상식한 사람들은 ‘나만 맞는다’고 생각한다.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라면 ‘이익이 없을 때는 안지켜도 괜찮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몰상식이다.
그런데 몰상식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는 이익이 창출될 경우 사람들은 상식의 편에 설까, 몰상식의 편에 설까 이 부분이 한국사회의 숙제라고 할수 있다.
불과 3개월 후면 치러질 한국의 대선후보들의 이름이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이한동, 권영길씨등 주루룩 나온다. 과연 어느 후보가 가장 합리적 사고와 상식의 편에 서 있을까.
이번 대선의 유권자들은 너무 머리가 아프지 않을까... 쓸데없는 염려가 든다.
김정빈<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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