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꿈으로만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로 현실로 일어난다.
간암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던 김현숙(39)씨가 지난 8월말 간 기증을 자원한 존 김(49)씨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간 이식수술을 받고 완쾌중인 사실이 보도되자 최근 간암선고를 받고 투병중인 60대 한인 남성으로부터 현숙씨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왔다. 이제는 신변을 정리하고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현숙씨의 회생 스토리를 접하고 자신도 간 이식수술을 받으면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한인 남성은 간의 절반을 이식해도 회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동차 사고 등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 등의 간 전체를 이식 받아야 사는 줄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진에 따르면 간 이식수술은 기증자의 간의 절반을 환자에게 이식하게 되며 기증자의 간은 보통 1개월 이내에 원래대로 다시 성장한다.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절반의 간을 이식 받은 환자도 수주일 내에 원래의 크기대로 복구된다.
지난해 연말 간암선고를 받고 1개월을 넘기기가 힘들 것이라는 의료진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현숙씨를 버티게 해준 힘은 ‘나는 살 수 있다’는 꿈이었다. 그녀는 밤에 잘 때마다 자신이 살아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남동생과 어머니는 간암 진단 1개월만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녀는 ‘하나님이 나를 살려주실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다. 평소 간질환으로 크게 고생했던 그녀는 생명을 건지면 자신처럼 간이식이 필요하거나 간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간 이식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 한 달을 넘기기가 힘들 것이라는 의료진의 예상을 깨고 그녀가 새 생명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저녁 살아나는 꿈을 꾸면서 생명이 연장되는 가운데 주위에서 따뜻한 온정과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숙씨의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언니 김재희씨는 미국인 친구가 “Don’t worry about it, we can do it!”이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을 때 참으로 많은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미국인 친구는 현숙씨를 위해 선뜻 간이식 수술에 응했지만 비만 때문에 정밀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또한 20대의 한인 여대생이 수술로 인한 극심한 고통은 물론 복부 한 가운데로 깊숙이 상처가 남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간 이식수술에 흔쾌히 응하겠다고 나섰을 때 현숙씨는 그 여대생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여대생은 부모의 반대로 간 이식수술에 응할 수 없었던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대부분의 경우 간 이식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지만 지난해 50대의 한 미국인 남성이 간 이식수술을 해주었다가 3주 후 갑자기 부작용으로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 현숙씨의 간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낸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의 한 관계자도 간 이식수술은 보통 가족 사이에 이루어지게 마련인데 생면부지의 남이 이런 대 수술에 응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무런 대가없이 현숙씨에게 자신의 간 절반을 이식해준 존 김씨는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 것을 오히려 고마워했고 낚시질 가는 가벼운 기분으로 수술에 임했으며 수술에 따른 격심한 고통도 잘 참아냈다고 한다. 다행히 기증자 김씨도 건강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 현숙씨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김씨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몸소 실천했다.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이 따르지 않고는 결행하기가 쉽지 않은 선행을 베풀었음에도 자신을 나타내지 않고 겸손하기만 하다. 김씨는 단지 한국에 계신 노모가 자신의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여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두달 정도 쉰 후에 다시 생업전선으로 복귀할 예정인 김씨는 자신이 죽어 가는 한 생명을 살렸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삶에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숙씨가 살아난 것처럼 간암 진단을 받은 60대의 한인 남성도 주위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숙씨 스토리는 간암으로 죽어 가는 60대의 한인 남성으로 하여금 살 수 있다는 꿈을 주었다. 현숙씨의 꿈은 계속된다!
박흥률<경제부 부장대우>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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