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1주년을 1주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앞으로 다가올 불투명한 전망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고 이라크와 전쟁을 할 모양인데 과연 부시 대통령이 잘 해낼 것인지, 또 계속되는 불경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NBC 뉴스와 월스트릿 저널이 지난 3일부터 5일 사이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가 결코 9.11 이전의 자신감을 회복할 수 없다고 했고 82%는 수개월 내에 또 테러가 발생할 것으로 불안해했다. 그리고 58%는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이라크와 전쟁을 하기 전에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유엔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각각 67%식 나왔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모습이 여론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확실히 지금은 모든 것이 불안한 시대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했던 미국에서도 9.11 이후 테러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비행기나 공공장소, 샤핑몰, 대형 건물 등 사람이 많은 곳은 더욱 위험하다. 그러나 이런 곳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상수도와 원자력 발전소를 통한 테러나 세균과 화학 개스를 사용한 무차별 테러가 감행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집에 있어도 불안하고 여행을 해도 불안한 세상이다. 이 와중에 또 이라크와의 전쟁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언젠가는 미국을 해치게 될 이라크를 미리 제거하는 것은 좋지만 그토록 거센 국제적 반대기류는 어찌할 것인가. 또 점증하는 국내 반전여론의 부담을 안고 제대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다가 섣불리 판만 벌여놓고 진퇴유곡에 빠지는 전쟁이 되지 않을까. 혹시 이라크 전쟁이 세계 3차 대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을까.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되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불안과 걱정은 끝이 없게 된다.
테러와 전쟁이 아니더라도 불안한 일을 얼마든지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경기가 그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은 주식폭락으로 이미 전 재산을 날렸고 은퇴에 대비한 연금도 날렸다. 그런데 불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다면 사업과 직장마저 타격 받을 우려도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제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 벌여놓은 사업, 주택 모기지, 자녀학 비, 은퇴계획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것이다. 이런 불안은 현실화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불안이 현실화되기 전에 불안 자체가 더 큰 문제이다. 불안은 병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자기에게 닥칠 위험이 모습을 현실화하고 있지 않지만 미래의 가능성으로 존재하고 있어 자기 안전이 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감정이다.
그런데 불안한 마음이 되면 심장의 고동이 세어지고 가슴이 죄는 듯한 느낌이 들며 머리가 무겁고 식은땀까지 나면서 무기력해 진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성인병을 비롯한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안이 상상된 위험물에 대한 반응이라면 이 주관적인 위험물을 제거하는 것이 일차적 방법이다. 그리고 위험물이 제거되지 않을지라도 반응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음의 평정을 찾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면 종교에 의지할 수도 있다. 어쨌든 불안을 이겨내야 개인적으로 시대의 희생자가 되지 않고 사회 안정, 경제회복도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 산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도로까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시야에 들어오는 도로를 보면서 가끔은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보면 되는 것이다. 인생살이도 그렇게 살아가면 될 것 같다. 지상에서 테러가 나면 비행기를 탄 사람이 안전할 수 있고 그 반대로 비행기가 추락하면 집안에 있는 사람이 더 안전하게 된다. 테러가 나고 3차대전이 나더라도 그건 그 때의 문제이다. 무슨 일이든지 미리 불안에 떨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기영 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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