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지연아, 엄마가 네게 무엇을 어떤 말을 해야할꼬. 너무 보고 싶다. 너의 예쁜 모습. 불러봐도 통곡해도 뼈에 사무치도록 보고 싶고 또 보고 싶다.
내 육신, 모든 뼈가 저려오고 피가 멈추는 이 고통을 이 시간, 오늘도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으로 이 엄마는 너를 불러본다. 엄마는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이 무서운, 이 원통한 현실 앞에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는 이 처참한 사건이 사실이라니 웬 말이냐. 앞이 캄캄하고 절규하며 통탄하며 몸부림쳐도 나는 너를 찾을 수 없고 너는 우리를 만나러 오지 못하니 이 기막히는 원통함이여, 애통함이여.
보고 싶은 지연아, 엄마는 너를 부르며 네가 살던 아파트 방을 뒤지며 길을 헤매며 병원 곳곳을 뒤지며 무너진 빌딩 어디 한 구석, 부서진 기둥 사이에 숨어 있으리라, 네가 엄마를 부르며 곧 나타날 것 같은데 왜 오지 않을까. 아니 전화가 올 것인데 무엇 때문에 소식이 없단 말인가. 항상 차 조심하고 길 잘 건너라, 외출시 전화해라, 뒤에 오는 사람 살피며 다녀라, 밤 10시 이후 밖에 다니지 말고 귀가시간 늦으면 걱정했던 너, 네가 먼저 가다니 그 자리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이럴 수는 없어.
아~ 원통한 세상, 죽음의 장막을 부수고 너를 찾아올 수는 없을까. 너희 회사에서 낙하산 주문한다는 것 왜 하지 못했을꼬. 그 높은 곳에서도 내려올 수 있었으련만. 아~ 야속한 세상, 내게 앞을 내다보는 지혜가 있었다면 그 위험을 피할 수가 있었으련만.
내 자신 원망하고 애통하지만 네가 가고 난 빈자리를 메울 수 없는 슬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고 너를 찾다 생각하면 피가 멈추는 고통, 너는 천국의 좋은 곳에 있다고 내 자신 위로해 보지만 내가 너를 보지 못하는 다른 세상, 이젠 이 땅에선 영원한 이별이라니.
자랑스런 나의 딸 지연아. 우리는 미국 이민을 왔고 엄마는 일을 다녀야 했고 어린 너는 베이비시터에게 가야 했지. 일을 마치고 너를 데리러 가면 “엄마, 다른 엄마들은 다 집에 있는데 엄마는 왜 자꾸 일을 가요. 일하러 가지말고 나와 함께 집에 있어” 하며 흐느끼며 울던 너, 이 엄마의 가슴속에 멍이 되어 쌓여 있었는데.
그래도 네가 잘 자라서 대학을 마치고 처음으로 ‘Cantorfitzgerald Stock Company’에 들어갔지 입사한지 8년이 넘은 어느 날 기쁜 얼굴로 명함을 보이면서 “엄마 아빠 내가 그룹의 부사장이 되었어” 하며 기뻐하던 나의 딸 지연아. 네 나이 31세, 너의 힘찬 기백과 총명한 정신과 노력으로 동양인 여성으로 미국사람 물리치고 올라간 자리, 희망과 포부가 가득하던 너, 그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내던 장한 나의 딸. 점점 날이 갈수록 예뻐지고 빛이 나며 모든 일에 자신감이 넘치던 너. 부모는 자식이 곁에만 있어줘도 힘이 된다는 말, 내 아들 딸 가는 길이 흐뭇하고 행복했었어. 쌍둥이 빌딩은 무너져버리고 그 자리에서 찾은 것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할퀴어진 너의 ID 카드라니.... 정녕 이 엄마 아빠는 너를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단 말인가.
지연아. 너의 생일기념으로 온 가족 다 함께 유람선 여행가기로 했지. “엄마 아빠 가게 일 그만두고 휴가 내 여행가” 하던 너의 목소리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한데 집에 진열된 많은 물건 네가 사준 것으로 가득하고 네가 이사갈 때 병에 넣어준 후추가루도 그냥 가득한데 이 땅에서는 영원한 이별로 다시 볼 수 없는 내 딸, 너를 잃은 우리들. 이 기막히는 아픔과 슬픔을 (엄마)우리들은 어떻게 감당할꼬.
우리 모두가 목메어 부르짖어도 한번 간 너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단 말인가. 이역만리 머나먼 곳에 와서 참혹하게 너를 잃다니, 하늘이여 들으소서. 애통하는 자의 소리를 들으소서.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는 상한 자를 들어 품에 안으시고 영혼이 잘 되며 주를 찬미하게 하시고 당신이 부르실 때 나의 딸과 천국에서 행복하게 하소서.
지연아. 네가 떠난 지 어언 1주년. 어디선가 엄마를 부르며 다가오는 것 같은 기다림. 가슴이 터지며 넘어지고 쓰러져도 너를 다시 만날 때까지 견디며 참고 기다리마.
지연아. 사랑하는 내 딸아. 외로워하지 말아라. 이 엄마의 가슴속에 너만을 가득히 간직하고 다시 너를 만날 때까지 사랑하며 위로하며 너를 위해 기도할게. 오늘도 네가 너무 보고 싶어 하늘을 쳐다보며 천국이 있는 곳, 네가 있는 곳을 향해 “지연아, 잘 살아다오. 행복해 지연아”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 아빠가.
추수현(추지연씨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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