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밤 다른 연주 펼쳐지는 ‘스티머스 카페’8년전 설립, 전국적 명성의 공연장으로 대두
재즈(Jazz). 미국에서 생겨난 음악중 최초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르로 요즘은 한국에도 팬들이 많아 전문 카페까지 생겼고 미국에서는 물론 고명한 링컨 센터에도 전속 재즈 오케스트라가 있고, 음대 대학원에서 전공과목으로 교육되고 있다. 그런 재즈를 탄생지인 뉴올리언즈까지 가지 않아도 매일 저녁 생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오렌지카운티에 있다.
사람들로 흥청대는 해변가가 아니라 교육 도시 풀러튼의 다운타운에서 조금 비껴난 조용한 거리에 자리잡은 ‘스티머스 카페(Steamers Cafe)’가 바로 그곳으로 1994년 10월에 생긴 이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빼놓고 일년 363일간 매일 밤 재즈가 연주되고 있는 곳이다. 테너 색소폰을 전공했고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해온 주인 테렌스 러브가 처음부터 음악가에겐 훌륭한 연주 환경이면서 청중, 특히 젊은 애호가들에게 부담없이 재즈를 즐길 장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한 이곳은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밴드스탠드가 마주 보이는데, 사방 벽에는 레이 에이브리, 윌리암 클랙스턴 같은 재즈 전문 사진작가 및 미술가들의 작품이 빽빽이 걸린 가운데 최고급 사운드 시스템과 전문가용 그랜드 피아노가 설치된 무대 앞으로 160석의 객석이 있고 무대와 직접 연결된 옥외 스피커를 통해 카페 앞 보도에 마련된 좌석에서도 연주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에나팍에 사는 권명국(54), 선의(50)씨 부부는 매일 밤 8시(주말은 8시30분)면 다른 연주가 시작되는 이 재즈 카페를, 음악 전공으로 현재 워싱턴주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들 혁기(24)씨의 소개로 7년 전 처음 오게됐다. 아이들이 가자는 곳이면 어디든지, 재즈 카페만이 아니라 하드 록 카페에도 같이 다니는 권씨 부부가 당시 고등학생이던 아들과 딸 혜빈(22)양을 대동, 처음 와 본 이후 선의씨는 이 카페를 남편이 출장을 가면 매일 저녁 찾을 정도로 단골이 됐다. 원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남녀노소가 편안하게 어울리는데다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없는 카페의 분위기에 끌려서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보통 5달러(2~13달러)의 카버 차지가 있지만 다른 날은 입장료가 없이 음료수 두 가지만 주문하면 밤 12시까지 무려 4시간동안 생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인데 연주자들도 모두 수준급이다.
개업 초기에는 러브가 연주도 하고 사운드도 믹스하고 식당일도 돌보며 연주자들을 끌어 모으느라 애썼지만 3년쯤 뒤부터 자리가 잡히기 시작, 요즘 이곳은 재즈 뮤지션들이 영광으로 아는 무대가 됐다. 아직 최고급 재즈 뮤지션의 출연료를 감당할 정도는 안되지만 가끔 할리웃 보울에 출연하는 수준의 연주자들도 서는, 남가주는 물론 전국에서 알아주는 훌륭한 무대로 성장한 이곳에서의 연주실황이 CD로 제작되어 나오는가하면, CD 발매 기념 공연장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도 가수 애나 캘러핸의 첫 번째 CD ‘마이 아이디얼’의 데뷰 공연이었다. 몇시간 전부터 카페에서 친지와 담소도 나누고 사진도 찍던 빨간 드레스 차림의 예쁘고 날씬한 백인 여가수가 거의 매일 밤 카페에 나와 손님들을 안내하고 공연의 사회를 보는 테렌스 러브의 소개로 무대에 오르자 모두 만만치 않은 솜씨의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 기타 주자들의 즉흥 연주가 한바탕 돌아가면서 이제까지 식당이던 카페는 금방 진지한 연주장으로 탈바꿈했다. 노래도 하고 트럼펫도 불고 편곡 및 작곡, 작사까지 하는 캘러핸이 청아한 목소리로 풀어놓는 스캣도 일품이라, 중간 휴식시간에 옆 좌석에 앉은 가수의 어머니가 판매하는 CD를 산 혜빈씨는 얼른 가수의 서명까지 받아 뒀다.
노래에 트럼펫까지, 즉흥 솜씨도 깔끔한 가수도 가수지만 6피트2인치 길이의 전문가용 가와이 그랜드 피아노가 작다고 온몸을 흔들며 정열적으로 연주해 박수를 모은 피아니스트 셸리 버그는 결혼까지 한 이 카페라면 언제고 무료로 연주할 용의가 있다고 공언할 정도의 후원자지만 낮에는 USC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최근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래틴 재즈로 어떤 날은 밤 10시 반까지 밖에서 줄서서 기다려도 입장하기 힘들 정도라 주요 공연은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은 ‘스티머스 카페’는 정통 재즈 중심이고 매주 월요일 밤은 17인조 빅 밴드, 일요일 밤은 오픈 잼 세션으로 고정돼 있다. 인근 풀러튼 칼리지와 캘스테이트 풀러튼에서 재즈를 전공하는 학생, 인근 고등학교 밴드들도 가끔 무대에 세워 신세대 재즈 음악인들을 육성하고 24시간 재즈를 방송하는 공영 라디오 방송 KLON(FM 88.1)을 적극 후원하는 이곳은 젊은 애호가들도 많이 찾는데 “젊은 손님의 20%는 아시아계이므로 5~10%는 한인일 것”이라고 추산하는 러브는 사실은 동생이자 이 카페의 파트너인 케빈이 경주 출신 한인 아가씨와 결혼, 최근 일가가 전부 한국을 방문해서 전통 혼례를 치르고 왔다고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매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영업하는 스티머스 카페는 저렴한 가격의 이태리식 샌드위치, 숲, 샐러드, 파스타등과 애피타이저, 디저트 외에 다양한 종류의 포도주와 맥주, 커피, 주스, 소다도 판매한다. 매일매일 그 날의 공연이 특필되는 웹사이트(www.steamerscafe.com)에 들어가면 그 달의 공연 일정 및 연주자 프로필, 예약등 기타 모든 필요한 정보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138 N. Commonwealth Ave., Fullerton CA 92836 (714)871-8800.
<김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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