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진단 ‘겉도는 LA총영사관’ (4)
▶ LA총영사관 무사안일, 직무태만 ‘자국민보호’ 본연의무 회복 시급
영주권자인 최모(54·LA)씨는 LA 총영사관에서 겪은 수모에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 호소해 왔다. 최씨는 영주권 신청 대기중 관광비자로 미국에 들어왔다 체류기한 초과로 불법체류자가 된 아들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영사관을 찾았다가 상담 영사의 고압적 자세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 아들의 불법체류 문제에 대한 말을 꺼내자마자 ‘당장 한국에 보내지 뭐하려 여기 있느냐’는 영사의 호통에 도망치듯 나왔다는 최씨는 "어려운 사정을 상담하기 위해 영사관을 찾은 게 바보 같은 짓임을 깨달았다"며 "그 날로 시민권을 신청, 조국을 잊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본보의 ‘겉도는 LA 총영사관’ 시리즈가 나가자 이처럼 총영사관의 고압적인 자세와 무사 안일한 업무태도에 실망한 경험을 털어놓는 한인들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회사 직원인 J씨는 성정경 총영사의 돌출행동에 아연실색한 경우. 올 초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오토 쇼에서 개막 전 행사에 초청된 성 총영사를 안내한 그는 총영사가 진열된 자동차들을 혼자만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구해 무척 난감했다고 전했다. 불가하다는 주최측을 간신히 설득, 이른 아침 총영사의 ‘단독 감상’ 시간을 마련해 줬다는 J씨는 "총영사가 한국 차는 보는 둥 마는 둥 지나치고 벤츠 등 고급 외제차 감상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하더라"며 "자동차에 대한 식견이 전문가 수준임은 놀라웠지만 그렇다고 기업에 압력까지 넣어가면서 취미를 즐겨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외교통상부의 2002년 6대 중점 외교과제 중에는 해외영사 업무강화와 재외동포 권익신장이 들어있지만 이같은 정책 방향도 일선 외교관들이 동포를 위한다는 정신무장과 자세가 돼있지 않다면 그야말로 구호에 머무를 뿐이라는 지적이다. 임기동안 ‘LA 인근에 안 가본 골프장은 없어도 한인회관 한번 가보지 않고 돌아가는 영사가 많다’는 말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동포들의 권익신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LA에 나와 있는 타국가 총영사관의 자국민 보호 및 권익신장 활동은 공관이 한인들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멕시코 총영사관은 자국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LA시 정부와 은행 등에 로비, 자국 출신은 불법체류자라도 멕시코 주민등록증으로 은행구좌를 개설하고 시 정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자국민들이 참석하는 ‘총영사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 있으며 영사관이 나서서 시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 자국민들과 대화의 자리도 마련해 주고 있다. 멕시코 총영사관 오거스틴 프라디요 영사는 "비록 불법체류자라도 우리나라 국민들을 우리가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보호하겠는가.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는 대만 총영사관은 대 정부관계보다는 교민들의 민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편. 많은 유학생들은 영사관을 모교처럼 생각하고 있고 교민들은 총영사관을 모국의 사랑방처럼 생각하고 있다. 대니얼 주 공보관은 "외교관으로 인정받는 한국이나 일본 총영사관 영사들이 정말 부럽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남가주에 거주하는 60만명 교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그들이 성공적으로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도 위축 받지 않고 경찰이나 정치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우리의 주장을 당당하게 피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루이지애나주에서 일본 교환학생이 도둑으로 오인돼 집주인의 총을 맞고 사망하자 당시 지역 시장과 주지사 주미 일본대사에까지 공식적으로 사과까지 한 적도 있다. 일본 총영사관의 아수시 이와사키 영사는 지난 1년 동안 LA지역에서 목숨을 잃은 한인이 30여명이 넘는다는 말을 듣고 "피살이나 자살이든 관할지역에서 그 많은 자국민이 피해를 봤다면 총영사를 비롯한 영사 모두가 직무유기로 해임됐을 것"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총영사관의 성실하게 일하는 많은 직원들의 공이 일부의 무사 안일한 업무태도로 빛이 가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LA 총영사관은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해 그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정섭·조환동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