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앤 아웃’(In N Out) 은 한인들도 많이 찾는 햄버거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맥도널이나 버거킹등 다른 햄버거 체인에 비해 맛도 있을 뿐더러 값싸고, 깨끗하고, 친절해 언제나 문전성시를 이룬다. 햄버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인 앤 아웃 버거는 먹고 싶다"고 하고, 아이들 등쌀에 일주일에 한번씩 정기 방문한다는 사람도 있다.
신문사 동료들도 가끔씩 점심시간이면 "인 앤 아웃 먹으러 가자"고 몰려가는데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곳이 선셋과 라브레아 한군데 뿐이다보니 언제 가도 사람이 많아 자리 잡기가 수월치 않다. 여기 뿐이랴. 인 앤 아웃은 가는 곳마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남녀노소 인종을 가리지 않고 인기 짱이다. 우리 생각같애선 여기 저기 좀더 많아져도 될 것 같은데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프랜차이즈화하지 않는 것이 탄탄 경영방침이란다.
인 앤 아웃 버거가 맛있는 이유는 냉동이나 가공되지 않은 프레시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종업원들이 생감자를 기계로 썩썩 잘라내 기름에 튀겨내고, 양상치는 손으로 먹음직스럽게 쪼개어 빵들 사이에 집어넣는 모습은 언제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빵도 매일 새로 구운 것이고 햄버거 패티는 100% 간 소고기로 만든다. 이 재료들이 매일 아침 배달되기 때문에 인 앤 아웃 스토어에는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나 냉동고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까지 쓰고보니 마치 내가 인 앤 아웃 광고 대리인으로 나선 것 같은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다른 말을 쓰려다 장황해졌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 갈 때마다 음료수 컵의 밑바닥에 새겨진 작은 글씨를 한번씩 확인하곤 한다.
’John 3:16’
성경의 요한복음 3장16절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아니하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라는 복음의 진수가 담긴 성경구절이다.
처음 이 글자를 발견했을 때는 왜 눈에 띠지 않는 바닥에 써놓았을까 의아했다. 전도를 하고 싶으면 잘 보이는 데다 새겨놓을 일이지 왜 하필이면 바닥인가.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니 크리스천 업주의 신앙과 기업정신이 세심하게 결합된 배려라고 느껴졌다. 업소를 찾는 타종교인 고객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으려는 프로 비즈니스맨십, 그러나 자신의 기업을 통해 세상이 복음화되기를 바라는 신앙인의 기도가 절묘하게 담긴 작품인 것이다.
인 앤 아웃은 독실한 크리스천 가족이 경영하는 기업이다. 1948년 볼드윈 팍에서 캘리포니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햄버거 스탠드를 만든 것이 첫 업소였으며 그때부터 ‘가장 신선하고 질좋은 음식, 친절한 서비스, 깨끗한 환경’이라는 비즈니스 철학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실하게 지켜오고 있다.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보다 종업원 대우가 좋아서 이직률이 가장 낮은 것도 특징이고, 기업 이윤으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도록’ 조용하게 자선사업도 많이 하는 모범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한인타운의 식당이나 소매 업소들에 가면 벽에 성경구절 액자가 걸린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가장 많이 눈에 띠는 구절이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욥기서 구절. 그 외에도 "주의 은혜로 종의 집이 영원히 복을 받게 하옵소서"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내가 반드시 너를 복 주고 복 주며 너를 번성케하고 번성케하리라"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 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 등 다분히 기복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미주 한인들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가는 곳곳마다 성경구절 액자가 너무 많이 걸려 있어 때로는 전도라기 보다는 남발이라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곳에서 불친절이나 불성실을 경험하게 될 때 그 업소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이고 기독교와 크리스찬에 대한 이미지가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에서는 성경구절을 단지 ‘글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말씀’이요, 그 ‘말씀’으로 천지가 창조되고, 복음이 전파되고, 세상이 구원받는다고 믿는다. 그 귀한 ‘말씀’을 좀더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다. 아무 벽에나 장식처럼, 혹은 과시용으로 더덕더덕 붙이기보다는 마음 벽에 붙여놓고 ‘말씀’이 가르치는 대로 장사하는 것이 좀더 모범적인 신앙인의 자세라고 여겨진다. ‘인 앤 아웃’처럼 유난 떨지 않고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사회의 변화를 유도하는 한인업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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