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타임지에 록 팝송을 작사작곡하며 노래도 부르는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표지사진과 함께 그의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가 얼마나 인기가 있냐 하면,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최근에 열린 그의 음악회 입장권을 공짜로 달라고 요청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할 정도이다.
지금은 굉장한 부자가 되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아주 가난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주로 노동자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주제로 해서 때로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설교적인 노래, 때로는 사회 비판적인 노래를 불러왔다.
이번에는 지난해 9.11의 비극을 주제로 ‘일어서기’라는 새 음반집을 발표했는데 그 때 당시 세계무역센터에서 목숨을 잃은 근로자, 소방관, 경찰, 비행기 탑승자 그리고 유가족들의 아픔과 애환을 대중 음악예술로 승화시켜 미국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팝송을 잘 모르니까 별로 느낌이 없지만 우리 기성 이민세대들이 흘러간 노래를 들으며 함빡 향수에 젖어드는 감동 이상의 찡한 미국 대중들의 한풀이가 이 음반을 통해서 미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 음반에 실려있는 노래들은 한이 담겨져 있는 슬픈 노래들이지만 그러나 슬픔 그 자체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이 노래들의 가사와 노래를 부르는 그의 밴드 팀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메시지는 슬픔 하나 하나에 항상 희망과 회복과 구원의 약속, 그리고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영적인 손길을 보여 주려 하고 있다.
그의 집은 뉴욕시에서 얼마 안 떨어진 뉴저지주에 있는데 그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그 날 세계무역센터에서 죽은 사람이 무려 158명이라고 한다. 그 후 희생자들의 장례식에서 그가 평소에 평범한 대중들을 주제로 작사 작곡한 노래들이 불려지고 또 희생자들의 유품에서 스프링스틴 음악회 옛날 입장권 쪽지들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이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노래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냥 노래 가사를 생각나는 데로 쓴 게 아니라 직접 유가족들을 찾아가 이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이들의 아픈 삶을 실감나게 노래에 표현하였다고 한다.
이 음반의 ‘당신을 잃었어’라는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린 허무감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부엌 카운터에는 아직 커피 잔이 그대로 있고 대문 앞에는 아직 아침신문이 그대로 있는데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당신의 피부, 당신의 머리카락, 아, 당신의 냄새를 맡을 수 없어"라고 절규하고 있다. 또 이 음반의 마지막 노래는 미국인과 중동인 사이의 사랑의 얘기인데, "우리의 사랑이 아름다운 별들로 둘러진 두개의 산 사이에 다리를 놓게 하자. 떨어진 두 세계를 이어주는 산마루다리 양끝에서 우리 서로 뛰어와서 포옹해 보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는 이 음반 출판을 계기로 해서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할 예정인데 일부에서는 국가적 비극을 상업적으로 사용하여 돈을 벌어들인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그러나 스프링스틴은 주장하기를 예술가를 믿지 말고 예술을 믿으라고 말하고 있다. 또 그를 따르는 펜들은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으면 기분이 조금씩 좋아진다. 그는 나처럼 평범하고 나와 비슷하게 옷을 입고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을 주제로 노래를 부른다. 그의 노래는 우리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산지가 꽤 오래되었지만 미국에서의 생활이 때로는 좀 삭막하고 외로울 때가 있어 미국에 와서 산 것이 잘 한 것인지 잘 못한 것인지 가끔씩 회의를 느끼곤 한다. 우리에게도 우리의 고달픈 삶과 함께 웃을 수 있고 울 수 있는 이민자의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독하고 힘들 때 듣고 있으면 기분이 조금씩 좋아지는 노래, 샤워하면서 운전하면서 무심코 흥얼거릴 때 외롭지만 오늘 내가 여기 있어야 하는 그분의 뜻을 암시해 주는 영감이 있고 위로를 주는 노래 말이다.
어쩌다가 어떤 연말모임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을 때 내가 기껏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정도이다. 성경 말씀에 위로 받고 찬송가를 부르며 살라고 목사님들이나 장로님들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귀가 따갑도록 얘기하지만 그만한 경지의 신앙을 가지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평생이 걸리는 일이다.
나도 미국시민이니까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향수와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 이번 주말엔 스프링스틴의 새 음반 ‘일어서기’를 구입해서 들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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