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 골프를 치고 오후에 스피드보트를 타며 저녁에 편자 던지기를 하는 사이 부시 부자는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 별장이 있는 케니벙크포트에 아주 적절한 시기에 갔다. 그는 이라크 전과 가라앉는 미국 경기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둘 다 아버지 부시가 재임 중 다뤘던 문제들이다.
노트를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금 백악관의 제1 신조는 ‘아버지 부시를 닮지 말라’인 것 같다. 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최근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부시가 해야할 일은 아버지 뒤를 따르는 것이다.
이라크에 관해서는 희망사항인 막연한 정권 교체를 논할 단계는 지났다. 구체적으로 군사 행동을 위한 지지 세력을 규합해야 할 때다. 우방의 힘을 모으고 연방 의회와 국민들에게 이를 설명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유엔의 지지를 얻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이 이라크 공격의 필요성과 사후 방안을 충분히 설명하고 유엔의 승인을 요청한다면 이에 반대할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부시는 이런 외교에 능숙했었다. 걸프전 때 프랑스와 이집트, 시리아와 파키스탄, 아르헨티나와 덴마크, 한국 등 28개국이 참가했었다. 유엔은 이를 승인했고 주요 우방이 경비를 부담했다. 70년 간 미국 정책에 반대해 온 러시아까지 가세해 국제 사회의 행동 통일을 보여줬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이것이 쇼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이 국제 무대에서 높은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은 과거 열강과는 달리 세계의 규범을 존중하고 제퍼슨 말대로 “인류의 의견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 9·11 테러로 미 국민들은 대량 살상 무기를 지닌 정신병자에 대해 높은 경각심을 갖고 있다. 또 재정 적자로 베이커 국무 장관이 돈을 구걸하러 다니던 90년대와는 달리 미국은 많은 돈을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두 번째 큰 숙제는 경기 회복이다. 미국 경기는 한 달 전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둡다. 주가는 폭락하고 소비 지출은 줄고 있으며 기업 투자는 아직 미미하다.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는 정부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다. 대형 투자 회사를 이끌고 있는 피터 피터슨은 “지금 진짜 문제는 심리적인 것” 이라고 말한다. “시장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렸고 기업인들은 극도로 위험을 기피하고 있다. 이들의 비관론이 경기를 위축시켜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재정 적자를 막는 것이다”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는 재정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 대대적인 감세와 지출 증대 경기둔화로 인한 세수 감소의 영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테러와 관련이 있든 없든 관계없이 정부 돈을 써대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2년 간 클린턴이 집권 5년 동안 쓴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그럼에도 아더 앤더슨을 부끄럽게 할 만큼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부시 대통령은 단 한번의 거부권 행사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부시는 재정 적자 문제를 책임감 있게 해결했다. 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과의 타협을 통해 세금을 올리는 대신 지출을 줄여 적자를 막았다. 전 의회 예산국장인 로버트 라이샤워는 적자 해소에 클린턴보다 부시가 더 큰 공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90년대 번영의 토대가 그 때 놓여진 것이다.
부시 대통령 보좌관 중 일부는 아버지의 정책이 옳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결과 선거에서 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이다. 부시가 선거에서 진 것은 연합군을 성공적으로 조직했다거나 세금을 올려서가 아니라 정치적 수완이 부족해서였다. 세금은 레이건도 여러 번 올렸다. 애초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게 용하다. 어찌 보면 그것은 부시의 당선이라기보다 레이건의 3선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정치는 그만 걱정하고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 그가 안고 두 가지 숙제에 관한 한 아버지한테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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