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가이드
▶ 이창열<한미은행 부행장>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역시 미국에서도 우리같이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은행 문턱이 너무 높아. 아니,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더 한 것 같애"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융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분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다. 얼마나 답답하면 저렇게 이야기 할까하며 그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과연 그런가 생각해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한국에서는 은행대출의 대부분이 공룡 같은 대기업에 편중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출할 재원이 별로 여유가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융자받기가 힘들게 되어 있고, 대기업이 하나 무너지면 은행도 덩달아 무너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미국은 제도적으로 대출의 편중을 방지하고 있고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금융제도 장치가 대단히 잘 발달되어 있다.
SBA를 비롯해 CDC, SBIC, BCD, PCR 등 정부지원을 받는 많은 비영리 기관들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중소기업 융자의 활성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심지어 CRA(지역사회 재투자법)와 같은 법까지 제정해 소수민족 사회나 저소득층 지역에 대출을 잘 안 하는 은행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하기까지 하는 실정이다.
대출받기 힘든 이유는-
그렇다면, 왜 중소 기업가들이 대출받기가 그렇게도 힘든 것일까.
문제는 대출 수요자들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도 잘 돼 있고 수혜 받을만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수혜요건에 맞추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융자를 받으려면 일정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융자 수혜요건을 갖추지 않고 대출 받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마치 낚시꾼이 낚시 도구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고기를 잡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00 은행 참 좋더라. 서류 몇 장 갖다주니까 5만 달러를 그냥 융자해 주던데..."하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이 있다. 옆 사람은 신나게 고기를 낚아 올리는데, 나는 왜 한 마리도 못 잡나 생각해볼 일이다.
실력이 있어도 준비를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많은 중소기업자들이 실제적으로 융자를 받을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대출을 못 받고 있다.
융자를 해주는 기관의 입장에서는"과연 이 대출금을 무난히 회수할 수 있을 것인가"를 심사숙고하게 되어있다. 여기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면 누구도 융자를 받을 수 없다. 융자기관은 대출을 많이 해야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정부지원을 받는 비영리 융자기관까지도 융자를 많이 해야 업무실적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공연히 까다롭게 굴어서 업무실적을 올릴 기회를 잃을 이유가 없다.
상환능력만 보여 준다면-
그러나 마구잡이로 융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심사 기준을 정해놓고 있는 것이다. 융자기관이 요구하는 서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신뢰하는 서류는 소득세 보고서(Income Tax Report)와 은행 거래명세서(Bank Statement)다. 상환을 잘할 수 있다는 능력을 서류상으로 잘 증명만 하면 융자는 틀림없이 받을 수 있다.
융자기관이 서류를 검토한 후 "판매고와 이익금이 대출 받기에 너무 적다"고 하면 대부분이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많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실제 사업내용과 서류가 틀리다면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융자를 이용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면 조금 긴 안목을 가지고 준비를 하여야 한다.
개인구좌와 상업(Business)구좌를 따로 구분해 구좌를 개설하고, 사업거래상의 모든 자금은 상업구좌를 통해서 입출금하면 그 입출금 기록이 자연이 사업의 규모와 자금회전 상황 등을 증명해 준다. 은행은 이것을 보고 먼저 자진해서 "혹 대출을 필요로 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여기에다 소득세 보고서가 그 사업의 수익성을 증명해주면 융자는 틀림없이 받을 수 있다. 은행 거래명세서에 나타나는 입출 금액도 신통치 않고, 소득세 보고서에 나타나는 수익도 시원치 않을 때 무엇으로 대출금 상환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사업은 긴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융자라는 지렛대를 사용하면 사업성장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사업체 자체에 투자하는 것만이 투자의 전부가 아니다. 은행거래와 세금보고에도 투자를 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융자기관은 최근 2~3년 간의 서류를 검토한다. 융자도 사업계획의 일부라면 최소한 2~3년 간은 성실하게 준비를 제대로 해야할 것이다. 사업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도록 은행거래와 세금보고를 성실하게 해야 한다.
미국은 공평한 나라다. 신용이 중시되고, 신용이 통하는 사회이다. 중소기업 융자받는 것은 분명히 어렵지 않다. 담보가 없다고 대출을 못 받는 사회가 아니다. 착실하게 신뢰의 토대를 쌓고 대출상환능력을 서류 상으로 증명만 하면 융자받는 것이 놀랄 만큼 수월한 나라다.
오히려 은행들은 대출이 상품이므로 그것을 많이 팔기 위해서 요건을 갖춘 수요자들을 열심히 찾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213)427-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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