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우리 경화는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지 않고 그냥 읽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그 뜻을 찾아 알라야 문장의 뜻도 아는 것 아니겠어요? 경화는 아무리 사전을 찾으라고 해도 “네!” 대답은 잘하면서 사전 찾는 걸 본적이 없습니다. 또 명작 같은 책은 앞에 좀 읽었다, 뒤에 좀 읽었다가, 또 중간도 읽고 합니다. 사전은 한번도 안 찾고요! 수박 겉 핥기로 읽는 것 같습니다. 또 네가 원 하는 책을 읽으라고 하면 그림이 많은 초등학교 용 책을 읽습니다. 물론 우리 집에서는 늘 한국말을 씁니다.

그것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식구들이 갑자기 영어를 할 수도 없고! 책을 안 읽는 것도 어휘력의 부족에서 옵니까? 확실히 어휘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7 학년 경화 어머니-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독서를 잘 못하거나 어휘력 부족이 있는 원인이 가정의 한국말 사용이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이다.

1. 맞는 측면 : 언어엔 크게 두가지 종류가 있다. 구두 언어와 쓰기 언어이다. 구두 언어는 또 두 가지로 나누어, 듣기와 말하기이다. 집에서 부모님들이 쓰시는 말을 늘 듣고 자란 자녀는 자연히 한국어 듣기에 능숙해 진다. 그러기에 한국 2세 치고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아이는 드물다. 말을 잘 못하는 아이들은 말 할 기회가 별로 주어 지지 않아서 그렇다. 즉 부모님께서 한국어를 많이 쓰시는 가정은 자녀들의 한국말 환경 (Korean Language Environment) 이 풍부하다. 자연히 듣기와 말하기에 쓰이는 단어는 한국 단어가 증가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구두 언어, 즉 듣기와 말하기에만 국한 된 것이다.

2. 틀린 측면 : 구두 언어에 쓰이는 단어는 한국말의 영향을 받지만 쓰기 언어는 그렇지 않다. 한국어도 그렇지만 영어도 구두 언어와 쓰기 언어가 구분이 되어있다. 쓰기 언어는 읽기와 쓰기로 나누어진다. 쓰기 언어에 나오는 단어들은 부모님이 영어를 늘 쓰시는 가정에서도 배울 수가 없다. 물론 말할 때 쓰이는 단어들이 읽기, 쓰기 에 쓰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반복이 되는 단어들도 많이 있다. 이것을 Frequency level Vocabularies 라고 부른다. 이런 단어들은 주로 저 학년 교과 과정에서 많이 쓰인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쓰기에 쓰여지는 단어는 읽기를 통해 배운다.

■어휘력이 높아야 공부를 잘하나?
학생들이 책을 읽을 때 90% 이상만 단어를 이미 알고 있으면, 사전을 찾아 반드시 그 단어의 뜻을 몰라도 읽는 내용을 이해 할 수가 있다. 80~90%의 단어를 아는 경우에는 읽고 배우기가 가능하다. 사전이나, 선생님이나, 다른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수준, 즉 Instructional level 이라고 한다.

60~80% 의 단어를 모른다면, 선생님 아니라 그 누가 가르쳐도 읽은 것을 이해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책읽기를 싫어하거나 서론에서 소개한 경화같이 책을 여기 저기 뛰면서 읽으면 제일 먼저 아이의 어휘력부터 높여야 한다. 또 중학생이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책을 읽으면 어휘력이 그 정도로 얕다는 말이다. 어휘력은 반드시 높여야 한다.

■어떻게 어휘력을 효과적 높이나?
단어는 사전을 통해서 못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 방법은 비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책을 읽을 때 60~80% 가량의 단어를 모른다면 우선 읽는 교재가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태라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과연 단어는 어떻게 배우나?
1. 단어는 문장과 문단 내에서 배운다.
A. 그 뜻을 짐작해서 배운다.
(Semantic Cues) 90% 이상의 단어를 알고 읽으면 그 교재는 이미 이해를 하고 읽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학생이 모르는 단어의 뜻은 사전의 도움이 없이 어떻게 알게 되나? 문장이나 문단 내에서 자신도 모르게 짐작을 하는 것이다. 이것을 semantic cues 라고 한다.

예 : The___on the car is flat.
Whenever I take an ______, it never rains.
There is no elevator so you will have to climb the ____.
위의 문장에서 flat, rains, elevator 의 뜻을 알면 누구나 tire, umbrella, stairs, 란 단어를 몰랐다 하더라도 짐작으로 배운다. 연구에 의하면 모르는 단어는 7번에서 42번의 접촉이 있어야 알게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많이 읽을수록 어휘력은 높아간다.

B. 단어의 위치를 통해서 배운다.
(Syntactic Cues) 한국어는 동사가 항상 문장의 마지막에 온다. 그러나 한국어는 영어처럼 단어의 위치에 의하여 말이 되고 안되고 하지는 않는다, 영어는 단어 위치가 문장의 뜻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언어학에서 영어는 Positional Language 라고 불리 운다.

예:She fed her dog. 은 말이 되지만, she 와 dog을 바꾸어 놔보자. Her dog fed her. 이것은 그 뜻도 말이 안되지만, she 가 her로 변경이 된다. 아주 간단한 또 하나의 예를 든다면 day off 와 off day 의 뜻은 단어의 위치 하나로 완전히 달라진다. 단어가 어떻게, 어떤 위치에 와 있으며 그 형태가 변하는 가를 통해서 단어를 배운다. (syn-tactic cues) 많이 읽어야 그 단어의 위치나 변형법을 배우지 한국에서 영어의 문법을 배우듯이 해서는 안 된다.

예: I cannot ____the toy. (동사)
His _____were still at school. (명사)
Try to walk_______so as not to bother him. (부사)
위의 예문에서 이것을 fix, books, quietly로 아는 것은 문법의 동사, 명사, 부사 등의 정의를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2. 단어는 단어의 형태로 배운다. (Structural Analysis) 한국어는 주로 소리를 통해 글을 쓰기 때문에 한국어를 가르쳐 소리 언어 (Phonemic Language)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학생, 학교, 호인,” 등 여러 낱말들이 한자에서 왔지만 너무 많이 사용이 되어 한자의 뜻(morphology)의 도움이 없이도 그 뜻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오월동주, 삼척동자” 같은 단어들은 흔히 쓰이지가 않아서 한자를 필요로 할 때도 있다. 그러니 한자의 사용은 어디까지나 명사에 주로 국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영어는 그렇지 않다. 물론 명사도 많이 있지만 형용사, 동사, 부사, 전치사-등 그 종류가 많다. 예를 들면, recalled 같이 아주 간단한 단어도, 처음의 {re-}는 prefix 즉 명사에 쓰이지만, {-ed} 는 동사에 쓰여지게 된다. (inflectional ending) 학생들이 단어를 배울 때 덮어놓고 외우게 하지 말고 prefix, roots, suffix로 구분하도록 해야겠다. 예를 들어 영어에 unsympa-thetic 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하자. sympathy 란 기본 단어만 알면, 나머지는 사전에 의뢰하지 않고 쉽게 알 수가 있다. 지면상 몇 백 개의 prefix, roots, suffix를 한번에 모두 실을 수는 없으나 매주일 지면이 허락 하는 한 실으려고 하니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자녀들에게 공부시키시기 바란다.

서론에 소개한 경화는 공부를 안 하려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러나 경화는 책을 읽을 때마다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읽기란 원래 읽은 교재를 이해하는 것인데 단어의 뜻부터 모른다면 읽기가 거의 불가능 해 질 것이다. 그렇다고 모르는 단어마다 사전들 찾기란 대단히 지겨운 일이라고 경화는 말했다. (추가: 어휘력을 높이는 방법 중에서 2 가지가 더 있는데 이것은 지면상 다음주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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