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인 시민의식, 단합된 모습 주류사회 각인
한국팀의 4강진출로 78년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쓰게 된 ‘2002 한일월드컵’은 성숙된 질서의식과 관전문화, 단합으로 미 주류사회로부터 코리안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갖는 계기가 됐다. 이로인해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도 상승했다. 월드컵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코리안’의 이미지를 살펴본다.
난적 스페인과의 경기가 벌어졌던 22일 새벽 에퀴터블 빌딩 주차장에서 한국팀을 응원하던 1만여명의 한인들이 보여준 ‘선진 시민의식’은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한인사회의 의지와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인들은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면서도 절제와 준법정신을 잃지 않았고 나아가 행사장에서 휴지와 음료수병, 담배꽁초 등 오물들을 비닐봉지 담는 등 주변을 말끔히 청소했다. 25일 새벽에 열린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1만여명의 한인들은 한국팀이 패한데 아쉬움이 가득 했지만 현장을 깨끗하게 정리한 뒤 30여분만에 조용히 돌아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던 LA경찰국을 오히려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같은 한인사회의 단합된 모습은 주류언론에서도 단연 화제거리였다.
LA타임스는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는 1992년 LA폭동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인들의 손상된 자부심을 되찾아줬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독일에 패해 결승행이 좌절됐으나 LA 코리아타운내 에퀴터블 빌딩 주차장에 모여 열렬히 응원한 수천명의 한인들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 오렌카운티 레지스터 등 다른 주요 언론들도 월드컵과 한인사회 반응 등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한 여기자는 "각종 행사취재를 해봤지만 한인들처럼 멋지게 응원하고 마무리를 잘하는 것은 처음본다"고 극찬했고 응원모습을 지켜보던 에드윈 이 경관도 "서장을 비롯한 상관들이 한인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오히려 크게 놀랐다"고 전하면서 "이처럼 많은 인파가 별다른 문제없이 행사를 마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대다수 한인들은 월드컵이 가져온 이같은 결실을 그동안 폄하되고 외면돼 온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한단계 끌어 올리는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기회를 놓칠 경우 다시 이같은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의영 칼스테이트LA 사회학과 교수는 대규모 응원전을 통해 그동안 한인사회의 한 단면으로 지적돼 온 ‘조직력과 단결력 부재’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며 세계 각 지역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의 ‘민족적 동질성’을 확인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한인사회를 들여다 보면 높은 교육수준과 근면성 등 발전을 위한 잠재적인 장점들이 많다며 한인사회 이미지 향상을 위해 ▲단체장들의 모범적인 리더쉽 발휘 ▲성숙된 시민의식의 생활화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타 소수계 커뮤니티에 대한 권위의식도 이 기회에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성락 기자>
한국 이미지 상승타고 미국시장 공략 기회로
월드컵 공동개최와 한국 축구팀의 4강 진출로 ‘KOREA’ 국가 이미지와 기업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미주 한인과 한인사회의 이미지도 급상승하면서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시켜 한국산 제품과 한인 비즈니스의 타 커뮤니티 공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의 현대 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직·간접 경제 효과만 해도 기업인지도 제고 효과등을 포함해 18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남가주의 경우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은 축구에 열광하는 히스패닉들에게 충격에 가까운 이미지 상승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들의 모국인 멕시코등 중남미 국가는 물론 미국 보다 한국이 ‘한 수 위의 나라’임을 확인한 그들은 월드컵 후 갑자기 직장의 한인 동료나 한인이웃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등 호감도가 부쩍 높아져 업종에 따라서는 작은 일에서부터 이같은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승리행진이 마감된 25일 남가주 소재 한국기업 지상사들도 국가이미지 상승으로 창출된 수 천억 달러의 무형적 자산을 주류마켓 공략과 마케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LA무역관, 관광공사 LA지사 등도 이젠 흥분을 접고 이를 실질 경제효과로 연결시키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큰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상품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지적됐다.
LA무역관 전상우 관장은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주최 하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 자체가 일본과 동일한 선상에 놓였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LA의 한인기업들은 의류, 스포츠 용품, 게임 등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이 있는 제품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공사 LA지사 홍주민 지사장도 "월드컵을 통해 미국에서도 한국이 많이 부각됐다"며 "한국에서 각종 태권도 대회를 개최해 미국내 많은 태권도 단체의 한국관광으로 연결시키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밝히는 등 월드컵으로 인한 한국과 한국인의 위상제고를 실질 경제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앞으로 각 분야에서 가시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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