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가격이 그 사이에 더 올랐다"며 에스크로를 깨려는 셀러들도 나올 정도로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심상치 않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기도 한다. 89년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로 달할 때도 오리건의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은 무려 35%나 증가했다가 이듬해 폭락했었다. 주류 언론들의 최근 보도 내용을 종합했다.
■부동산 시장의 활황 지속
요즘의 주택 시장은 ‘셀러스 마켓’을 뛰어넘어 ‘빌더스 마켓’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집을 짓는 대로 팔리고 부르는 게 값이다. 50만달러 이하의 신규 주택은 바이어들이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다. 어떤 지역은 모델 하우스가 나오기도 전에 청약이 쇄도하고 집을 보지도 않고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주택 컨설팅회사인 마이어스 그룹의 제프 마이어스는 "중저가 주택은 더 이상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을 사겠다고 몰려드는 바이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고 최근의 주택 건설 경기를 묘사했다.
일부 경제 애널리스트들은 주택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서민들의 적정 주택 구입이 어려워질 것이고 이로 인해 마켓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주택 건설업자들도 이점을 감안해 LA나 오렌지카운티에서 다소 떨어진 인랜드 지역에 일반인들이 큰 부담 없이 쉽게 살 수 있는 중저가 주택을 건설하며 마켓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주택 관련 기관들의 통계에 따르면 롱비치의 경우 해변가 인근의 콘도미니엄 가격이 올 3월을 기준으로 지난해 31만6,000달러에서 무려 38%나 오른 43만6,0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LA카운티 북쪽에 자리잡은 샌타클라리타 밸리의 일부 주택은 1년전 40만2,000달러에서 55만달러로 크게 뛰었다. 플라센티아의 한 콘도미니엄도 14만9,000달러에서 18만9,000달러로 올라, 27%나 상승했다.
주택 상승률이 통상 5~10% 인상하게 되면 ‘핫 마켓’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최근의 남가주는 이 범위를 뛰어넘어 전문가들조차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는 지난 1980년대 후반이래 가장 빠른 증가세이다.
△마켓 붕괴의 위험은 없다.
지난 90년대 초반 주택시장의 붕괴는 신규 주택의 과잉 공급 현상이 두드러진 데다가 불경기로 감원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이때와는 전혀 다르다. 우선 주택 건설업자들이 신규 주택을 극히 제한하고 있어 주택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가 더욱 악화돼 실직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점이다.
실제 북가주를 예를 들어본다면 닷컴 기업들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집 값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공급이 원활치 않아 주택 부족 현상이 계속된다는데 이유가 있다.
뉴욕 증권시장에서도 전국 규모의 대형 건설업체들의 지난주 주식 시세가 52주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전년 대비 52%나 증가해 주택 건설경기를 반영했다.
△싼 집을 찾아 이동
오렌지카운티 단독주택 중간가가 사상 처음으로 5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최근 바이어들은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리버사이드와 샌버나디노카운티 등 내륙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택 건설업자들은 어바인등 직장이 많은 도시의 건설이 어려워지자 출퇴근 거리의 인랜드 지역에 저가의 베드룸 타운을 세우고 있다.
이들 지역의 주택 가격은 대도시 인근보다 훨씬 싸다. 주택 가격은 더욱 오른 것이다.
■버블론 대두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주택 소유주들이 부유해 졌다. 5년전 20만달러에 구입했던 주택이 지금은 30만달러가 넘는다면 무려 10만달러의 에퀴티가 더 늘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이자율이 당시보다 1% 이상 낮아져 재융자를 통해 에퀴티를 뽑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소유주들도 늘어났다.
이들은 냉장고를 바꾼다거나 가구를 구입하고 크레딧 카드 부채를 청산하는 등 소비의 폭을 넓혀 갔다. 증권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침체기로 접어들었던 미국 경제를 버텨줬던 원동력이 바로 주택 시장의 가격 상승이었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소유주들의 수입을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현재의 수입으로는 주택을 구입해도 부담이 훨씬 가중되는 상태이다.
전문가들은 요즘의 주택 소유주들이 실 소유보다는 투자적 개념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버블론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버블 심리에 따르면 ▲바이어들의 급한 성격이 지배적이다: 지금 구입하고 페이먼트 부담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모기지 융자로 인한 페이먼트 부담은 많지만 주택 가격이 올라 나중에 팔면 큰 이익이 돌아온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부채의 증가
선진국들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 지출이 증시 폭등 때보다 훨씬 높다. 일반인들의 주식투자는 보통 은퇴를 위한 장기 개념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이를 현금으로 바꾸어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 가격이 올라가 에퀴티가 쌓이면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재융자를 통해 쉽게 돈을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9년 주택 가격 10% 상승에 따른 소비의 증가율은 평균 0.62%로 나타났다. 이는 10% 증권 상승 때 0.2~0.3% 증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치이다.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융자자들이 은행에서 빌려야할 돈이 크게 늘어났다.
모기지 은행들은 주택 가격의 20%를 다운페이먼트로 요구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5% 다운페이먼트로도 모기지를 쉽게 얻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
2000년 연방 센서스에 따르면 1999년 전체 주택 소유주의 절반 이상이 10% 미만 다운페이먼트로 주택을 구입했다. 이는 1989년에는 불과 7%에 그쳤었다. 그만큼 모기지 부담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20년전만 해도 소비자들의 모기지, 크레딧카드, 자동차 융자 등의 부채 페이먼트가 순수입(세금을 떼고 난 후)의 60% 수준에 그쳤으나 지난해 4·4분기에는 무려 100%에 가깝다. 자신의 수입을 거의 대부분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는 것이다.
△수입이 따르지 못한다.
부동산 가격과 개인의 순수입 비율이 부동산 거품현상이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 1989의 1.59보다도 높은 1.62를 기록했다.
수입이 부동산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비싼 집을 사려면 융자를 더 많이 해야 하고 에퀴티를 뽑아 재융자를 했다면 이에 따른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에는 수입이 적다.
또 경기 회복세에 따라 이자율이 상승하면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모기지 융자 기준 완화
모기지 융자 기준이 크게 완화되면서 연체율 또는 차압률이 증가하고 있다.
패니매, 프레디맥 등 연방 모기지 공사는 3개월치 은행 및 봉급 명세서를 요구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1개월로 크게 단축했다.
또 새로 미국에 정착하는 이민자들의 모기지 융자 기준도 대폭 완화해 아파트 렌트 기록만으로도 크레딧을 대용해 주기도 한다.
저소득층과 첫 주택 구입자들을 위한 연방주택청(FHA)의 모기지 연체율이 최근 11%로 30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크레딧에 문제가 있는 융자자들을 위한 ‘서브 프라임’ 마켓의 90일 이상 연체율과 차압률이 1997년의 3.83%와 2.52%에서 각각 7.11%와 4.43%로 크게 증가했다.
차압률이 늘어나면 주변 주택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요즘은 게이트 커뮤니티가 유행한다. 같은 커뮤니티 내에 차압 주택이 나와 가격이 떨어지면 주변 가격도 함께 떨어진다.
△이자율 상승 압력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점증되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올 여름 단기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기 금리 인상이 주택 금리에 곧바로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장기적으로 올라간다. 이자율이 오르면 높은 주택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고 주택 매매는 줄어들게 되며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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