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을 파고들어 중앙을 흔들어라. 골 익는 길목을 비틀어라. 바로 폴란드전에서처럼.
폴란드전을 2대0 완승으로 이끌고 곧바로 경주의 특훈 캠프로 되돌아간 한국대표팀에 내려질 히딩크의 미국전(10일 오후3시30분·LA시간 9일 오후11시30분) 필승비책 골자는 이것이다.
지난해 초 비틀대는 태극호를 맡아 동유럽 강호 폴란드를 거의 일방적으로 깨부술 만큼 강력한 요새로 바꿔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은 5일(한국시간) 피로회복을 겸한 속성훈련에서 폴란드전을 잊고 미국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붓도록 독려하면서 이같이 지시했다.
이는 미국팀이 그동안 보여온 전형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중앙수비에 허점이 드러난다는 판단에다 5일 포르투갈전에 앞서 내보인 스타팅 멤버 구성을 보고 내린 최종 결론.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참패(3전 전패) 이후 브루스 아레나 감독으로 수장을 바꾼 팀USA는 4-4-2 또는 변형 4-3-3 전법을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해 왔다.
전자는 수비수와 미드필더에 4명씩 배치하고 최전방에 2명(주로 브라이언 맥브라이와 클린트 매시스)을 두는 것이고 후자는 3명의 포워드진이 최전방의 작은 삼각형을 이루고 미드필드 3명이 이를 뒤받치듯 감싸는 큰 삼각형으로 포진시키는 것이 특징. 즉 포워드진은 제공권이 좋은 맥브라이드를 원톱으로 박아놓고 2명의 섀도우 스트라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그 뒤 양옆을 바싹 따라붙게 해 맥브라이드가 머리로 떨궈주는 볼을 슈팅으로 연결하는 ‘이삭줍기 득점기회’를 노리는 전술이다.
일반적으로 3탑의 경우 양옆 2명이 아예 터치라인 쪽으로 빠져 측면공격에 치중토록 하는 것과는 달리 측면지원을 주로 왼쪽 미드필더와 오른쪽 미드필더가 맡기고 상대 문전에 보다 많은 아군을 투입하는 이같은 방식은 포워드진의 골 결정력 부족에서 얻어낸 고육지책으로 ‘미드필드의 공터화’ 위험을 수반하기도 한다.
히딩크 감독의 처방전은 바로 이 약점을 역이용한 심장부 강타작전이다.
에디 루이스, 잔 오브라이언 등이 측면공격에 가담하느라 휑해진 미드필드 양쪽 사이드를 타고 이을용(좌) 송종국(우) 등이 발빠른 역습을 전개하면 미국축구 사상 가장 든든한 수비형 미드필더 크리스 아머스의 공백(지난달 중순 평가전 부상으로 월드컵 엔트리서 제외)으로 가뜩이나 엷어진 중앙 수비라인이 측면을 지키기 위해 방어선을 늘리는 과정에서 더욱 엷어져 한국으로선 측면돌파는 측면돌파대로 중앙돌파는 중앙돌파대로 쉬워진다는 계산이다. 복싱으로 치면 꼭 KO시키겠다는 의도보다는 잔뜩 웅크린 커버링을 이완시킬 목적으로 쉴새없이 양 옆구리를 공략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히딩크 감독은 측면공격 때 코너플랙 근처에만 가면 상대 문전에 동료가 있든 없든 기계적으로 센터링을 올려버리는 ‘애써서 남주는 플레이’를 자제하고 경우에 따라 오히려 템포를 죽여 상대 수비수가 볼을 빼앗으러 나오도록 유도하는 임기응변 기지를 발휘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중앙돌파를 할 경우에도 더 좋은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으면 빗나가는 것을 두려워말고 과감하게 중거리 슛을 때려야 다음 공격 때 수비수들이 보다 전진하게 돼 배후침투의 공간도 넓어진다고 그는 강조하고 있다.
한편 수비 때는 최전방 공격수 맥브라이드나 매시스와 ‘벼랑끝 위험한 싸움’을 하기보다 미드필드부터 찰거머리 전면 강압으로 볼이 이들의 머리나 발에 이어지는 것 자체를 끊어놓는 보급로 차단에 우선점을 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폴란드전에서 무서운 골잡이 에마뉴엘 올리사데베를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이 삼중족쇄를 치고 가로막는 한편 그 이전에 수비형 미드필더 김남일이 올리사데베를 위한 ‘볼 공급책’ 라도스와프 카우지니를 철저하게 따라붙어 전반전 초반말고는 올리사데베가 좋은 위치에서 볼을 만져볼 기회조차 거의 주지 않은 것과 같은 방식이다.
히딩크 감독은 또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에 남아있겠다는 생각으로 체력을 안배하며 요령을 피우지 말고 단 10분이라도 빈틈없이 여한없이 뛰어야 폴란드 골문을 연 황선홍, 유상철과 같은 황금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곱절 파이팅을 당부하고 있다.
<부산-정태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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