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시일이 지났지만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김대중 대통령의 막내아들 홍걸씨가 구속되던 당시의 모습이다.
약 열흘전쯤 홍걸씨가 구속될 때의 사진과 한국어 TV뉴스채널을 통해 홍걸씨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나직하게 말하던 때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기자는 다소 의외의 생각을 갖게 되었었는데 기자의 이러한 느낌은 당시 신문 1면에 게재된 홍걸씨의 사진과 구속될 당시의 모습을 보았던 많은 독자, 또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지상에서 대통령 아들에 대한 이야기와 비난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을 때 상상한 대통령 아들의 이미지는 나이야 알려진대로 30대 후반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만만하고 패기에 찬, 그리고 ‘두꺼운’ 얼굴을 한 모습으로 당연히 생각했었다.
DJ 자신이 걸어왔던 삶의 역정이 어쨌든 신산스러운 삶의 과정이었기에 그 아들의 모습도 ‘세파를 거치면서 단련된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개된 홍걸씨의 모습은 준수한 귀공자 스타일에 말이 그다지 없는 사람의 모습이어서 언뜻 이번 스캔들과 연루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생경하게 느껴졌었다.
전혀 상관이 없을 두 사람이지만 사실 기자는 홍걸씨를 보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떠올랐다.
어렸을때 ‘엄마’ 육영수 여사를 흉탄에 여의고 또 그 다음에는 ‘근엄했던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을 비극속에 떠나보낸 ‘아들 박지만’의 모습에서는 어딘지 우수가 느껴졌다. 그는 여러 번 마약을 하고 치료소와 감옥을 오가고 그랬지만 얼마전 또다시 마약복용 혐의로 구속이 되었다. 지금은 나이를 많이 먹은 중년의 나이인데도 수갑을 찬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박지만씨의 모습에서는 여전히 우수가 느껴진다.
어떤 사람들은 ‘법은 평등한데 왜 전 대통령 아들이라고 자꾸만 봐주느냐.’고 목청을 돋우지만 기자는 더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가슴속에서 연민이 일었으면 일었지 ‘왜 또 마약을 했을까’ 안스러운 마음이 앞설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홍걸씨에게서도 용모가 그래서 그런지 어쩐지 사진을 보는 순간 적의(敵意)보다는 안스러움 같은 것이 느껴졌다.사람의 인격과 성격은 어렸을 때 가정환경에서 거의 80% 이상이 결정된다고 하던데 ‘어쩌다가 그런 일에 휘말렸을까’ ‘혹시 어린시절 아버지의 연금, 사형선고등 곡절에 찬 가정환경이 그를 자폐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본국지를 통해 전해져오는 내용에 의하면 요즘 청와대의 DJ는 ‘모두가 내 탓’이라고 심한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들을 그것도 어린 시절에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항상 회한이 남고있을 아들이 감옥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마음이 괜찮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역시 아들이 그렇게 되도록 한 것은 부모의 책임을 면할길이 없다. 아들의 잘못에 대한 부모의 입장은 ‘모두가 내 탓’일수밖에 없으며 ‘내 탓이 아니더라도 내 탓’인 것이다.
다만 한가지 다른 것은 모두가 돌을 던져도 부모는 자식을 나 몰라라 할수 없다는 것이다.사람들은 돌을 던져 그들의 얼굴과 몸에서 피가 흐르도록 하지만 부모는 자식과 함께 돌을 맞으면서 피를 흘린다.그것이 타인과 다른 것이다.
호놀룰루에서 청소년 문제를 주로 상담하는 한 의사의 말을 들어보면 자식 때문에 고민하는 한인부모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고교생이 불쑥 임신을 했다든지, 마약을 했다든지, 말도 안하고 학교를 몇 달간 안다니고 있다든지, 패싸움을 하고 다닌다든지, 우울증에 빠져 속으로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든지....
하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속썩이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한탄이 남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렸을때 속썩인 자녀들이 나중에 부모들에게 훨씬 효도를 많이 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다.물론 심성 착하고 건강한 자녀를 둔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며 거기에다 공부까지 잘해준다면 더말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대통령 아들 이야기를 하다가 방향이 다소 엉뚱해진 것 같지만 바로 자식문제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대통령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그 어느 부모가 자식문제로부터 자유로울수 있을까.
대통령 아들의 구속을 보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이번으로 마지막이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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